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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신만고? 일사천리!

이너블루, 회사 설립도 안 한 채 중국과 양해각서…
광산 탐사 두 달 만에 끝내고 채굴 허가권 따내
등록 2009-06-26 15:20 수정 2020-05-03 04:25

‘정권의 특혜’인가, ‘봉이 김선달’인가.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이 인수한 중국 석영광산 개발업체에 대한 의혹이 이어지고 있다.
이너블루는 석영광물 개발회사다. 석영은 실리콘의 원료다. 실리콘의 별명은 ‘산업의 쌀’이다. 반도체의 원료로 잘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태양열발전을 위한 필수 소재로 떠오르고 있다. 현 정부의 화두인 ‘신재생에너지’의 핵심이다. 실리콘을 순도 98%까지 정련한 것을 메탈실리콘이라고 한다. 메탈실리콘을 순도 99.99999% 이상으로 초정밀 정련한 것이 폴리실리콘이다. 이 폴리실리콘이 태양열을 전기로 바꿔주는 구실을 한다. 석영광산 개발과 폴리실리콘 사업을 위해서는 수천억원의 자본이 필요하다. 정련과 가공을 위한 첨단기술이 필요한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이너블루는 이런 막대한 자본과 첨단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보기에는 의문점이 많았다. 이명박 대통령의 친구 천신일 회장이 이 회사에 투자한 이유를 잘 살펴봐야 하는 이유다.

이너블루의 중국 석영 개발 사업 일지와 세중나모 주가 흐름(※ 이미지를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이너블루의 중국 석영 개발 사업 일지와 세중나모 주가 흐름(※ 이미지를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본점 소재지 신고한 곳에 입주한 적 없어

이너블루 최종오 사장이 중국 칭하이성을 처음 방문한 것은 지난해 3월31일이었다. 최 사장은 당시 이너블루 회장 직함을 썼다. 이너블루는 칭하이성 현지 석영광산을 개발하고 폴리실리콘 공장을 설립하겠다고 칭하이성 상무청에 제안했다. 양쪽은 같은 해 4월3일 ‘업무합작 관련’ 양해각서(MOU)를 맺는다. 문제는 이때 이너블루 법인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너블루가 법인 설립 등기를 한 날짜는 지난해 4월16일이다.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13일 뒤에야 회사가 생겼다. 설립 자본금은 5천만원이었다. 앞뒤가 바뀌어도 한참 뒤바뀐 절차다.

이너블루가 설립 당시 신고한 본점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5번지 ㄷ빌딩 2층이었다. 이 확인한 결과 이 건물에는 이너블루라는 회사가 입주한 적이 없었다. 빌딩 관리사무실에서는 “이너블루라는 회사가 입주했었냐는 문의가 몇 차례 있었는데, 그런 회사는 없었다”고 밝혔다. 이너블루는 12일 뒤인 4월28일 서울 강남구 개포동 15번지 ㅅ빌딩 305호로 본점을 옮긴다. 10평 크기의 조그만 사무실이었다.

이너블루의 등기부에 올라 있는 이사들도 모두 가족이었다. 최종오 사장과 형 최아무개(56)씨, 그리고 부인 김아무개(41)씨가 이사로 등재돼 있다. 급조한 회사라는 티는 이렇게 곳곳에서 드러났다.

최종오 사장은 “양해각서 체결 이후에 법인을 설립한 것은 사실이며, 법인 설립 당시 주소지는 임의로 정할 수 있다”며 “당시에는 돈이 없었기 때문에 양해각서를 체결한 뒤에 법인을 설립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수천억원대의 사업을 하겠다는 기업가가 돈이 없었다는 설명은 납득이 되지 않았다. 최 사장은 “형과 부인이 자본금 5천만원의 상당수를 냈기 때문에 주주 겸 이사로 등재됐다”고 덧붙였다.

이너블루 대표단은 지난해 5월6일 다시 중국을 방문한다. 5월7일 이너블루와 칭하이성 하이둥주는 ‘석영광자원개발과 폴리실리콘건설사업 협의서’를 맺는다. 계약 내용을 보면, 이너블루는 칭하이성 동쪽 지구의 석영광산을 개발하고, 1차로 9천만달러(약 1080억원)를 투자하기로 한다.

