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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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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양극화, 가슴 아프지만 맞는 말”

강원도에서 열린 MT 겸 ‘원정 독편위’…
“재개발 생존법 기사 좀더 쉬웠어야” “연재 칼럼들 재미있지만 기복 있어”
등록 2010-03-11 18:02 수정 2020-05-03 04:26

19기 독자편집위원회 세 번째 회의는 모처럼 교외에서 열렸다. 2월28일~3월1일 나혜윤 독편위원이 아르바이트 근무 중인 강원 춘천시 한 리조트로 ‘원정 독편위’ 겸 MT를 다녀온 것. 답답한 사무실이 아니어서였을까. 겨울비가 촉촉히 내리던 28일 저녁 삼겹살 파티 뒤 밤늦게까지 이어진 회의는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이번 독편위 회의는 강원도의 한 스키장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이순혁 기자, 정유진·홍부일·나혜윤·박지숙·K 위원. 박준호 위원은 개인 사정으로 참석하지 못했다.

이번 독편위 회의는 강원도의 한 스키장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이순혁 기자, 정유진·홍부일·나혜윤·박지숙·K 위원. 박준호 위원은 개인 사정으로 참석하지 못했다.

<font color="#006699">검찰 문제 다룰 때 보수 언론 행태도 짚었다면</font>

사회 이번에 살필 은 793호부터 799호까지 7권이다. 가장 인상 깊었던 표지이야기부터 얘기해보자.

홍부일 796호 ‘검찰의 오버액션, 유죄!’가 제일 기억에 남는다. 당시 이슈를 다뤘고, 그동안 단편적으로 언급돼온 검찰 문제를 빵 터뜨려준 것 같았다. 지면을 많이 할애한 만큼 각 사건들도 재미있게 읽었다.

박지숙 같은 생각이다. 문제가 된 사안들을 하나하나 소개하고 풀어준 게, 다른 시사 잡지와 차별화된 모습이었다. 또 검찰이 왜 충성스레 오버액션하는지 구조적 문제를 짚어준 것도 재치 있었다. 마지막에 배치된 이범준 저자의 글도 인상적이었다. 다만 재판부와 당사자들을 공격하고 폄하하는 데 일조한 보수 언론의 행태를 꼬집는 꼭지도 하나 있었더라면 더 좋았겠다.

나혜윤 골고루 여러 사건을 다뤄 좋았는데, 전교조 시국선언 무죄판결 관련 꼭지인 정정훈 변호사 글은 조금만 더 쉽게 풀어줬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더라.

정유진 표지이야기도 그렇고, ‘서초동 그 아찔한 기억’ 칼럼도 그렇고, 이 법조나 판검사들의 문제에 민감하다는 것을 여실히 드러냈다.

사회 민감하다는 게 정확히 어떤 뜻인가.

정유진 과잉까지는 아니지만, 날이 좀 서 있다고 할까. 사회 각계에 여러 문제가 있는데 특히 그쪽 부분을 집중적으로 다루는 경향이 있지 않나.

K 검찰의 행태를 종합적으로 보여준 것인데, 바로잡을 방법을 다룬 기사나 칼럼이 있었으면 더 좋았겠다. 잘못된 사례 보도는 잘하지만 이를 어떻게 바로잡아야 할지에는 조금 부족하다는 느낌이다.

사회 잘 들었다. 제일 아쉬웠던 표지이야기를 해보자.

박지숙 795호 ‘MB시대 재개발 생존법’이 많이 아쉬웠다.

정유진 나도 마찬가지다.

홍부일 같은 생각이다. 학생이어서 그런지 재개발은 공감이 안 되더라.

사회 이렇게 의견이 모아지다니 의외다. 구체적으로 말해달라.

박지숙 우선 읽으며 많이 어려웠다. 재개발·재건축 당사자에게 어느 정도 도움은 되겠지만, 내 경우엔 두세 번 읽어도 어려운 용어나 개념이 많아 이해가 쉽지 않더라. 추진 절차에 관한 상자기사나 그림, 실전팁 등이 있었지만, 다양한 사례를 보여준다든지 전달 방식을 좀더 고민했어야지 않나 싶다. 사례가 왕십리뉴타운 하나뿐이어서 아쉬웠다.

K (769호 표지이야기 ‘완전정복 MB시대 수사받는 법’에 이어) ‘MB시대 생존 매뉴얼2’인 듯한데, 앞서 나온 기사보다 좀 부족한 느낌이었다. ‘어떻게 어떻게 대처하라, 하지만 소송 걸면 어쩔 수 없다’는 것 아닌가. 좀 맥이 빠지더라.

나혜윤 내 경우는 세종시 미래 콩트를 다룬 특집 ‘국민만 졌다’와 함께 공감하며 읽을 수 있어 좋았다. 물론 모르는 단어도 많고, 재개발에 관해 개념이 잘 안 잡힌 상태여서 이해가 어려웠다. 어린이에게 수업할 때 비유를 동원하듯이 좀더 쉬운 설명법을 고민하거나, 실전적으로 어디에 문의하고 궁금한 것은 어디에서 도움받으라는 소개라도 상세히 다뤘어야 했다.

