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color="darkblue">‘백의종군’ 김근태 전 의장… 진보개혁적 정책노선이 주도권 잡아 정권 창출해야</font>
▣ 김보협 기자 bhkim@hani.co.kr
▣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비우고 나니 잘 보인다.”
편안해 보이지만은 않았다. 미련까지 말끔하게 정리되지는 않은 듯했다.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은 5년 전 이맘때에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중도 사퇴한 뒤 마음이 편치 않은 상태였다. 올해 환갑인 나이를 생각하면 어쩌면 ‘다음’은 없을지도 모른다.
김 전 의장은 6월15일 과의 인터뷰에서 “과거에 집착하면 반한나라당연대, 민주세력 대연합은 불가능하다”며 “대통합을 이루지 못한다면 중도와 진보가 각각 정책과 노선의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권력은 수구보수 대연합에 넘어간다. 민주주의가 위험해진다”고 말했다.
‘배제론’을 어떻게 타개할 것인가
<font color="#216B9C">6월12일 불출마 선언 이후 대선 주자에서 ‘대통합 전도사’로 역할이 바뀌었다. 달라진 점이 있나. </font>
=자그마한 결단이라고 할까. 기득권을 버린 것에 대해 격려와 용기를 북돋아줘서 참으로 감사하다. 송구하고 부끄럽다. 마음을 비우고 던지고 나니 잘 보이는 것 같다. 경쟁 후보로 있을 때보다 의사소통이 잘되기 때문에 대통합의 과정에서 일정한 역할을 하는 데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한편으로는 내가 역량이 부족하구나 자책하기도 하고, 허전한 것도 사실이다. 속상하기도 하고….
<font color="#216B9C">가족이나 지지자들의 반응은 어떤가.</font>
=반대가 완강했다. 일부는 지금도 반대하고…. 군사독재 시대에 전면에 서서 메인 스트림으로 맞서 싸웠는데 민주주의가 실현된 이 시대에 꿈을 갖고 나라를 경영하고 싶은 간절한 염원이 응축돼 있는, 여기서 오는 소외감이나 안타까움이 가슴에 맺혀 있는 분들이 상당히 많다. 그분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font color="#216B9C">불출마를 결심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무엇인가.</font>
=5·18 때 망월동 공동 참배를 제안했다. 6월 내에 후보자 연석회의를 추진하려 했으나 명분 있는 제안도 실현되지 않는 것을 보면서 부끄러워졌다. 민심은 책임질 사람들은 책임지라는 것 아닌가. 희생을 요구하고 있다. 대통합을 주장하면서 그런 민심에 책임 있는 응답을 하지 않은 채 희망을 갖자고 주장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민주화운동 때처럼 자기 희생을 선택하면서 함께 풀어가자고 얘기할 수밖에 없었다. 지리멸렬한 상태에서, 대통합으로 넘어가는 징검다리가 필요하다고 봤다.
<font color="#216B9C">6월12일 “대통합의 밀알이 되겠다”며 불출마를 선언한 뒤 사흘이 지났다. 대통합의 기운이 높아지고 있나. 김근태 효과가 나타나고 있나.</font>
=감히 그렇게 얘기할 수는 없다. 정치인이나 지지자나 국민 모두 민주세력이 분열해서는 가망 없다고 한다. 대통합, 대연합에는 이론이 없다. 그런데 결국 당신들의 이해관계 때문 아니냐고 한다. 내년 총선에서 재선되려고 그러는 것 아니냐, 당신들의 이해관계를 좇는 정치놀음 아니냐고 사시로 본다. 이성과 감성이 괴리를 보이고 있다. 이제 조금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는 쪽으로 이동하면 좋겠다.
<font color="#216B9C">대선 예비주자, 각 정치세력의 대표자들을 두루 만나고 있다. 대통합을 이루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이 있나.</font>
=오래전부터 투 트랙을 얘기해왔다. 후보자 연석회의를 열어 국민경선제를 합의해야 한다. 후보자들은 대부분 열린우리당이고 손학규 전 경기지사,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만 바깥에 있다. 민주당 중도통합신당도 정치세력으로서 발언권이 있기 때문에 참여할 권리, 권한이 있다. 대통합 신당을 추진하면서 대표, 지도자를 만나 말씀을 들을 생각이다. 대통합에 동의를 하면서도 여전히 민주당 사수파, 열린우리당 사수파에는 ‘배제론’이 잠복하고 있다. 이는 논리이면서도 감정이다. 이 난관을 어찌 타개할 것인지가 고민이다. 시민사회 쪽의 리더십에 기대를 걸고 있다.