세중나모, 한 달 만에 전격 투자… 국가사업 발표

천신일 회장의 세중나모는 지난해 5월19일 이너블루에 12억원을 투자했다. 지분의 40.1%를 넘겨받았다. 이너블루를 계열사로 편입했다. 세중나모는 계열사 편입을 공시하면서 이너블루는 중국 칭하이성 석영광산의 광업권 계약을 체결한 회사라고 밝혔다.

이너블루를 인수한 천신일 회장은 일주일 뒤인 5월27일 2박3일 일정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에 동행했다. 천신일 회장은 방중 직후 인터넷 경제매체 와의 인터뷰에서 “방중 기간 중 대외무역경제합작국 국장 등 중국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 광산 개발 등에 관해 법적·제도적·인적 자원 등의 협력 및 지원에 대한 폭넓은 의견을 나눴다”고 밝혔다.

세중나모의 투자 과정 역시 납득하기 쉽지 않다. 법인 설립 한 달 만에 투자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통상 투자 전에는 기업 실사 과정을 거친다. 주주 구성과 이사진 구성, 자본과 기술력 등을 꼼꼼하게 따지는 절차다. 이 과정이 ‘대충대충’ 이뤄진 것이다. 몇 가지 질문과 현장 방문만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는 허점들을 그냥 넘어간 것이다. 최종오 사장은 “내가 2차 방중했을 당시 세중나모 임원이 대표단의 일원으로 참가해 계약 과정 전체를 살펴봤고, 칭하이성 현지의 광산까지 확인한 뒤에 세중나모가 공식적으로 투자를 결정하게 된 것”이라며 “특혜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국내 실리콘 업체의 한 임원은 “세중나모가 이너블루 투자를 결정한 직후에 이명박 정부가 태양열발전을 비롯한 신재생에너지를 차세대 국가사업으로 발표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라며 “업계에서는 세중나모가 정부 차원의 특혜를 받게 되는 것이 아니냐는 소문이 돌면서 세중나모 주가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던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세중나모 주가는 이너블루 관련 소재가 터질 때마다 급등했다. 2008년 초부터 6천원대를 벗어나지 못하던 세중나모 주가는 이너블루 투자와 천신일 회장 방중 직후인 6월2일 8090원까지 상승한다. 이너블루가 한국매쿼리와 자본유치 계약을 체결했다는 뉴스가 나온 올해 3월2일에는 장중 상한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너블루는 이날 한국매쿼리와 올해 4월까지 4천억원을 유치하기로 투자유치 계약을 맺은 바 있다.

한편, 이너블루 대표단은 지난해 6월25일 세 번째로 중국을 방문한다. 이너블루는 이때 칭하이성의 석영자원 개발사업에 세 차례에 걸쳐 30억위안(약 5500억원)을 투자하기로 약속했다. 첫 번째로 9천만달러를 투자하겠다는 약속도 재확인한다. 자본금 13억원의 법인이 약속하기에는 너무도 큰 액수다. 중국 칭하이성 하이둥 지구 정보과는 이너블루를 ‘석영상품과 단결정실리콘 그리고 태양광전지를 생산하는 대형 회사’라고 표현했다. 이너블루 대표단이 자기 회사를 그렇게 밝히지 않았으면 나올 수 없는 표현이다.

이너블루가 첫 본점 소재지로 등록한 서울 여의도의 ㄷ빌딩과 두번째 본점 소재지로 등록한 개포동 ㅅ빌딩의 외경과 ㅅ빌딩 305호 내부 풍경(왼쪽부터 시계방향). 이너블루는 ㄷ빌딩에는 있었던 적이 없고, ㅅ빌딩에서는 10평짜리 사무실을 월 199만원에 빌려 입주하고 있다가 두 달 만에 현재의 서초동 사무실로 옮겼다. 사진 <한겨레21> 류우종 기자

이너블루가 첫 본점 소재지로 등록한 서울 여의도의 ㄷ빌딩과 두번째 본점 소재지로 등록한 개포동 ㅅ빌딩의 외경과 ㅅ빌딩 305호 내부 풍경(왼쪽부터 시계방향). 이너블루는 ㄷ빌딩에는 있었던 적이 없고, ㅅ빌딩에서는 10평짜리 사무실을 월 199만원에 빌려 입주하고 있다가 두 달 만에 현재의 서초동 사무실로 옮겼다. 사진 <한겨레21> 류우종 기자

“칭하이성 정부가 데이터까지 넘겨줘”

최종오 사장은 “중국 칭하이성과 맺은 계약은 9천만달러를 납입해야 채굴권을 받을 수 있는 조건부 계약이었다”며 “3~5년 안에 9천만달러를 모두 지급하면 되는 조건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9천만달러도 세 차례에 걸쳐 납입하면 되고, 첫 3천만달러도 3개월 이내에 15%만 지급하면 채굴권이 인정되는 조건이었기에 처음에는 60억원 정도만 납입해도 사업이 이뤄지게 돼 있었다”고 주장했다.

