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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개발사업 ‘대박’에서 ‘비극’으로

민간사업자 김만배·남욱 구속… 막대한 이익 몰아준 설계는 어디서 시작됐나
등록 2021-11-06 05:04 수정 2021-11-06 11:10
대장동 개발 관련 불법을 저지른 혐의로 구속된 남욱 변호사(왼쪽),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운데),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한겨레 김명진 기자. 공동취재사진

대장동 개발 관련 불법을 저지른 혐의로 구속된 남욱 변호사(왼쪽),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운데),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한겨레 김명진 기자. 공동취재사진

2021년 11월4일 새벽,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와 남욱 변호사가 구속됐다. 앞서 구속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짜고 대장동 개발 수익 분배 구조를 민간에 유리하게 설계해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최소 651억원의 손해를 입혔다는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의 배임)가 어느 정도 소명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온 것이다. <한겨레>에서 대장동 관련 취재를 계속해온 정환봉 기자가 복잡하고 또 복잡한 대장동 개발 의혹을 친절하게 정리했다. _편집자

대장동 개발을 둘러싼 의문은 공영 개발로 진행된 이 사업에서 민간이 어떻게 이렇게 많은 이익을 거둘 수 있었냐는 질문에서 시작된다. 먼저 민간사업자인 화천대유와 그 관계사 천화동인이 ‘대박’을 거둘 수 있었던 ‘설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성남도시개발공사와 화천대유가 참여한 하나은행 컨소시엄은 대장동 개발을 위해 회사를 하나 만든다. 특수목적법인(SPC)인 ‘성남의뜰’이다.

첫 단추 ‘공모지침서’부터 민간 입김

총자본금 50억원인 성남의뜰의 지분 구조는 성남도시개발공사가 ‘50%+1주’로 1대 주주, 금융기관이 43%, 천화동인 1~7호가 6%, 화천대유가 ‘1%-1주’로 구성돼 있다. 성남의뜰이 지난 3년간 주주에게 배당한 돈은 5903억원이다. 이 중 4040억여원이 화천대유와 천화동인 1~7호에 돌아갔다. 1830억원은 성남도시개발공사가 가져갔고, 나머지 32억여원은 금융기관들이 받아갔다.

2015년 6월 작성한 성남의뜰 주주협약을 보면 성남도시개발공사(1종 우선주)와 금융기관(2종 우선주)은 고정이익을 가져가기로 했다. 남은 돈은 모두 보통주를 가진 김만배씨와 남욱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등이 참여한 천화동인의 몫이 된다. 사업 시공사인 화천대유의 예상 수익은 4500여억원 규모로 알려졌다. 배당 수익 4040억원을 더하면 화천대유와 천화동인이 얻는 수익은 최소 8500여억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런 수익 배분이 설계되는 과정이 석연치 않았다는 점이다. 현재와 같은 대장동 개발의 밑그림이 그려진 것은 2012년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성남시장 시절이던 2012년 6월 대장동과 제1공단 결합 개발을 제시했다. 대장동을 개발하되 그 개발 이익을 공원 조성에 사용하는 방식으로 결합해서 개발하겠다는 의미다. 민관이 함께 특수목적법인을 구성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이런 구상을 실제 추진한 것은 2013년 9월 설립된 성남도시개발공사다.

초과이익환수 조항도 삭제돼

검찰이 최근 유동규 전 기획본부장을 배임 혐의로 추가 기소하고 김만배씨의 구속영장을 재청구하면서 공소장과 구속영장에 넣은 내용이 있다. 김씨가 화천대유가 최종 사업자로 선정되는 동시에 최대 이익을 얻을 수 있도록 7가지 필수조항을 공모지침서에 포함해달라고 유 전 본부장에게 요구했고 이를 유 전 본부장이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7가지 필수조항은 △공사의 추가 이익 배분 없음 △건설업체 배제 △컨소시엄 중 1인을 자산관리회사로 선정 △개발부지 내 민간사업자 직접 시공 근거 마련 등이다. 결국 대장동 사업의 첫 단추라고 할 수 있는 공모지침서에서부터 민간사업자들의 입김이 들어갔다는 것이다.

