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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 선거권이 전부는 아니지만

선관위의 18세 선거권 하향 개정의견, 김관영·박주민 등 선거법 개정안 발의… 피선거권, 정당 가입, 선거운동 자유 등 청소년 자기결정권 보장으로 확대해야
등록 2016-09-07 19:37 수정 2020-05-03 04:28
2014년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1618 선거권을 위한 시민연대’ 회원들이 청소년 참정권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청소년 모의 투표도 했다. 한겨레 김태형 기자

2014년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1618 선거권을 위한 시민연대’ 회원들이 청소년 참정권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청소년 모의 투표도 했다. 한겨레 김태형 기자

군인을 ‘군복 입은 시민’으로 규정하면 군 인권이 보인다. 청소년을 ‘교복 입은 시민’으로 보면 참정권 인식이 달라진다(‘교복을 입지 않은 시민’인 탈학교 청소년도 마찬가지다). 18세 선거권, 오래된 과제다. 선거권도 없는 ‘18 세상’이라고 일찍이 지난 세기 청소년운동은 외쳤다. 20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둔 지난 4월9일, 15~18세 청소년 8명은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불법’ 선거운동을 벌였다. 당시 참여한 강민진 십대섹슈얼리티모임 활동가는 “평일 광화문에 상주하던 선관위 직원이 마침 주말에 없어서 제재를 당하진 않았다”며 웃었다.

19세 미만이 선거운동을 하면 처벌하는 나라에서 벌인 ‘불복종’ 운동이다. 공직선거법 제60조 1항은 다음과 같이 규정한다.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은 선거운동을 할 수가 없다. ①대한민국 국민이 아닌 자(외국인을 말한다) ②미성년자(19세 미만의 자를 말한다).”

실효성 없는 법률이 아니다. 2012년 4·11 국회의원선거를 앞두고 최아무개 학생은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당시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야권연대 경선에서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트위터를 올려 선거법을 위반했단 것이다. ‘미성년자’라는 게 그 이유였다. 19세 미만 미성년자의 선거운동은 이 조항에 근거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6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font size="4"><font color="#008ABD">영호남에서 벌어진 선거권 캠페인</font></font>
대구 청소년교육문화공동체 반딧불이는 시내에서 청소년 선거권에 대한 설문조사를 벌였다. 57%의 청소년이 ‘선거연령을 더 낮춰야 한다’고 응답했다. 반딧불이 제공

대구 청소년교육문화공동체 반딧불이는 시내에서 청소년 선거권에 대한 설문조사를 벌였다. 57%의 청소년이 ‘선거연령을 더 낮춰야 한다’고 응답했다. 반딧불이 제공

선거권을 가져야 선거운동도 허용된다. 선거권을 가진 이들이 모든 참정권을 독점하는 나라에서, 여전히 보장되지 않는 기본권 중 기본권을 요구하는 청소년들이 2016년 영호남에서 ‘행동’을 벌였다.

대구 청소년교육문화공동체 반딧불이는 지난 5월21일~6월11일 청소년(18세 이하) 582명, 비청소년(19세 이상) 86명 등 668명이 참여한 ‘청소년 선거권 및 정치참여’ 설문조사를 벌였다. 시내로 나가 설문을 돌렸다.

청소년 582명 중 331명(57%)이 ‘선거연령을 낮춰야 한다’고 응답했다. ‘17세로 낮춰야 한다’는 의견이 98명(30%)으로 가장 많았다. 낮춰야 하는 이유로 ‘청소년도 시민으로서 대표를 뽑는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210명)가 많았다. 비청소년 86명 중 48명(56%)도 ‘낮춰야 한다’고 답했다.