미국 민주당도 내부 노선 차 커
<font color="#216B9C">불출마 선언 이후 가장 먼저 손학규 전 지사를 만났다. 순서에 특별한 의미가 있나.</font>
=그런 건 없다. 후보자 연석회의를 출발시키는 데 손 전 지사, 문 사장의 참여가 의미가 있다. 문국현 사장도 이른 시간 내에 만날 생각이다.
<font color="#216B9C">노무현 대통령은 최근 와의 인터뷰에서 손 전 지사를 ‘범여권’에 포함해서는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font>
=범여권 후보가 아니라는 지적은 맞다. 대통령 권력과 어떤 관계였는지 지금은 어떤지가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범여권 후보는 아니지만 ‘반한나라당’을 선택한 것은 틀림없다. 민주화운동을 했고 YS(김영삼 전 대통령)와 더불어 여권으로 이동했다. 한나라당을 나올 때는 정의의 관점에서 한나라당 집권의 부당성을 알렸다. 이런 부분은 점수를 매겨줘야 하는 것 아닌가. 반한나라 전선이 핵심이다. 그 전선의 한 사람으로서 고려해야 한다.
<font color="#216B9C">현재 대통합을 주장하는 정당 혹은 정치세력은 대충 꼽아봐도 10갈래 이상인데 공통점은 한나라당의 집권을 반대한다는 것 정도다. 대통합이 된다고 하더라도 대선용 정당, 혹은 ‘잡탕 정당’이 출현하는 것 아닌가.</font>
=잡탕 정당이라는 지적도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지난 시기를 그리워하는 과거 세력이다. 21세기 대한민국과 한반도를 전향적으로 끌고 갈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 무능한 세력보다는 부패한 세력이 낫다는 얘기까지 있는데, 부패가 최고의 무능이다. 한반도의 평화는 생존의 근거인데 한나라당은 국지전도 불사해야 한다는 둥 평화와 통일에 대한 철학과 소신이 없다. 세금을 줄이면 결국 사회 안전망 파괴로 이어져 국민들을 혼란과 투쟁 속으로 몰아갈 것이다.
게다가 그들은 대연합을 이루고 있다. 구보수, 신보수, 뉴라이트, 일부 특권 언론까지 뭉쳐 있다. 우리한테는 순결·순수·일관성을 요구한다. 대통합을 이루지 못한다면 중도와 진보가 각각 정책과 노선의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권력은 수구보수 대연합에 넘어간다.
<font color="#216B9C">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잡탕 정당이라도 어쩔 수 없다는 얘기인가.</font>
=지금은 진보개혁적 정책 노선이 주도권을 가질 때 정권 창출이 가능하다고 믿는다. 헤게모니 경쟁을 벌이고 민주적인 의사결정에 승복하는 게 중요하다. 미국의 민주당도 노선 차이가 크다.
<font color="#216B9C">열린우리당은 왜 실패했나.</font>
=그런 것을 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플러스 10년, 그러나 민심을 잃었다
<font color="#216B9C">6월5일 원주에서 열린 통합번영미래구상 초청 강연에서 “당장 노무현 대통령 그룹과 박상천 민주당 대표 그룹을 대통합에 참여시키기 어렵다. 겉으로는 대선을 얘기하지만, 실제로는 이미 한나라당에 권력을 넘겨줘도 좋다고 생각하는 세력”이라고 말했다.</font>
=앞뒤가 생략되어 보도가 됐다. 시민사회와 열린우리당, 민주당이 각각 부족한 점이 있다. 과거에 집착하면 대연합을 이룰 수 없다. 작은 차이, 원한과 분노를 넘어서야 한다. 민주당 사수파는 분당 때문에 정치적으로 손해를 봤다고 하면서 열린우리당 당적이 있으면 안 된다고 주장한다. 이해한다. 하지만 민주당은 한나라당과 손잡고 탄핵을 찬성했던 전과가 있다. 과거에 관해 논쟁을 하면 민주세력대통합은 불가능하다. 두 그룹은 후보단일화를 주장해왔다. 배제론을 철회했다지만 근저에는 살아 있다. 2002년에는 후보 단일화가 기적적으로 이뤄졌지만 이번에는 2008년 총선 때문에 안 된다. 후보 단일화에서 패배하는 쪽은 무너질 가능성이 있어 양보할 수가 없다. 엄연한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후보 단일화 주장을 철회하고 대통합에 참여해야 한다. 후보 단일화 주장은 통합의 장애물이다.
