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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① “이준석은 다르다”

지지자에게 물어보니… “능력주의 바탕으로 페미니스트 비판하는 최초의 정치인”

제1366호
등록 : 2021-06-04 15:56 수정 : 2021-06-05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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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나경원(오른쪽부터), 이준석, 주호영 후보가 5월31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문화방송에서 열린 <100분토론>에 참석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단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 예비경선을 이준석 후보가 1위로 통과했다. 이 후보의 지지율은 41%, 나경원 후보는 29%를 기록했다. 이는 2021년 5월26∼27일 이틀 동안 일반 시민 당원 각각 2천 명을 대상으로 벌인 여론조사를 1대1 비율로 계산해 나온 수치다. 일반 시민 조사에서 이 후보(51%)는 나 후보(26%)에 견줘 2배에 가까운 격차를 벌렸다. 당원 조사에선 나 후보가 32%로 1위였고 이 후보(31%)와는 1%포인트만 차이 났다.

이 후보는 5월28일부터 사흘간 1억5천만원의 후원금을 모았다. 후원자는 2200명, 평균 후원액은 1인당 6만8천원인데 2030세대 남성이 많이 후원한 것으로 추정된다.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새로운보수당 갤러리’나 ‘에펨코리아 정치·시사 게시판’에는 이 후보를 후원하는 인증글이 여럿 올라왔다. 한 누리꾼은 ‘(후원인증) 내 생애 첫 정치인 후원이 준스톤이라니!’라는 게시글을 쓰며 5만원을 이체했다고 자랑했다.

‘이준석, 젠더 프레임 장악했다’
2030세대 남성의 보수정당 30대 정치인 지지는 한국정치사에서 낯선 사건이다. 이런 ‘이준석 현상’이 일어난 배경에는 우선 정권교체와 세대교체를 바라는 분위기가 자리한다. 이준석 현상의 원인을 묻는 5월28일 여론조사에서 응답자들은 △정치권 세대교체 분위기(22.2%) △기성세대의 기득권과 꼰대문화(21.6%) △정권교체 기대(14.8%) △이준석의 소통 및 정치적 능력(13.8%) △언론(13.5%) 순으로 말했다(한길리서치 정치 현안 여론조사). 이준석 지지자들과 국민의힘 관계자들의 진단을 자세히 들어봤다.

지지자들은 이 후보가 ‘선을 잘 탄다’고 평가한다. 한 예로, 5월17일 주호영 후보가 서울 강남역 살인사건 추모 발언을 하자, 이 후보는 같은 날 주 후보가 페미니즘을 지지한다는 게 증명됐다며 ‘Q.E.D.’(‘증명종료’라는 뜻의 수학 용어)라는 약어를 쓰며 대응했다. 몇몇 지지자는 강아지가 웃는 사진과 함께 올린 이 후보 메시지의 함축적 의미를 읽고 주 후보를 비난하는 댓글을 달았다.

“증명종료는 페미니즘을 자처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나누는 기준이 된다. 페미니즘을 비꼬는 것은 맞지만 이 후보가 여성혐오를 했냐를 두고서는 논쟁 지점이 있다. 일베(일간베스트저장소)에서 나오는 정제되지 않은 표현을 이준석은 자기 언어로 흡수해서 지지자가 (지켜야 할) 선을 만들어준다. 이준석은 큰 실수 없이 위태위태하지 않게 페미니즘 이슈에 대해 발언해왔다. 이것이 (청년남성 지지자들이 바라는) 정치인 이준석의 능력이다.”(국민의힘 대학생위원회 활동 대학생)

여성혐오라는 비판을 받지만 지지자들은 오히려 이 후보의 행보가 “극단적 젠더 갈등(지지자)”을 줄인다고도 주장한다. “이준석 돌풍은 남성을 잠재적 가해자로 몰아가는 언론과 페미니스트의 프레임 씌우기에 대한 분노의 표출이다. 그리고 페미니즘 전선을 젠틀하게 만들어 극단적인 우파 정치세력의 등장을 막아내고 있다. 사회 이슈를 파악하고 본인의 주장을 선명하게 내세우는 자세가 (정치인) 이준석의 태도다.”(22살 바른정당 당원 출신 지지자)

