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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 논란, 대담으로 끝?

등록 2004-11-05 00:00 수정 2020-05-03 04:23

‘의 주장’ 강조한 9기 첫 모임… 말라카해협 특집기사, 정치·광고 분석 기사 흥미로워

▣ 김수현 기자 groove@hani.co.kr

새로운 위원을 맞이한 독자편집위원회. 첫 만남이 주는 낯섦과 반가움이 교차하는 가운데, 간단한 소개를 나누고 회의에 들어갔다. 성매매특별법 논란을 다룬 530호 표지이야기 ‘쾌락의 미래’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관련자들의 대담은 좋은 기획이었지만, 만의 논지를 드러내기엔 한계가 보였다는 평이다.

이현미: 토론에 참여한 성매매 종사자들의 인물 선정에 공감했고, 사진이 그대로 실린 점도 놀라웠다. 노출을 각오하고 나올 정도라니, 그들이 얼마나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는지 알 것 같았다. 토론 내용도 핵심적인 이슈와 갈등을 드러내고 있어서 이해를 도왔다.

김혁: 도덕적·현실적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어느 한쪽이 우위에 설 수 없는 사안에 대해 대담을 가져서 좋았다. 성숙한 토론문화를 만드는 데 일조했다. 하지만 한번의 토론과 논쟁으로 결론이 나지 않는다. 지속적으로 이런 대담을 마련하면 좋겠다. 단속 직후, 3개월 뒤, 6개월 뒤… 상황은 변할 것이다. 그사이 축적된 통계자료와 종사자 근황, 유관기관의 활동도 취재하면 좋겠다. 시작은 잘했다.

박정호: 나도 대담기사가 제일 가슴에 와닿았다. 그런데 여기에 도표나 그래픽이 있었다면 독자의 이해를 돕는 데 큰 도움이 됐을 것이다. 영상에 익숙한 독자를 붙잡아놓기 위해선 다양한 지면 구성을 해야 한다.

김무늬: 성매매 종사자 중 그 폐해를 겪은 이도 토론에 참가했더라면 인권침해 실상을 더 드러낼 수 있었을 텐데 그렇지 못해 아쉽다. 또 여기서 보인 업종 종사자들의 태도에도 문제가 있다. 단순히 ‘수입’을 이유로 직업의 당위성을 주장할 뿐, 왜 성매매가 근절돼야 하는지 정확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 기사가 지적하지 못했다.

박정호: 성매매특별법을 발효한 상태에서 정부가 일자리를 잃은 여성을 위해 어떤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지 관계자의 목소리를 담은 인터뷰 기사가 들어갔으면 좋았을 것이다. 그리고 ‘성매매특별법이 무엇이다!’라는 설명 기사가 있으면 독자들이 이 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을 것이다.

김혁: 표지사진과 ‘쾌락의 미래’라는 문구는 잘 맞지 않아 보인다. 종사자들의 시위 모습을 담은 사진을 썼는데 이들이 추구하는 미래가 ‘쾌락’으로 비칠 수도 있다.

이현미: 보충기사들은 대담기획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실하다는 생각이 든다. ‘청량리 588과 청담동 안마시술소 르포’는 현 분위기가 어떤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지만 르포의 결론은 평범해 보였다. 흥미 위주의 기사로 비쳤다. ‘공창제는 진정한 대안인가’라는 기사엔 의 논조가 들어갔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의견 나열로 그쳐 독자들의 공감대 형성에 실패했다. 길거리 시위라는 놀라운 사회 현상도 일반론에 그친 기사 속에서 별반 해석 대상이 되지 못했다. 시위 당사자들이 사회적 약자임에도 왜 공창제가 사회적으로 용납될 수 없는지 섬세하게 다뤘어야 한다. ‘성매매 경제학’은 실제 당사자들이 건전한 방향으로 업종 변경을 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는 데 도움이 됐으면 했다. ‘집창촌 경제의 구성원’들의 경우도 생업을 포기하고 다른 직업을 찾아나서야 할 당사자들을 생각해볼 때 안일함이 보인다.