공모지침서 공고 이후에도 의심스러운 일은 이어진다. 사실 공모지침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제1공단 공원 조성 비용(성남도시개발공사의 1차 이익 배분)을 사업비로 처리하고 임대주택용지를 제공(2차 이익 배분)받는다는 내용은 나와 있지만 그 이외의 수익을 가져가지 않는다는 명시적인 조항은 포함돼 있지 않다. 하지만 이후 성남도시개발공사는 민간사업자들의 질의를 회신해주는 큐앤에이(Q&A)를 2015년 2월 누리집에 게시하면서 공사가 추가 이익을 거두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한다.

최근 성남도시개발공사는 이런 질의 회신을 화천대유가 참여한 컨소시엄만 알았던 것으로 의심된다는 자체 조사보고서(‘판교대장 도시개발사업 대응방안’)를 내기도 했다.

질의 회신 이후 3개의 컨소시엄이 응모했고, 2015년 3월27일 성남도시개발공사는 화천대유가 포함된 컨소시엄을 대장동 개발 민간사업자로 선정했다. 이후 화천대유 쪽은 ‘대장동 개발 사업협약서 초안’을 만들어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전달했고, 개발사업1팀의 한아무개씨는 같은 해 5월27일 오전 ‘사업협약서 수정 검토’라는 제목의 문서를 만들어 팀장에게 결재를 올렸다. 검토 문서에는 화천대유 쪽 컨소시엄이 택지 분양가 평당 1400만원을 예상했으며, 이 정도 분양가면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해 사업계획서를 제출했기 때문에 실제 분양가가 1400만원을 넘을 경우 초과이익을 성남의뜰 지분대로 나누는 ‘초과이익환수 조항’을 넣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후 실제 성남의뜰이 건설사 등 시공사에 판매한 택지 분양가는 평당 2천만원 수준이었기 때문에, 이런 내용이 포함됐다면 성남도시개발공사는 훨씬 더 많은 이익을 거둘 수 있었다. 하지만 한씨는 불과 7시간여 지난 같은 날 오후 해당 조항을 없앤 사업협약서 검토 공문을 다시 만들어 개발사업1팀장을 거쳐 전략사업팀에 보냈다. 이것이 최근 국정감사 등에서 논란이 된 ‘초과이익환수 조항 삭제 사건’이다.

유동규 전 본부장 넘어 이재명까지?

결국 화천대유는 막대한 이익을 거둘 수 있었다. 이 결과가 가져온 것은 행복이 아니라 불행이었다. 2020년부터 막대한 이익금을 두고 김만배씨와 정영학 회계사, 남욱 변호사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이 과정에서 정 회계사는 김씨 등과의 대화를 녹음하기 시작했고 검찰에 제보하기에 이른다. 결국 김씨와 남 변호사는 구속됐고, 정 회계사 역시 구속될 가능성이 크다. 성남도시개발공사는 화천대유 등이 거둔 수익을 환수하기 위한 법적 조처를 진행할 예정이다.

대박이라기보다 비극으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커 보이는 이번 사건에서 가장 핵심적인 쟁점은 화천대유 쪽에 막대한 이익을 주는 설계가 어디에서 비롯됐느냐, 그런 설계 과정에서 화천대유 쪽과 유동규 전 본부장, 더 나아가 이재명 후보와의 유착이 있었느냐다. 이재명 후보 쪽은 앞선 위례 개발사업에서 수익을 비율대로 나눴더니 민간사업자 쪽이 비용을 부풀려 성남도시개발공사가 큰 이익을 거두지 못했기 때문에 대장동 개발에서는 고정이익 확보를 최우선으로 했다고 주장한다. 다만 그 구체적인 과정에 개입한 적은 없다고 말한다.

정환봉 <한겨레>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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