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분’ 요구하며 한나라당 전당대회 출마하는 공성진 의원… 박근혜·강재섭·정몽준·이재오 나서면 계파 갈등 악화
▣ 글 최성진 기자csj@hani.co.kr
▣ 사진 이종찬 기자rhee@hani.co.kr
한나라당 서울시당위원장을 맡고 있는 공성진 의원이 7월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했다. 공 의원은 4월22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뤄진 과의 인터뷰에서 “서울 지역의 대표 자격으로 전당대회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른바 MB계 가운데서도 ‘이재오계’ 핵심 의원으로 분류되는 공성진 의원에게 한나라당 전당대회의 의미와 구도에 대해 물었다. 공 의원은 당 안팎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친박 복당’ 문제와 청와대 정무 라인을 둘러싼 당청 갈등에 대해서도 견해를 밝혔다.
은 앞으로도 전당대회를 준비하는 한나라당 각 계파 핵심 인물들과 연쇄 인터뷰를 통해 한나라당 권력지형의 변화를 전망할 계획이다.
이재오 전 최고위원과 전당대회 출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나.
=그렇다. 한나라당의 진로와 당 지도부 구성에 대해 포괄적으로 논의했다. 그 속에서 내 거취나 위상을 어떤 식으로 정립할지에 대해서도 당연히 대화했다.
전당대회에 나서는 이유는.
=지난해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당시 내가 이명박 후보 쪽의 서울시 선거대책위원회 총괄본부장이었는데, 서울에서 5077표 차로 앞섰다. ‘서울 압승’이 이 후보의 승리를 견인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대선에서도 서울의 득표율이 전국 평균보다 높았고, 4월9일 총선에서도 서울 48개 지역구 가운데 40곳을 휩쓸었다. 내가 서울을 책임지는 동안 치러진 세 차례의 선거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이 계속 이겼다.
공 의원의 공로만은 아닐 텐데.
=물론 기본적으로는 ‘이명박 효과’가 있어 가능했다. 하지만 총선의 경우 접전 지역도 많았는데, 서울시당 차원에서 최대한 지원했다. 그 결과 한나라당이 영남 중심의 지역당에서 서울 중심의 전국정당이 됐다. 주변에서도 이제는 서울의 이해를 대변할 수 있는 사람이 나서야 한다는 요구가 있다. 당 대표든 최고위원이든 서울 지역의 대표가 지도부의 일원이 돼야 한다고 정정당당하게 요구할 생각이다.
얼마나 공감을 얻어낼 수 있을까. 목표는 어디까지인가.
=실용정신이라는 게 곧 성과를 갖고 평가하자는 것 아닌가. 정치인들끼리 장막 뒤에서 타협과 밀담으로 당권을 나눠갖는 시대는 지났다. 지난 2년간의 성적을 옳게 평가받는다면, 당연히 당 대표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앞으로 당 지도부의 성격은 관리형과 돌파형 가운데 어떤 쪽이 바람직한가.
=쉽게 말하면 이명박 대통령과 일체화된 관리형 지도부가 필요하다. 대통령이나 정부와 합리적 협력관계를 만들 수 있는 당 대표가 필요하고, 이 경우 재선급 정도가 적당하다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차기 대권 도전에 뜻을 두고 있는 분들, 즉 박근혜·강재섭·정몽준·이재오 의원 등은 당권 경쟁에 뛰어들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지금까지도 지난해 당내 경선 후유증을 앓고 있는데, 그런 분들이 나선다면 계파 갈등이 더욱 악화된다.
바람대로 되지 않을 수도 있는데.
=만약 당권을 놓고 권력투쟁이 벌어진다면 우리는 내년 초 재·보궐선거와 2010년 지방선거를 통해 초토화될 수도 있다.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이 강하니까. 지난 총선에서 이재오 전 최고위원과 이방호 전 사무총장이 떨어진 것을 보면 이미 중간평가가 시작됐다고 봐야 한다. 정권 출범 3개월 만에 이같은 결과가 나왔는데 당권을 가지고 싸우거나 이상한 대표가 나와서 이상한 소리를 하고 다니면 재보선은 망가지고 레임덕이 찾아오는 거다.
정몽준 최고위원은 이미 당권 도전을 선언한 상황이다.