북한 인권법의 발효를 계기로 북한의 안팎 상황을 검토해본 529호 ‘또 하나의 핵이 터졌다’를 놓고 얘기를 이어갔다. 하나의 사건이 아닌 다양한 정황을 다루는 표지이야기였던 만큼 다양한 부분에서 아쉬움의 목소리를 표시했다. 531호 특집 ‘대한민국 해양경찰 말라카해협 출돌!’은 소재가 신선했다는 반응이다.

곽동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북한 인권법은 엄청난 파장이 예상되는데도, 국가보안법 폐지 논의나 행정수도 이전 문제로 인해 언론에서 뒷전으로 밀려났다. 그 정보가 많지 않은 게 사실이었다. 이 시점에서 529호 ‘또 하나의 핵이 터졌다’에서 이 사안을 다룬 건 매우 적절했다.

박정호: 북한의 현 상황과 미국 대선 상황을 통해 북한과 미국의 대립각을 잘 보여줬다. 특히 탈북자 인터뷰는 기사를 더 생생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남북관계를 조율해나가는 우리나라 관리들의 입장을 알 수 없었다. 좀더 다방면의 목소리를 들려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혁: 평소 관심 있게 지켜본 사안이 아니라면 ‘북한 인권법의 통과’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알기 쉽지 않은데, ‘내우외환’이라는 표현이 적절히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하지만 미 대선 토론기사나 김지은씨 기사는 북한 인권과 일부 관련이 있지만, 메인 기사나 표제와의 연관성이 떨어졌다. 통일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주요한 문제에 대한 의 논평기사가 필요했다. ‘만리재에서’에서라도 논평이 언급됐으면 좋았을 것이다.

곽동운: 기사에서 언급된 쿠바 민주주의법, 이라크 해방법, 이란 민주주의법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했더라면 지금의 사태에 대한 이해를 크게 도왔을 것이다. 중국쪽의 반응도 설명이 부족하다. 북한 인권법의 대상자는 탈북자이지만, 그들이 법의 수혜를 받는 지리적 공간은 중국이다. 따라서 중국이 북한 인권법에 대해 상당히 불쾌감을 느낄 거라고 자연스럽게 연상할 수 있다. 하지만 중국의 북핵에 대한 태도를 다루다 보니 북한 인권법에 대한 반응은 잘 보여주지 못했다. ‘밥보다 더 중한 인권이 어디 있나’라는 한의사 김지은씨의 인터뷰 기사도 눈길을 끌었다. 북한 혐오로 일관된 보수언론의 탈북자 인터뷰에 익숙한 독자들의 시각을 교정해줄 수 있는 의미 있는 기사다.

김무늬: 531호 ‘대한민국 해양경찰 말라카해협 충돌!’은 무척 생소한 소재라 재미있게 읽었다. ‘해적’이라니 오래된 책에서나 보던 단어가 여전히 통용된다는 게 신기했다. 하지만 내용은 ‘무엇을 했다’라는 서술에 그쳐 아쉬웠다. 정말 ‘해적’이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치는 건지, 우리가 바다를 통해 무역을 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자세히 알려주었다면 좋았을 것이다. 또 ‘제발 섬이라도 하나 나타나라’ 같은 보조기사에선 훈련 상황을 친근감 있게 풀어주는 재미난 이야기가 실렸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다.

박정호: 해경의 훈련상황 묘사부터 시작한 기사는 긴박감 넘치는 구성이 돋보였다. 8박9일간의 동승기도 실감났다. 그런데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동고동락한 해경들의 인터뷰가 없다는 것이다. 해경이 어떤 일을 하는지 모르는 사람이 대다수인 만큼 해경에 대한 이해나 해경 개개인의 특징을 보여주는 인터뷰 기사가 필요했다.

독자편집위원들의 관심사는 다양했다. 노동계 안팎의 정황을 정리하거나 정쟁을 해설한 기사, 혹은 광고를 분석한 기사 등 어느 분야에서나 상세한 분석을 시도한 기사들에 후한 점수를 줬다.

