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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7통의 편지가 도착했다. 이번엔 국회의원에게서 시민에게로 ‘다짐’이 전해진다. 21대 국회의원에게 시민들이 각자의 ‘바람’을 담은 손편지를 보낸 지(제1314호 표지이야기 ‘이제 국회의 시간’) 한 달 만이다. 손편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 공식 답변서로 답장의 형식은 다양했다. “헙” “와, 답장이 반갑네요.” “정말요? 와 떨리네요!” 시민들은 깜짝 선물을 받은 것처럼 기뻐했다.
“지혜를 모아보겠다” “가슴이 뭉클”
의원에게도 시민의 손편지는 특별한 응원이었다. 의원 300명 중 한 명. 한 시민이 간절한 소망을 이뤄줬으면 하는 한 명의 대표자로 자신을 호명했으므로. 특히 국민의 대의기관에 막 입성한 초선 의원에게는 의미가 남다르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임계장 이야기>를 쓴 경비노동자 조정진씨의 편지를 받고선 그의 책부터 펼쳤다. “적어도 선생님의 책을 읽고 쓰는 게 예의일 것 같은”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아예 하루 날 잡고 (10살, 7살) 아이들이 없는 곳에서 시간을 만들어” 읽어내려간 ‘임시계약직 노인장’의 노동일기는 “한 사람의 입법기관(의원)으로서 무엇을 해야 하나” 하는 깊은 고민을 초선 의원에게 남겼다.
지금의 끔찍한 노동 환경보다, 그마저의 노동도 못하게 하는 순간이 더 두려운 조씨가 요구한 요양병원비 경감과 ‘존엄사법’ 확대에 대해, 고 의원이 구체적인 해법을 내놓진 않았다. 다만 고 의원은 “모든 사람이 존엄을 유지한 채로 살아가게 하기 위해 국가와 정치인이 있는 것일 테니 지혜를 모아보겠다”고 약속했다. 손으로 꾹꾹 눌러쓴 석 장의 편지를 받은 조씨는 “가슴이 뭉클하고 감동했다”고 했다.
청년 1인 가구인 류하경 변호사의 서러움을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누구보다 잘 안다. 류 의원 역시 대학생 때 ‘보증금 100만원에 월세 30만원’ 원룸에서 시작해 지금도 혼자 월셋집에 살고 있다. “보증금을 좀 모았기 때문에 그나마 ‘반전세’라고 부르는 곳에 살게 됐으니 행운이라 여겨야 할까요?” 류 의원은 “우리가 겪고 있는 이 불평등한 상황을 바꾸”기 위해 류 변호사가 제안한 청년주거수당 지급, 청년 공공임대주택 확대, 최저주거기준 강화 등의 정책을 적극적으로 펴나가겠다고 썼다. 편지를 주고받은 두 청년 1인 가구는 국회에서 열린 한 기자회견에서 우연히 만나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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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의 관심을 감지하고 있다는 신호”
협동조합주택 ‘무지개집’에 사는 성소수자 15명의 물음에는 ‘151명의 초선 의원’을 대표해 오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답했다. 작곡가 차이콥스키,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 수학자 앨런 튜링. 오 의원은 각 분야에서 독보적인 업적을 남겼으나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좌절을 겪어야 했던 인물들을 호명하며 “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성소수자들을 향한 사회적 편견은 여전하다. 국민과 발맞춰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드는 데 함께하겠다”고 했다. 다만 일부 종교계와 보수 진영의 거센 반대로 지난 20대 국회에선 발의조차 되지 못한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통과시켜달라는 무지개집 거주자들의 요구에 명확한 답을 하지는 않았다.
생태학자를 꿈꾸는 고등학교 3학년 김유진씨는 3선의 이종배 미래통합당 정책위의장의 답장을 받았다. 고효율 에너지믹스 정책. ‘확실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구체적 이행법안 등을 담은 강력한 기후법안을 만들어달라’는 청소년의 요청에 이 정책위의장이 내놓은 답변은 이렇다. “현 정부의 무분별한 탈원전정책·신재생에너지정책 대신, 친환경 고효율 신재생에너지 개발을 추진하는 정책”이라고 했다. 김씨가 활동하는 청소년기후행동은 “내용의 내실과 상관없이 미래통합당도 기후변화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을 감지하고 있다는 신호 같아 나름 기쁘다”고 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배달노동자 조봉규씨가 희망하는 ‘안전배달료’를 포함해 “배달 노동자의 삶의 질을 높이며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위해 힘쓰겠다”고 전했다. 더 나아가 플랫폼노동 전반에 관한 실태를 “면밀히 파악해” 보호 대책을 마련하겠다고도 강조했다.
‘학교 급식비(식품비)와 인건비 예산을 분리해 급식의 부실화를 막아달라.’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녀의 건강한 성장을 바라는 경기도 용인 학부모의 제안에 “영양가 높은 점심 식사를 제공하는 방안을 고민해보겠다”고 화답했다. 또 하태경 미래통합당 의원은 20대 여성인 대학원생 조희수씨의 바람대로 “디지털성범죄에 대한 가해자의 처벌과 피해자 보호 강화 대책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서보미 기자 spring@hani.co.kr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답장 1](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18/700/imgdb/original/2020/0624/2815929753851354.jpg)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답장 1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답장 2](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26/700/imgdb/original/2020/0624/3215929753850977.jpg)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답장 2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답장 3](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19/700/imgdb/original/2020/0624/7315929753851726.jpg)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답장 3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 답장](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424/600/imgdb/original/2020/0624/8415929753849417.jpg)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 답장
![이종배 미래통합당 정책위의장 답장](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435/600/imgdb/original/2020/0624/2415929753850271.jpg)
이종배 미래통합당 정책위의장 답장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 답장](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474/600/imgdb/original/2020/0624/7615929753848671.jpg)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 답장
![오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 답장](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424/600/imgdb/original/2020/0624/9315929753850626.jpg)
오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 답장
![류호정 정의당 의원 답장](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640/481/imgdb/original/2020/0624/2815929753849847.jpg)
류호정 정의당 의원 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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