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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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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잘 저으면 민주당 뜰 수 있다”

추미애 의원의 지도부 비판 “노선과 정책 정립해 지지세력 복원해야”
등록 2008-10-31 13:20 수정 2020-05-03 04:25

추미애 민주당 의원이 다시 언론에 활발하게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9월 말이었다. 7월6일 전당대회에서 당권 도전에 실패한 지 거의 석 달 만이었다.
추 의원이 컴백한 시점은 북핵 6자회담 미국 쪽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남북한 방문을 앞둔 시점이고, 이명박 대통령과 정세균 민주당 대표가 회담을 마친 직후였다.
당시 그는 정부를 향해 “이명박 정부는 더 이상 급박한 시기를 놓치지 말고, 북핵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고, 청와대 회담을 마친 정세균 대표를 우회적으로 겨냥해 “누적된 현안이 많았는데 (회담에서) 국민의 목소리를 가감 없이 전달하고 답변을 받아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그로부터 약 한 달이 지난 10월22일 추 의원을 만났다.

추미애 의원

추미애 의원

-지난 9월 말, 청와대 회담 직후 정부의 대북정책과 회담 내용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던 게 많은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남북관계는 좌우에 따라 입장을 달리할 게 아니다. 북핵 문제를 잘 풀면 경제적 해법까지도 찾을 수 있다. 그런데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방북한다고 하는데도, 우리 쪽에서는 아무런 이야기가 없어서 나섰다. 이명박 정부가 잘못한다고 비판을 한 게 아니라 ‘이렇게 하라’ 하는 이야기를 해준 것이다.

-민주당 지도부에 대한 비판도 있지 않았나.

=크게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북핵 문제 해결에 우리가 팔짱만 끼고 있으면 안 된다는 차원에서 이야기한 거지만, 그에 덧붙여서 이명박 정부가 계속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하잖나. 잃어버린 10년 이야기를 들으면 그때 당의장도 지내놓고, 그리고 이제 또다시 민주당 대표가 되어 청와대에 초청받아 갔으면 거기에 대해 ‘나를 파트너로 불렀으면 전임 정부 성과를 제대로 평가해달라’ ‘우리를 잃어버린 10년 세력이라고 매도하는데 우리가 나라 망하게 했느냐, 우리가 민주주의의 기반을 탄탄히 구축하고 국제통화기금(IMF) 위기를 극복해서 여기까지 오지 않았느냐’, 이 정도 이야기는 하고 왔어야 한다. 그걸 안 하고 나오니까 교과서 논쟁이 붙고…, 논쟁은 무슨, 그냥 밀리는 거다.

-청와대 회담 직후 추 의원 등의 문제제기가 잇따르자, 당내 일각에서는 이를 선명성 경쟁으로 보고 비판하는 쪽도 있었다.

=그건 받아들이는 쪽에서 잘못 생각한 것이다.

-이념이나 노선의 문제가 아니라는 건가.

=아니다. 당연히 이념·노선의 문제다. 왜냐면 지금 민주당이 안 보이는데, 그렇다고 지지세력까지 실종된 게 아니잖은가. 야당의 역할에 대한 기대가 있기 때문에 과거에 (지지가) 있었고, 앞으로도 우리가 하기에 따라 얼마든지 복원될 수 있는데, (민주당이) 눈에 안 보인다는 건 굉장히 뼈아픈 지적이지 않나. 그래서 왜 이렇게 됐는지, 노선이나 정책, 인물을 포함해서 생각해봐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당시 발언이 특정 개인에 대한 입장은 아니었다. 어떻게 하면 현 상황을 타개하고 대안적인 리더 역할을 할 수 있느냐에 대한 고민이었다.

-노선이나 정책, 인물 가운데 특히 민주당에 인물이 없다는 이야기가 많다.

=사실 이제 와서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은데, 당이 인물을 노출하는 때가 있다. 아무 때나 등장하는 것은 아니다. 뭐냐면 전당대회를 통해서 당을 어떻게 이끌고 나가겠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것이다. 지난번 전당대회(7월6일)가 당이 새롭게 나아가는 면모를 보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는데, 그 기회를 놓쳤다. 그건 당심도 반영한 게 못 되고 민심도 반영한 게 못 된다. 대의원을 전국에 있는 299개 지역위원장이 임의로 집어넣었고, 형식만 전당대회였다. 사실은 여의도판 뭐랄까 끼리끼리 대회였다. 거기에 대한 반성을 해야지 누워서 침 뱉기 식으로 인물이 없지 않느냐 그런 소리를 왜 하나.

-민주당에 대한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 이유는?

=그 지지율이란 게 내가 말한 것을 수치로 보여준 것에 불과하다. 그렇게 못했기 때문에, 당이 새출발을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살리지 못했기 때문에 나타난 것이다. 현재까지 오면서 당이 도로 퇴행적으로 보이게끔 됐다.

-그렇다면 답은 보이나.

=답이 안 보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정치는 내공이 중요하다.

-내공?

=그렇다. 내공. 사람들은 정치집단이든 정치인이든 잘 안 보이면 잊어버린다. 하지만 내공이 쌓였을 때, 신뢰감이 있을 때는 언제든지 다시 복원해낼 수 있다. 그런 차원에서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한 거지, 하지 않고 혹은 할 생각과 전략도 없으면서 안 보인다는 건 패배주의다. 앞으로 기회가 있다고 보고, 개인적으로도 그렇게 하기 위해서 부단한 노력을 할 것이다.

-9월 말 문제제기를 한 지 한 달 정도 지났는데, 당이나 지도부에 변화가 있다고 보나.

=내가 던진 메시지는 지도부만의 문제가 아니고, 그런 이야기보다 남북관계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가 갑자기 대화 불능 상태에 빠지니까 다급해하는, 그런 상황에 대한 대안을 미리 이야기했던 것이다. 물론 지도부에 자극을 준 적은 있지만, 지금까지 정치를 하면서 개인을 상대로 시비하거나 개인에 대해 라이벌 의식을 느껴 정치한 적은 없다. 리더십이라는 건 여야를 떠나서 앞을 내다보고 이끌어나가고, 문제에 대한 진단을 정확히 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서 여야의 시비만으로 보는 것은 안 된다는 거다. 이를테면 직불금 문제도 야당이라서 문제 삼는 건 아니다.

-직불금의 경우 책임소재는 있을 텐데.

=농촌에 거주하는 농민이 아니면서 쌀 직불금을 타먹은 것은 ‘복지 사기’다. 농업 자체는 산업으로서의 경쟁력이 떨어지니 직불금 제도로 농민들의 소득을 보전해주는 것이니까, 직불금이라는 것은 우리 농촌을 보호하기 위한 최후의 보장 수단이다. 그런데 땅투기를 하면서 혹은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으면서 농민들에게 돌아가야 할 사회복지 혜택을 가로챘다는 것은 복지 사기다.

-참여정부와 현 정부 가운데 어느 쪽 책임이 더 크다고 보나.

=제대로 감시하지 않고 엉뚱하게 쓰이도록, 즉 복지 사기를 허용했으니까 그것에 대해서는 감시를 제대로 하지 못한 전임 정부나 현 정부나 마찬가지로 책임이 있다. 누구의 책임으로 돌아가는 문제가 아닌 것이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사진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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