=아직 시간이 있으니 좀더 심사숙고해봐야 할 것이다. 정 최고위원이 6선이라고는 하지만 그동안 무소속으로 있었기 때문에 한나라당의 역사와 구성원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가지고 있는지 모르겠다. 우선 당을 알아야 한다. 또 축구협회 이외에는 조직관리를 해본 경험이 없는데, 정당이란 공간을 원만하게 이끌어가려면 굉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많다.
박근혜 전 대표가 직접 출마할 가능성도 있지 않나.
=박 전 대표는 당의 큰 지도자 중 한 명인데, 본인도 출마하지 않는 편이 낫다고 판단할 것이다. 만약 나선다면, 나 같은 사람이라도 나서서 ‘지금은 때가 아닙니다. 때는 곧 올 겁니다’ 이렇게 설득할 것이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이 ‘어느 당에도 경쟁자가 없다’고 했는데, 박 전 대표 쪽을 무시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보나.
=이회창 총재가 1997년 대선에서 패한 뒤에도 계속 김대중 전 대통령을 공격했는데, 더 이상 경쟁관계가 아닌 김 전 대통령을 겨냥하느라 노무현 후보가 크고 있다는 사실을 놓쳤다. MB는 간접화법을 통해 박 전 대표나 정몽준 최고위원에게 그런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당 밖의 친박 그룹 복당 문제는.
=복당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당 장악을 위한 인력을 빨리 투입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나온 건데, 앞서 말했듯 차기 지도부는 관리형이기 때문에 굳이 파열음을 내면서까지 다툴 필요가 없다. 복당 문제는 지금이 아니더라도 해결할 방법이 있고, 시기가 있다. 개인적으로 볼 때 복당 논란이 7월까지 더 이상 대두되지 않을 걸로 본다.
근거는 뭔가.
=친박연대를 봐라. 지금 (서청원) 당 대표가 연루돼 있고 비례대표 당선자들이 무더기로 구속되는 사태가 벌어질 텐데, 이 와중에 ‘우리 복당시켜달라’ 이러면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하겠나. 박 전 대표의 위상만 엄청나게 훼손하고 있다. 무소속 의원들도 마찬가지다. 조금 냉각기를 갖고 각자 생존전략을 만들어야 한다.
청와대 정무라인에 대한 문제로 시끄러웠다. 무엇이 잘못된 건가.
=(정두언·남경필 의원 등) 이른바 소장그룹에서 ‘정무라인에 문제가 있다’고 하는데, 그 라인이 대체 어디를 이야기 하는 건가. 구체적 사안에 대해 대상자를 딱 특정해서 이야기 하면 좋은데, 막연히 ‘정무라인’ 이러니까 이게 전선도 불분명해지고 당도 청와대도 이로울 것이 없다. 예를 들면 류우익 대통령실장, 박재완 정무수석, 박영준·장다사로 비서관 가운데 누구에게 책임이 있다는 건가.
소장그룹과 이상득 전 국회 부의장 쪽의 파워게임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파워게임이 아니라면 아까 말했던 것처럼 보다 분명하게 문제의 전말을 밝혔어야 한다. 국민들이 어느 편이 옳다 그르다 판단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했어야 하는데, 그게 전혀 없었다.
청와대 쪽에는 문제가 없다고 보나.
=전반적으로 현장감이 없는 대학교수 출신이 많다. 그러다보니 대통령 혼자만 현장지향적이고 나머지 책상물림 출신들은 뒷짐지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혁신도시 문제가 그렇고, 해외 공관장 인사나 미국 방문 일정 문제도 마찬가지다.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 하필이면 로마 교황과 영국의 고든 브라운 총리가 미국을 찾는 바람에 미 언론의 주목을 전혀 못 받았다. 이런 게 정무적 판단의 영역이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정치특보와 정무장관을 두는 방안이 적절할 것 같다. 박희태·김덕룡 의원이나 친박 쪽의 최병렬 전 대표처럼 신망받는 원로 정치인을 정치특보로 기용했으면 좋겠다. 사실 홍사덕·서청원 전 의원 등도 그런 역할을 맡아주면 좋은데 아쉽다. 정무장관으로는 당내 3~4선급 현역 의원이 좋을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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