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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전닝] 새내기에게 ‘노벨상 수업’을!

등록 2004-11-12 00:00 수정 2020-05-03 04:23

▣ 베이징=박현숙 전문위원 strugil15@hanmail.net

올해 82살의 노교수가 다시 대학강단에 섰다. 1957년, 37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화교 출신 미국 학자 양전닝(楊振寧) 교수는 올해 9월부터 중국 최고의 명문 칭화대에서 1학년들을 대상으로 기초물리학 강의를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미국에서 영구 귀국한 양 교수는 칭화대 내 칭화원에 머물며 여생을 중국의 과학인재들을 양성하는 데 바치고 있다.

중국에서 양 교수는 ‘살아 있는 신화’로 통한다. 화교 출신으로는 처음인 그의 노벨물리학상 수상은 지난해 세계 세 번째로 성공한 유인 우주선 선저우 5호의 발사와 더불어 중국 과학기술의 우수성을 세계에 뽐낸 위대한 ‘역사’로 기억되고 있다.

그는 1922년 중국 안후이성 허페이시의 한 지식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칭화대는 비록 그의 모교는 아니지만 아버지가 칭화대 수학교수로 재직하는 동안 어린 시절 8년을 교직원 숙소인 칭화원에서 보냈다. 다시 이곳에 돌아온 그는 특히 ‘기초과학반’ 인재 양성에 전력하고 있다. 소수정예로 선발된 과학인재들은 양 교수를 비롯한 중국과 해외의 세계 일류급 과학자들에게서 특별 교육을 받는다. 언론에서는 흔히 ‘노벨상반’이라고 부른다. 양 교수는 반 학생들과 물리학과 1학년생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계속하고 있다.

그는 왜 하필 나이 어린 1학년들에 주목할까. 어느 날 한 1학년 학생의 학부모가 찾아와 “왜 자기 아들 같은 1학년생들은 세계 일류급 과학자들의 강의를 들을 수 없냐”고 항의했다. 이 항의를 접수한 양 교수는 “갓 대학에 입학한 신입생들이야말로 과학에 대한 호기심이 가장 말똥말똥한 학생들이다. ‘기초교육’이 이들의 과학적 논리와 상상력 발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일류급 학자들이 직접 나서 기초교육을 담당해야 한다는 생각에 귀국 뒤 일반인들의 상식을 깨고 대학 1학년생들에게 기초물리학을 집중 강의하고 있다. 그의 지론이 눈길을 끈다. “과학자는 단지 기술과 이론만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과학자들이야말로 인류의 발전 방향에 대한 철학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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