이는 이 후보가 2030세대 남성 지지층을 중심으로 보수와 진보, 전 세대에서 국민의힘 당대표 가운데 가장 높고 고른 지지를 받는 결과로 이어졌다.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 관련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의 지지율은 전체 평균 42.6%로 나경원 후보(17.8%)를 2배 넘게 앞질렀다. 이 후보를 지지하는 여성 비율도 36%로 다른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군을 크게 웃돈다.1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주호영 전 원내대표의 강남역 살인사건 추모 발언을 두고 주 전 원내대표가 페미니스트를 지지한다는 점을 ‘Q.E.D.’(증명종료)라는 메시지로 대응한 모습이다. 지지자들은 강아지가 웃고 있는 이 사진을 보고 여성혐오를 유발할 수 있는 발언을 달았다. 연합뉴스

“능력 없는 모두 공격 대상”
지지자들은 이 후보가 젠더 갈등과 능력주의 담론을 처음 결합해 정치권 이슈로 등장시켰다고 치켜세운다. “이준석은 (모든) 페미니즘을 공격하지 않는다. 이준석의 핵심은 페미니즘에 대한 공격이 아니라 무능력에 (대한 적개심에) 있다. 능력이 없다는 범주에 들어가면 모두 공격 대상이다. 능력주의로 (무장해) ‘능력 없어 보이는’ 페미니스트를 비판하는 정치인이 최초로 등장한 것이다. 어떤 정치인도 관심이 없고 잘 알지 못한 분야다.”(국민의힘 대학생위원회 활동 대학생)

이 후보는 2018년 11월 젠더 갈등을 촉발했던 ‘서울 이수역 폭행 사건’을 계기로 젠더 갈등이 기성 정치인들이 가지 않는 기회의 땅이라고 판단했다. 여성혐오로 이슈가 된 이수역 폭행 사건은 남성과 여성의 쌍방과실로 정리됐다. 1·2심에서 남성은 모욕 및 상해 혐의로 유죄가 인정돼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았다. 여성의 모욕 혐의는 유죄로, 상해 혐의는 무죄로 판단돼 벌금 200만원이 나왔다. “생물학적으로 젊은 정치인으로 정치를 해오면서도 최근까지 나의 주요 지지층은 전통적 보수 이념에 경도된 중장년층이 주력이었던 것은 사실이었다. (…) 나와 하태경 의원도 처음부터 젠더 문제에 깊은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다만 우리 두 사람은 정치인들이 피하려는 문제를 정면으로 부딪쳐보자는 생각으로 젠더 문제를 다뤘다.”(이준석)2

그 뒤 여성할당제를 비롯한 페미니즘 정책을 이 후보는 공론장에서 비판했다. 2019년 2월12일 MBC <100분 토론>이 그 첫 포문이었다. 당시는 여성가족부가 2018년 12월부터 여성임원 비율이 높은 기업에 국민연금·공무원연금 등을 투자하는 방안을 추진하던 때였다. “여성임원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이 어디인지를 살펴봤더니 기업은행·씨티은행이다. 작년 기준으로 기업은행 주가가 16% 떨어졌다. 여성가족부 하는 식으로 투자하면 그렇게 된다.” 기업의 주가가 오르내리는 것은 여러 원인이 있기에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은 주장이지만, 이 후보 지지자들은 그의 주장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여성할당제를 두고도 “(여성할당제가 없는) 행시나 고시 등의 시험에서 여성 우위가 자연스럽게 나타나고 있는데, 지금 당장 강제적으로 변화를 주려는 조치는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여성의 능력이 남성에 견줘 떨어지지 않기에 여성할당제 같은 성평등 정책을 폐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준석 현상’을 단순히 트럼피즘으로 비유하는 것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트럼프의 중심은 건설자본으로 (2030 남성의 자발적 지지를 받는 이준석 현상과) 작동 방식이 전혀 다르다. 트럼프처럼 여성을 폄하하는 것도 아니고, 굳이 따지자면 ‘순화된 여혐’ 정도로 볼 수 있다. 그를 무식한 여혐주의자와 견주긴 어렵다.”(우석훈 성결대 교수·경제학자) 이 후보의 지지자들은 18∼29살(17.4%), 국민의힘 지지자(22.9%)로 이준석 현상의 원인으로 이 후보의 ‘소통 및 정치적 능력’을 꼽는 경우가 전체 평균(13.8%)보다 높았다.1