<한겨레21>은 793호~799호

<한겨레21>은 793호~799호

<font color="#006699">“나와 관련 없는 일” 생각 깨줄 기획 기사를</font>

사회 사실 담당 기자도 고민을 많이 하더라. 일단 내용이 어렵고, 끝내 부당한 처지에 놓이게 되면 소송으로 갈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하더라.

K 795호 표지이야기와 특집으로 다룬 재개발과 세종시, 용산 등 많은 문제에 대해 상당수는 ‘나와 별 관련 없는 사안’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이런 사안이 자기 얘기일 수 있음을 알게 해주는 기획 기사를 써보면 어떨까.

박지숙 같은 생각이다. 무관심을 크게 한번 다루면 어떨까. 너무들 무관심해 이 모양 이 꼴이 된 것이라는.

사회 알겠다. 전달하겠다. 다른 이야기도 좀 해보자.

K 우리나라에서 투표는 계급과 반대라고 생각했는데, 798호 표지이야기 ‘가난한 사람들은 투표하지 않는다’를 보고 그게 아니란 걸 알게 됐다. 이제 투표율을 어떻게 끌어올릴 것이냐가 문제인데, 이에 관한 기사를 기대하겠다.

박지숙 ‘얼굴 없는 시민은 가난하다’는 제목을 보며 가슴이 아팠지만 맞는 말이더라. 손낙구씨 책을 많이 반영했던데, 너무 책 위주로 정리한 것 아닌가. 설 합본호 표지로는 적당했던 것 같다. (투표함을 나란히 배치한) 표지 디자인도 좋았다.

사회 내부에서는 설 합본호 때 특집으로 실린 ‘눈치 보지 말고 휴가 가라’를 표지이야기로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다. 투표와 휴가, 뭐가 표지감으로 더 나았겠나.

나혜윤 휴가 기사도 좋았지만, 선거를 다룬 게 맞는 것 같다. (나머지 모두 끄덕끄덕)

사회 의견이 일치해 재밌다. 793호 야 5당 연대, 794호 학생인권, 797호 지구노동자 연대 등은 어땠나.

K 최근 광주시의회가 민주당에 유리한 선거구 조정을 일방적으로 처리했잖나. 793호 표지 이미지를 보며 ‘누가 제일 먼저 손을 놓을까’를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민주당 아니겠나. (웃음) 지난해 재·보궐 선거에서 경기 안산에 김영환 후보를 고집한 것도 그렇고.

박지숙 기득권이 있으니 당연히 그럴 테지만, 불리한 곳에서는 연합하려 하고 유리한 곳에서는 나 몰라라 하는 것은 문제다.

K 그 기득권을 놓아야 하는데, 어떻게 이를 추동할 방법이 없을까.

사회 글쎄 다들 그 고민은 좀 하는 것 같다. (웃음)

나혜윤 794호에 실린 위안부 김순악 할머니의 얘기를 읽으며, 통일이나 위안부 같은 문제가 시간이 지날수록 잊히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 같은 여자로서 상상도 못할 일을 겪었는데….

홍부일 슬프면서도 좋은 기사였다. 가끔 1인칭 기사가 나오는 것도 괜찮은 것 같다.

정유진 798호 기획 ‘백화점 점원들이 거리로 나선 까닭은’ 기사도 좋았다. 백화점 1층에서 일하는 언니나 아줌마들은 편하게 사는 줄만 알았다. 손님들이 물을 때 잘 답해주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이 기사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나혜윤 (VIP 고객을 위한) 나이트파티 대목에서 깜짝 놀랐다. 이런 게 있는지 처음 알았다.

정유진 나도 그렇다. 이 부분을 좀더 부각시켰더라면 좋았겠다.

사회 다음으로 칼럼들 얘기를 해보자.

박지숙 김형민 PD의 ‘노 땡큐’가 참 좋더라. 특히 796호 ‘기도하자시네요’는, 이근안이 목사가 돼 용서를 다 받았다고 한다는 것 자체가 큰 뉴스였다. 뭔가 더럽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예수님이 담배를 피우는 삽화도 참 적절했다. ‘임범의 내가 만난 술꾼’은 재미는 있는데 가끔 친분을 너무 강조해 일기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나혜윤 ‘88만원 세대의 88한 놀이’ 칼럼이 좋더라. 이번엔 나이트클럽 이야기던데, 난 한 번도 안 가봤지만…. (웃음) 실제 그 세대들이 간단히 할 수 있는 무겁지 않은 것을 소개하는 것 같아 잘 보고 있다.

홍부일 ‘금태섭의 책 속에 이런 법이’를 재미있게 보고 있다. 다만 가끔 법이 아니라 일반 역사로 가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794호에서 다룬 는 ‘베스트셀러, 워스트리더’ 꼭지에나 맞는 내용이었다.

박지숙 ‘서초동, 그 아찔한 기억’도 재미있다. 최근 신영철 대법관을 다뤘던데, 손발이 다 오그라들더라. 너무 촌스러워 애처롭고…. 정말 이 정도인 줄은 몰랐다.

