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유어북 | 책을 보내며]
<font color="darkblue">부드러운 진지함으로 무용을 알려주는 </font>
▣ 최정휘/ LG아트센터 공연기획팀
내 경험상 공연예술 장르 중에서 제한된 관객의 벽을 넘어서기 가장 힘든 것이 무용이다. 무용 전공자나 공연예술 관련 종사자들 외에 무용에 맛을 들이고 지속적으로 관람하는 마니아 관객들은 참으로 찾기 어렵다. 물론 간혹 기쁘고 보람된 순간도 있다. 태어나서 무용 공연이란 것을, 내가 일하는 공연장에서 처음 본 분이 ‘아, 이런 세계도 있군요!’라며 무용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전해올 때다. 그러나 이런 경우는 매우 드물다. 공연을 기획하고 홍보하는 사람으로서 정말 가끔은 잠을 설칠 정도로 무용과 관객 사이의 거리감이 답답하게 느껴진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사실 무용은 어렵다. 대단히 심오한 철학이나 사상을 이야기해서가 아니라 의사소통 방식의 생소함 때문이다. 그러면 공연을 보러 오라고 호소하기 전에 그 의사소통의 기술을 훈련하고 교육하는 것이 선행돼야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할 즈음 이 책을 만났다. (제환정 지음, 시공사 펴냄, 2004).
제목만 들었을 땐 너무 가볍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책을 읽어나가면서 바로 이런 책이 필요했던 거라는 반가움이 밀려왔다. 제목에서 짐작되듯, 이 책은 무용에 대해 출처 불명의 편견과 막연한 두려움을 지닌 평범한 사람이 ‘무용’이라는 예술의 맛을 조금씩 알아가는 이야기다. 줄거리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책의 서두에서 영락없는 춤의 ‘문외한’이었던 그는 책의 말미에는 상당히 성숙한 무용 관객으로 변해 있다. 재밌는 것은 그가 ‘남자’로 설정되어 있다는 점이다. 우리 사회에서 남자들이 무용에 갖고 있는 거리감은 여자들보다 훨씬 심하다. 그래서 책 속에서 그의 변화 과정을 보는 것은 더욱 감동적이다.
지은이의 화법은 쉽고 간결하면서 유머가 넘친다. 누구나 ‘그래! 나도 이런 게 궁금했어’라고 무릎을 칠 만한, 무용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곳곳에서 튀어나온다. 그러면서도 부드러운 진지함으로 독자들에게 무용예술의 필수 지식들을 짚어준다. 책의 구성을 보면 지은이가 무용을 한번도 접하지 못한 독자들의 입장에서 충분히 생각하고 그들을 이해하려 노력했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다.
당신의 책을 자유롭게. 얼마나 멋진 말인가. ‘나도 꼭 참여해야지!’라고 생각만 하고 막상 실천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을 이번 기회로 시작하게 되어 참으로 가슴 설렌다. 이 책을 방생하여 ‘문외한씨’와 같이 무용을 사랑하게 되는 사람들이 늘어나기를, 공연장 로비에서 그들을 만나게 되기를 기대해본다.
* 프리유어북 홈페이지 / www.freeyourb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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