김혁: 529호 ‘노동자여, 어떤 깃발을 들 것인가’는 다각도로 조명한 점이 두드러졌다. 노동계 안팎에서 노동운동의 방향을 정립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을 때 이런 종합 해설 기사는 도움을 줄 것이다. 보조기사에서 각 집단의 의견을 통계를 통해 정량적으로 표현하여 논의 근거 자료를 명확히 제시한 점이 좋았다. 다만 비정규직 집단에 대한 구체적인 의견이 빠져서 아쉬웠다. 아직 조직화되지 않았기에 대표성을 가진 이도 없고, 통계자료도 없겠지만 말이다.

곽동운: 530호 ‘대한민국 미군기지는 94곳 이상’은 ‘100편의 기사보다 몇장의 지도가 낫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지도를 보니 대한민국 전역에 이렇게 많은 미군기지가 있는가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추상적으로 알고 있던 미군기지의 실태를 구체적으로 제시해서 좋았다. 안성을 안산으로 동두천을 의정부로 잘못 표기한 건 옥의 티다. 그리고 종이 매체에선 전국지도가 나왔는데, 인터넷 한겨레에선 서울과 경기도 지도만 있어 안타깝다.

김계정: 콘돔을 소재로 한 공익광고는 에이즈 예방만이 아니라 왜곡된 성관념을 타파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그런데 ‘콘돔아! 네 모습을 보여줘!’에서 알 수 있듯 온갖 소재들이 광고에 등장하는 시대에 콘돔 광고는 이리저리 잘려야 하니 가슴 아프다. 사실 우리 아이들은 성병과 성매매로부터 안전하지 못하다. 이를 책임지는 건 누구 몫일까. 이런 관점에서 기사를 심층적으로 풀어갔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531호 ‘아빠,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 마~’에서 내면화된 가부장적 이데올로기를 깨닫게 해주어서 좋았다. 아빠들이 등장하는 광고가 많은 줄 몰랐고 이 속에서 엄마들이 주변화돼 있다는 점은 몰랐다. 아빠 없는 아이들, 남편 없는 아내들을 좀더 배려해서 기사를 썼더라면 금상첨화였을 것이다. 제목도 좀더 가부장적 제도를 비판하는 카피로 달았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박정호: 531호 ‘MBC-SBS, 휴전은 없다’ 기사는 두 방송사 보도국의 입장을 자세히 볼 수 있어 좋았다. 여기에 상자기사로 고위층 자녀의 SBS 입사와 문화방송의 정체된 조직 같은 독자의 관심을 끌 만한 이야기를 덧붙여줬으면 했다. 또 한국방송이 이 감정싸움을 어떻게 보는지도 들어봤으면 좋았을 것 같다.

권동욱: 의 정치기사는 재미있다. 정쟁을 정쟁으로만 보지 않고 그 본질을 전달하여 흐름을 짚을 수 있도록 해준다. 529호 ‘천정배 대표, 뭐하자는 겁니까?’는 열린우리당 지도부에 대한 시의적절한 비판이었다. ‘이명박의 야심이 바람을 탔다’도 현재 잠재적 대권후보로 지목되는 이명박, 손학규, 박근혜의 역학관계를 상세히 분석하여 정보와 재미를 동시에 줬다. 530호 SM엔터테인먼트 관련 특집기사는 한국의 연예·대중문화 산업을 무게감 있게 다뤄서 좋았다. 하지만 이수만씨 인터뷰는 꼭 필요한 기사임을 인정하면서도 내심 못마땅한 생각이 드는 게 사실이었다.

이현미: 나 또한 흥미 있게 봤다. 그러나 ‘전문가들이 보는 한류의 지속 가능성’ 은 드라마나 영화에 대해 낙관적인 반면, 음악 부문에서는 경쟁력이 취약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어서 한류와 SM간의 연관성을 어떻게 보는지 불분명했다. 529호 ‘햇볕 쨍한 날, 국수가 웃네요’는 제목도 내용도 국수의 면발과 국물맛처럼 신선하고 담백해서 기분 좋았다. 또 의 칼럼들이 무척 마음에 든다. 다양한 작가들이 풍부한 소재를 읽기 쉬우면서도 유익하게 다뤄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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