K 같은 생각이다. 조직 사회에서는 누군가 승진을 한다. 일반적으로 소신껏 열심히 일하고 규정·방침을 잘 따르는 사람이 승진한다. 반면에 아부를 잘하고 부하들에게 함부로 대하는 이들도 승진한다. 하지만 최고로 높은 자리에는 손바닥을 비는 사람은 못 올라간다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이명박 정권 들어 일련의 사태를 보면서 ‘이제 비비는 사람도 최고에 가는구나’라고 생각하게 됐다.

<font color="#006699">이승훈·이상화 선수 다룬 칼럼은 선견지명?</font>

박지숙 794호 S라인에서 이승훈·이상화 선수를 미리 조명했는데, 한 달도 더 지나 실제 이들이 메달 따는 중계를 보고 이 선견지명이 있나 싶었다. (웃음)

정유진 같은 호 심야생태보고서 ‘불안을 잠식하는 과자’를 보고 고구마 과자를 사먹었는데 정말 맛있더라. (웃음)

박지숙 하나의 키워드로 여러 사건을 꿰는 ‘부글부글’은 기본적으로 재미있는데, 가끔 억지도 느껴진다. (웃음) 물론 이렇게 쓰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다.

나혜윤 (최신 시사뉴스 등) 많은 배경지식을 요구해, 무슨 말인지 모를 때도 있다.

사회 기자의 감각이 그대로 드러나는 꼭지여서 참 쓰기 어려운 것 같다. 마지막으로 다른 할 얘기가 있나.

K 799호 특집 ‘S-F라인 판검사가 뜬다’ 기사는 자료를 보여주는 것은 좋은데 표가 너무 많고 커서 정신이 어지럽더라. 정보성이라지만 ‘우리 학교 출신은 얼마나 있나’라고 살펴보는 정도 아닌가.

박지숙 799호는 ‘MB 정부 3년 남았다’는 표지이야기, 판검사 편중을 다룬 특집도 모두 ‘그래서 어쩌라고?’라는 열패감 같은 것을 들게 하더라.

<table border="0px" cellpadding="0px" cellspacing="0px" width="100%"><tr><td height="22px"></td></tr><tr><td bgcolor="#E7E7E2" style="padding: 4px;"><table border="0px" cellpadding="0px" cellspacing="0px" width="100%" bgcolor="#F7F6F4"><tr><td class="news_text02" style="padding:10px">

독편위원들이 뽑은 ‘내 마음의 기사’

<font size="3"><font color="#006699">기획이 신선할수록 기억도 오래오래</font></font>

독자편집위원회 회의에서는 언제나 말들이 넘쳐난다. 회의에서 오간 말 가운데 일부만이 지면에 실린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자연스레 표지이야기나 특집 등이 집중적인 품평 대상이 된다. 지면·시간 제약 탓이다. 그래서 이번엔 아무 조건 없이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기사를 하나씩 꼽아보도록 했다. 그에 대한 다른 반응 한마디씩도 곁들여봤다.

홍부일 798호 설 합본호에 실린 ‘눈치 보지 말고 휴가 가라’. 신선하고 재미있었다. 다만 휴일을 늘리기 위한 시도까지 다뤘다면, 희망도 좀 줄 수 있었을 텐데…. (정유진 나도 고향 내려가는 비행기 안에서 이 기사를 보고 우리 현실이 너무 짜증스러워 토할 뻔했다.)

박지숙 799호 레드 기획 ‘친구처럼 비밀 나눌 선생님, 없나요?’. 충격적이었다. 성인도 쉽사리 섹스에 대해 터놓고 얘기하지 않는데, 이런 주제를 다뤘다는 것 자체가 놀라웠다. 고정관념이 깨지더라. 청소년을 대하는 생각도 좀 달리하게 됐다. (홍부일 실태 부분은 너무 뻔한 얘기여서 하나도 재미없었다.)

나혜윤 798호 특집 ‘국민만 졌다’. 이런 풍자가 좋다. 예전에 만우절 가상 콩트 기사를 보며 웃었던 생각이 난다. 자주 하는 건 그렇지만, 가끔씩 이런 방식도 좋을 듯하다. (K 상당수 국민은 세종시는 나와 별개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정유진 797호 보도 그 뒤 ‘불법 해서라도 한국 다시 가고파’. 죽도록 일하고 돌아간 이들이 한국을 그리워한다니, 고생이 많았을 텐데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충격이었다. 그들이 못 받았다는 체불임금은 정부가 어떻게든 해줬으면 좋겠다. (K 고용주들이 이 기사를 보고 ‘이렇게 고생시켜도 오고 싶어하는구나’라고 생각할까 걱정이다.)

K 794호 레드 기획 ‘그건 절망 아닌, 계속해서 쓰게 하는 힘’.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는 신춘문예 낙선자를 조명하고 다룬 게 만의 뭔가가 아닐까. 죽는 것보다도 잊히는 게 더 비참하다는데, 이 기사를 보고 힘을 좀 얻었을 것 같다. (사회 우리도 서로를, 또 을 오래오래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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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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