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전주교구 신부들이 지난 11월22일 불법선거 규탄과 박근혜 대통령의 사퇴를 촉구하는 시국미사를 봉헌한 뒤 촛불문화제를 열고 있다. /김봉규 기자
“저항은 믿음의 맥박이다.”
12일 만이다. 전주교구 박창신 신부의 시국미사 강론(11월22일)과 보수세력의 ‘종북 사제’ 맹폭 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하 사제단)이 12월4일 내놓은 첫 일성이다. 사제단은 “불통과 독선, 반대 세력에 대한 탄압으로 일관하는 공포정치의 수명은 그리 길지 않다. 지금이라도 책임을 지고 스스로 물러남이 명예로운 일”이라며 박근혜 대통령 사퇴를 거듭 촉구했다. 결기는 더 단단해졌다. “선거 부정의 책임을 묻는 일이 고난을 초래하더라도 우리는 이 십자가를 외면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사제단은 현재 정권 비판 목소리의 최전선에 서 있다. ‘입장문’ 발표의 배경을 사제단 상임위원회(집행기구) 장동훈 신부(위 사진)에게 들었다.
국정원 선거 개입 진상 규명 요구에 아무런 답이 없던 정권이 작은 교구의 시국미사를 빌미로 식상한 이념 논쟁으로 몰고 갔다. 유치하고 졸렬하다. ‘사퇴’란 표현이 당연히 걸렸겠지만, 대통령은 물론 여당과 보수 언론·단체가 마치 기다린 것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믿기지 않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줄곧 종북 논리로 호도해온 정권이니 이번에도 그럴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래서 동요는 없었다. 다만 어디까지 가는지 지켜봤다. 12월3일 내년 총회 준비모임에서 각 교구의 의견을 듣고 전체 입장을 정리해 발표했다. 두 가지를 말하고 싶었다. 첫째, 진상 규명 요구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태도는 대통령 자격을 의심스럽게 한다. 대통령 자격을 입증해달라는 것이다. 둘째, 사제단의 시국미사를 종북몰이 하며 비판 의견 전체를 전면 차단하겠다는 태도를 지적했다. “묵과하지 않겠다”는 대통령의 발언은 민주주의를 지키려 저항해온 지난 역사 전체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말처럼 들린다.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이 우리를 향해 “조국이 어디냐”고 물었는데, 이젠 민주시민들이 그들의 조국이 어디냐며 묻고 있다.
우리는 특정 진영에 가담해 지난 대선에 불복하는 것이 아니다.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달라. 지금의 사태가 그만큼 위중하다는 뜻이다. 말이 뜻을 품지 못하는 세상이다. ‘국민행복시대’라고 강조하는데, 여기서 국민은 누구인가. 기득권층만을 뜻하는 것인가. ‘국민 통합’을 약속했는데, 이 심각한 사회 갈등이 국민 통합의 결과인가. 불신의 근거는 대통령의 언행 불일치다.
교회는 세상과 긴장관계에 있을 수밖에 없다. 교회가 세상에 영감을 줄 수 없을 땐 필연적으로 부패한다. 지금 정권은 약자들을 상대로 너무 잔인한 일들을 벌이고 있다. 각오가 없다면 나서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대가가 따를 것이다. 치러야 할 몫이다. 거센 탄압은 우리가 옳다는 반증이다.
내년 1월 정기총회 때까지 정해진 건 없다. 성명 이후 신부들이 각자의 판단에 따라 행동할 것이란 정도다. 우리만 진리이고 너희는 무조건 들으라는 뜻이 아니다. 우리도 이 시대를 아파하는 상처받은 사람들이다. 그래서 회피하지 못하는 것이다. 세상이 어둡다면 우리가 빛으로 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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