반딧불이는 청소년 참정권을 요구하는 캠페인도 벌였다. 학생과 교사의 속내를 듣는 심층인터뷰도 했다. 머잖아 배포될 활동보고서에는 재미있는 의견이 가득하다. “선거연령을 0세로 해야 한다.” 한 초등학교 교사는 나이를 경계로 참정권을 나누는 것의 ‘불가능성’을 그렇게 말했다. 그룹인터뷰에 참여한 15~19세는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 “(청소년이 정치적으로) 휩쓸려간다는 말은 선택권을 주지 않았다가 갑자기 주기 때문에 순간적으로는 당연해요.” “정치에 관심을 가지는 것도 또 다른 공부라고 생각해요.” “선거연령이 낮아지면 청소년 관련 정책이 많이 나올 거예요.” “청소년은 누군가가 바라보고 정의하는 사람이 아니고 청소년도 스스로 자신의 생각을 정의할 수 있어요.”

국가인권위원회와 협력하는 청소년 의견 전달 프로젝트 ‘내 목소리가 들리니?’는 하반기에 이어진다. 김진환 반딧불이 인권교육팀장은 “2014년 전국의 청소년과 함께 ‘1618 선거권을 위한 시민연대’ 활동을 했다”며 “이번엔 미리 이슈를 만들려고 대선이 내년이지만 올해부터 활동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전북 군산의 청소년자치연구소 ‘달그락달그락’은 청소년 참여포럼을 운영한다. 여기의 청소년기자단은 올해 지역 의제를 발굴하고 해법을 제안하는 활동을 벌였다. 이들은 ‘달달포럼-청소년이 제안하는 정책, 지역에 어떻게 반영할 것인가?’를 열었는데, 마침 지역구 의원인 김관영 국민의당 의원이 참여했다.

‘18세 선거권’을 주장하는 학생들을 지켜본 김관영 의원은 선거연령을 18세로 낮추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지난 6월17일 발의했다. 지역자치에 초점을 맞춘 청소년 활동에 호응하듯 조례 제정·개폐 제안권을 18세로 낮추는 지방자치법 개정안도 함께 발의됐다.

달그락달그락은 전국의 선생님, 친구들과 함께 ‘청소년참여네트워크’ 명의로 7월 에 18세 선거권 연령 하향 법안 지지 성명서를 냈다. 오성우 청소년자치연구소 사무국장은 “학생의 날이 있는 11월 전국에서 18세 선거권 플래시몹을 계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렇게 아래로부터 올라오는 요구에 위에서 나온 응답도 있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유일하다. 한국만 18세에게 선거권을 주지 않는다. 일본은 지난해 선거연령을 20세에서 18세로 낮춰 올해 참의원선거를 치렀다. “세계 각국도 20~21세로 규정돼 있던 선거연령을 18세로 낮추는 추세이며, 미국·영국·프랑스·독일·일본 등 세계 147개국도 이미 선거연령을 18세로 하는 점을 고려하여 선거권 연령을 18세 이상으로 낮추려는 것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공청회를 거쳐 8월25일 정리해 발표한 선거법 개정의견의 내용이다.

여기엔 “정치·사회의 민주화, 교육수준의 향상, 인터넷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한 정보 교류로 인하여 18세에 도달한 청소년도 독자적인 신념과 정치적 판단에 기초하여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는 능력과 소양을 갖추었다”고 제안 이유가 못박혀 있다. 18세 선거권 운동의 오랜 요구가 선거 업무를 책임지는 국가기관의 개정의견으로 이어진 것이다.

2014년 헌법재판소는 19세 이상에게만 선거권을 부여한 공직선거법을 합헌으로 결정했다. 결정문에는 “국가마다 특수한 상황” “합리적인 입법 재량의 범위” 같은 익숙한 단어들이 동원됐다. 다수의견은 “19세 미만의 미성년자의 경우 독자적으로 정치적 판단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정신적·신체적 자율성을 갖추지 못했다”고 밝혔다.

<font size="4"><font color="#008ABD">“극복 대상은 사회의 미성숙”</font></font>
19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여야 간사들이 정의화 국회의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18세 선거권 도입은 새누리당이 반대해 무산됐다. 국회 사진공동취재단

19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여야 간사들이 정의화 국회의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18세 선거권 도입은 새누리당이 반대해 무산됐다. 국회 사진공동취재단

윤현식 전 노동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2015년 5월 에 기고한 글에서 다수의견에 대해 “국가후견주의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극복해야 할 것은 청소년들의 미성숙이 아니라 그들을 계속해서 미성숙의 상태로 두려고 하는 제도적 문화적 구태”라는 것이다.