여러 예능 프로그램에 꾸준히 출연하며 이 후보는 2030세대 지지자에게서 높은 인지도를 쌓았다. 그가 나온 JTBC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등은 유튜브에서 300만 건 조회되기도 했다. “0선이다보니 기성 정치인들처럼 꼰대 이미지가 아니다. 인스타그램을 봐도 맞팔해달라고 ‘굽신굽신’한다. 문턱이 낮은 친구 같은 이미지다.”(35살 회사원 지지자)

친근한 이미지로 인지도 쌓아
유튜브 알고리즘으로 이 후보에게 호감을 가졌다는 중도 성향의 20대 남성 지지자도 있다. “대선부터 총선까지 민주당만을 찍었지만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진보보다는 보수 쪽으로 입장이 바뀌고 있다. 이준석을 (호감 갖고) 지켜본 지 2주도 안 됐다. 유튜브에서 (이 후보가 나온) 여성할당제 관련 영상이 인상 깊었다. 공격적이지 않고 팩트를 기반으로 조곤조곤 이야기하는 태도가 마음에 들었다.”(25살 취업준비생 지지자)

이 후보의 약점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지가 높은 대구·경북(TK) 지역 당원의 반감이 크다는 것이다. 다만 박 전 대통령의 탄핵에 찬성했다는 이 후보의 ‘원죄’에 대한 인식은 변하고 있다. 정권교체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기대와 바람이 강하다. 예전에는 (이 후보의) 경험 부족을 불안해하는 요소가 많았지만, 지금은 변화에 대한 열망이 만만치 않게 강하다. TK 지역도 전략적 사고를 한다. 탄핵의 죗값에 대한 (이 후보의) 연결고리가 전혀 없다고 할 수 없지만 이를 뛰어넘는 기대치가 있다고 보면 된다.”(영남 출신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체제 이후 생긴 권력 공백이 이준석 현상을 당 내부까지 끌어올 여지를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황교안도, 홍준표도, 김무성도, 최경환도 없다. 지도자급 인물이 없으니 새로운 인물이 나타날 공간이 생겼다. 당의 얼굴을 누굴 시켜야 내년 대선에 유리할까, 누가 돼야 국민의힘이 변했다고 생각할까라는 질문을 던지니까 이 후보에게 쏠림 현상이 나타났다.”(장성철 공감과논쟁 정책센터 소장)

제도권 정치의 성과로 이 후보가 인정받은 첫 사례는 2021년 4월 치른 서울시장 보궐선거였다. 당시 이 후보는 뉴미디어 본부장으로 활동하며 2030세대를 유세차에 올렸다. 그는 4월7일 ‘4년간의 노력이… 오늘 와 이리 좋노’라는 댓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지상파방송 3사가 벌인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구조사 결과에서 20대 남성은 72.5%, 30대 남성은 63.8%가 오세훈 서울시장을 지지했다.

이 후보의 거침없는 행보에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준석은 ‘와 이리 좋노’ 같은 일베에서 자주 나오는 용어를 자연스레 쓰곤 한다. 반페미니즘 노선의 극우 남성들까지 자기 편으로 끌어당기는 전략 같아 보인다. 다만 여성혐오를 조장하거나 극우 친화적 움직임을 보일 때는 나처럼 이준석을 지지하는 중도지향적 남성들이 떠나지 않을까 싶다.”(30살 은행원 지지자)

6월11일 국민의힘 당대표는
이준석 현상은 이어질 수 있을까. 그는 어떤 모습으로 변해갈까. “아직 이준석을 극우라고 규정하는 발언은 과도한 비판이라 볼 수 있다. 1990년대 유럽의 극우가 등장할 때, 노동시장의 불안정과 외국노동자 증가가 결합돼 청년고용 문제가 심화됐다. 그때 유럽에선 내부의 적을 찾으며 극우가 나왔다. 한국에서는 개연성을 열어놔야 할 정도다. 이준석이 나중에 지도자가 됐을 때 그의 대응을 지켜보고 평가해볼 법하다.”(우석훈 교수) 국민의힘 당대표가 결정되는 날은 6월11일이다.

이정규 기자 jk@hani.co.kr

*시선② 이준석이 말하지 않는 것 기사로 이어집니다.

https://h21.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50447.html

참고 문헌

1. 한길리서치 정치현안 여론조사 통계보고서

-조사대상: 2021년 5월 전국에 거주하는 만 18살 이상 남녀 1010명

-조사기간: 2021년 5월28일

-조사방법: 무선ARS 98.6%, 유선ARS 1.4%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1%포인트

2. <공정한 경쟁>, 이준석 지음, 나무옆의자 펴냄, 201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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