일은 그 후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됐다. 지난해 8월19일에는 석영채굴권 보장 계약을 맺었다. 이어 11월10일에는 칭하이성의 석영광산 매장량이 3437만t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이너블루는 당시 “지질구조 탐사 전문업체인 ㄴ사에 의뢰해 탐사를 진행한 결과 광산의 평균 순도가 99% 이상이며, 총매장량은 3437만t에 이른다”고 밝혔다. 당시 발표 내용을 보면 ㄴ사는 2008년 7월부터 8월까지 현지 예비탐사와 본탐사를 거쳤고, 9월부터 2개월간 한국요업기술원에서 샘플 분석을 거쳐 현지 규석광산의 경제성을 조사했다. 국내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의문을 던졌다.

한 실리콘 전문업체 임원의 말이다. “석영광산 탐사 과정은 1차 위성탐사, 2차 탄성파 검사, 3차 시추검사로 대략 1년이 걸린다. 제일 중요한 것이 시추탐사다. 100m 깊이로 300~500개 이상의 시추공을 뚫어 샘플을 얻는다. 시추탐사는 서너 달 이상 걸린다. 시추탐사에는 10억원 이상의 돈이 들어간다. 그 이후에야 석영광산의 평균 순도와 총매장량이 산출된다. 개발업체는 이 내용을 중국 국가자원위원회에 신고해야 채광허가증이 나온다. 채광허가권이 나오려면 보통 2~3년이 걸린다.” 이너블루의 의뢰를 받은 ㄴ사의 탐사 기간은 두 달에 불과했다.

최종오 사장은 “중국 칭하이성 정부가 자체적으로 탐사한 데이터를 넘겨줬고, 광산 일대에서 88곳을 시추탐사한 결과 순도가 일치했다”며 “그 덕분에 탐사가 일찍 끝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너블루의 기술력과 자본력도 의심스럽다. 이너블루는 석영광산 개발 이외에도 메탈실리콘과 폴리실리콘 제조까지 사업영역으로 밝히고 있다. 실리콘 제조업은 대규모 자본이 필요한 장치산업이다. 메탈실리콘 공정에는 100억원 정도가, 폴리실리콘 공정에는 수천억원의 투자가 필요하다. OCI(옛 동양제철화학)의 경우 연간 2만6500t의 폴리실리콘을 생산하는 라인을 갖추기 위해 2조2510억원을 투자했다. 이너블루의 자본금은 13억원이고, 코스닥에 상장된 세중나모의 시가총액도 744억원에 불과하다.

이너블루는 독자적인 연구개발 인력을 보유한 것도 아니었다. 최종오 사장은 “중국의 쿤밍대학과 올해 3월 메탈실리콘 기술개발 협력체계를 갖췄고, 폴리실리콘 제조방법에 대한 자체 특허도 올해 3월 특허청에 출원했다”며 “기술력이 없다는 것은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이너블루를 설립할 당시에 돈도 기술도 없었다는 것은 사실이다. 이런 회사가 중국 정부로부터 조건부지만 채굴권 허가를 받았고, 광산 개발에 필요한 모든 데이터들을 넘겨받을 수 있었다는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 민주당이 ‘정권 차원의 특혜’라고 주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너블루 “천 회장 손 떼 우리가 피해자”

최종오 사장은 “투자받을 당시는 세중나모 천신일 회장이 이명박 대통령의 친구라는 사실도 몰랐고, 천신일 회장이 박연차(전 태광실업) 회장 문제로 검찰 조사를 받게 된 이후로는 그간 진행되던 외부투자 협상도 모두 중단됐다”며 “천신일 회장도 이제 와서 ‘손을 떼겠다’고 하는 상황이라 오히려 피해자는 이너블루다”라고 주장했다. 최 사장은 “한국매쿼리와의 계약도 제대로 이행되지 않아 지금은 계약이 무효화된 상태”라고 밝혔다.

이태희 기자 herm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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