19대 국회 정치개혁 특별위원회도 ‘18세 선거권’을 논의했다. ‘18세 선거권 하향’에 여야가 합의하는 듯했지만, 막판 새누리당의 반대로 관련법 개정이 무산됐다. 선거연령을 17세로 낮추는 개정안을 만들었던 장하나 전 국회의원은 “정치혐오 방치, 탈정치 조장이 보수정당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서 합의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8월4일 대표발의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의 입장은 헌재와 반대다. “18세에 도달한 청소년은 이미 독자적인 인지능력을 갖추고 소신 있는 정치적 판단을 통하여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는 능력과 소양을 갖추었다”고 본다. 개정안은 18세로 선거권을 낮추는 것은 물론 피선거권, 정당 가입, 선거운동 연령도 낮춘다. 대통령 40세, 국회의원 25세인 현행 피선거권 기준을 18세로 낮춘다(대통령선거 제외). “선거권이 있는 사람의 피선거권을 유예한다는 것이 불합리”하기 때문이다. 청소년을 ‘표 찍는 기계’로 취급하지 않으려면 피선거권도 함께 보장해야 한다는 요구를 반영했다.

<font size="4"><font color="#008ABD">미래 세대가 미래 결정해야</font></font>

박주민 의원 안은 교육감 선거연령 16세, 정당 가입 연령 15세 이상으로 낮춘다. ‘18세 선거권’에서 ‘청소년 참정권’ 보장으로 10여 년 논의는 심화됐다.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은 지난해부터 16세부터 교육감 선거권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생에게 영향을 끼치는 선거에 학생이 영향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만의 논리가 아니다. 2013년 선거연령 하향을 담은 국가인권위원회 권고안은 “선거 목적이나 성격에 따라 선거권을 부여하는 기준을 다르게 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상당수 나라에서 선거에 따라 선거연령이 다르다. 지방자치단체 선거 등에서 더 낮은 나이에도 선거권을 주는 것이다.

관악청소년연대 ‘여유’의 검은빛 활동가는 2016년 1월 에 기고한 글에서 “청소년 참정권을 보장하기 위한 폭넓은 접근은 ‘몇 살의 연령이 권리를 부여하기 합당한가’라는 지금의 질문을 ‘어떠한 접근으로 청소년이 지닌 정치적 기본권을 최대한 보장할 것인가’로 뒤집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 이상으로는 모두 열어주고, 그 이하로는 하나도 열어두지 않는’ 기존의 관점에서 벗어나야 한다”(2012년 장하나 의원 주최 토론회 발제문)는 것이다.

녹색당이 선거권 있는 자만이 정당의 당원이 되는 현행 정당법의 규정에 대해 헌법소원을 낸 맥락도 다르지 않다. 이렇게 사회운동은 18세를 경계로 나뉘지 않는 청소년의 자기결정권을 핵심으로 여긴다. 그러나 참정권을 투표권으로 좁히는 관점의 벽은 높다. 강민진 십대섹슈얼리티모임 활동가는 “이번 선관위 개정의견에 정당 가입 연령을 16세로 낮추는 내용이 담겼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결국 빠졌다”고 전했다.

아동·청소년을 위한 정책은 있었지만, 아동·청소년에 의한 나라는 없었다. 지난 10년 한국 사회의 주요 의제는 무상급식, 국정교과서 등이었다. 청소년에게 영향을 끼치는 결정에 청소년의 결정권은 배제됐다. 오히려 갈수록 사회·경제적 자원이 기성세대에게 쏠리는 현상은 선거를 통해 더욱 공고해졌다.

민간싱크탱크 ‘여시재’ 이원재 이사는 “18세가 앞으로 30년 경험할 세상과 48세가 지난 30년 경험한 세상은 완전히 다르다”며 “미래를 살아갈 세대가 미래를 결정할 권한을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18세 선거권이 기울어진 구조에 ‘보정’ 효과는 준다는 얘기다.

이런 현상이 극심한 일본은 지난 7월 참의원선거부터 선거연령을 20세에서 18세로 낮췄다. 오히려 자민당이 변화를 이끌었다. 표계산에서 불리하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 참의원선거에서 18~19세 중 40%가 자민당에 투표했다는 조사도 있다. 아베노믹스 아래서 검정교과서를 배우며 성장한 이들은 ‘아베 세대’로 불리기도 한다. 이처럼 18세 선거권은 짐작과 다른 효과를 낼지 모른다. 19대 국회에서 새누리당이 이전보다 긍정적으로 18세 선거권을 검토한 이유도 크게 다르지 않다.

<font size="4"><font color="#008ABD">군대는 가는데 투표는 금한다?</font></font>

결혼하고, 운전하고, 입대하고, 취업하고, 한국 18세의 법적 권리는 다양하다. 사실상 법적 성인으로 취급하지만 선거권은 유예된다. 민법상 성년을 19세 이상으로 규정한 것 외에 18세 선거권을 제한할 근거가 없다. 대선이 열리는 내년 18세 인구는 61만여 명이다. 모두 학생도 아니다. 세계적 추세로 18세 선거권은 보통국가의 기본권에 속한다. 여소야대 국회에서 개정안이 잇따르고 있다.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18세로 선거연령을 낮추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정치만 ‘19금’ 세상이 바뀔까?

<font color="#A6CA37">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인터뷰</font>


“무게만큼 권리도 줘야 한다”


대구의 반딧불이, 군산의 청소년자치연구소 달그락달그락 활동가들은 “18세 선거권 토론회에 박주민 의원을 부르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그만큼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공직선거법 등 개정안은 그동안의 요구를 충실히 담았다. 18세 선거권은 물론 교육감 선거 16세, 정당 가입 15세 이상으로 문턱을 낮췄다. 변호사 출신인 그에게 입법 취지를 물었다.
김진수 기자

김진수 기자

개정안을 내게 된 이유는.
투표권은 가장 중요한 국민주권이다. 그것을 제한하는데, 권리침해 방식이면 곤란하다. 19세 이상 선거권은 근거도 없이 지나치게 권리를 제한하고 있다.
학교의 정치화 우려 목소리가 있다.
일단 18세가 모두 고등학생은 아니다. 정치는 더러워서 피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정치를 생활의 중요한 요소로 받아들이는 교육과 훈련이 절실하다. 정당 가입을 선거권 연령보다 낮춘 이유도 정당이 정치를 교육하고 훈련하는 기능을 해서다. 18세 이하도 간접적이나마 정치에 관여할 권리를 줄 필요가 있다. 18세 선거권이 도입돼도 학교에는 정치적 자유를 억누르는 학칙이 굉장히 많다. 선거권뿐 아니라 청소년 참정권을 보장하는 학교로 바뀌어야 한다.
교육감 선거연령은 왜 16세인가.
교육감은 초·중·고를 관리하는 직책이다. 정책의 영향을 받는 재학생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 같이 발의한 의원들 일부도 ‘너무 급진적인 거 아냐?’라고 묻지만, 교육 문제에 학생들이 영향을 끼칠 수 있어야 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개정의견도 나왔다.
선관위가 보수적인 기관인데, 그렇게 의견을 낼 만큼 문제가 많다는 뜻이다.
정말 야당에 유리할까.
오히려 반대일 수도 있다. 그러나 정치적 이해관계를 셈하기 전에 기본권은 보장해야 한다.
야당이 다수인데 전망은.
국회선진화법이 있다. 세 야당의 공동안이 있어도 여당이 반대하면 돌파하기 어렵다. 여론이 뒷받침돼야 한다. 아무래도 내년 대선 전까지는 어렵고, 이후 논의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점점 줄어드는 젊은 세대에게 사회를 부양할 무게가 점점 커지고 있다. 이들에게 일찍부터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할 권리를 주는 배려가 필요하다.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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