<font color="#216B9C">불출마 기자회견 당시 노무현 대통령 쪽에도 “미래는 미래 세력에게 맡겨달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그럴 뜻이 없어 보인다.</font>
=대통령과 정부는 국정 성공이 중요하다. 정당은 선거에 중요한 관심이 있다. 각각 역할의 차이가 있다. 그것을 인정하고 존중해야 한다. 강조점이 분명히 다른데 이쪽에 줄을 서라 하면 잘 안 된다. 오늘날 불행의 한 요인이다. 역할 분담이 중요하다.
<font color="#216B9C">노 대통령은 부당한 공격에 가만있을 수 없다고 한다.</font>
=무대응은 옳지 않다. 하지만 대응을 넘어서는 선제 공격은 민주세력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대통령과 정부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지는 모르지만….
<font color="#216B9C">‘잃어버린 10년’에 대한 논란이 분분하다. 김 전 의장도 참여정부 실패론에 어느 정도 동의를 표한 적이 있지 않나. 참여정부의 공과가 무엇이라고 보나.</font>
=잃어버린 10년은 말이 안 된다. 얻은 10년, 플러스 10년이다. 민주주의가 실현됐고, 한반도의 평화가 진전됐다. 투명성이 높아졌다. 잃어버린 10년은 정치적 공격이고 이데올로기적인 공격이다. 내가 참여정부 실패론을 얘기한 적은 없다. 다만 참여정부는 성과가 있음에도 민심을 잃어버렸다. 민심이반 대책을 세우지 못했다. 먹고사는 문제에는 무능했다.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를 넘어섰지만 시장근본주의, 신자유주의, 주주자본주의로 흘렀다. 세계화 시대를 핑계로 고용 없는 성장을 하면서 양극화를 극복하지 못했다. 경제 정책은 한나라당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다. 경제 철학의 빈곤에서 비롯된 문제다.
정책의 차이는 경쟁으로
<font color="#216B9C">참여정부의 경제 정책이 실패했다는 얘기 아닌가. 그러면서 반한나라당 연합, 혹은 민주 대연합 세력에게 다시 집권하게 해달라는 호소에 힘이 실릴 수 있나.</font>
=실패라기보다는 성공하지 못했다고 하자. 외환, 금융 위기 극복은 절반의 성공이다. 국민들을 설득하는 데 어려운 점이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한나라당이 집권했을 때를 가정해보면 분명해진다. 한나라당 후보들은 시장에서 승자 독식을 옹호한다. 패배자들을 위한 대책은 없다. 노약자와 장애인 등은 인간 존엄성을 유지할 수 있는 최소한의 지원이 필요한데 그런 철학이 아예 없다. 결국 국민들은 분열하고 시장이 무너질 수도 있다. 민주주의의 근간이 흔들릴 수도 있다.
<font color="#216B9C">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반대를 내걸고 단식농성을 한 적이 있다. 대통합의 대상자들 중에는 적극적으로 찬성한 이들도 있다. 이런 정책적 차이도 극복이 가능한가.</font>
=한-미 FTA 반대를 개방이냐 쇄국이냐로 공격하는 것은 맞지 않다. 미국화의 신화에 빠져 있다. 미국 유학을 갔다온 관료, 학자, 언론인, 지식인들이 과거 조선시대 때 소중화(小中華)만이 살길이라고 한 것처럼 소미국화를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왜 큰 네덜란드, 큰 스웨덴으로 가면 안 되나. 힌-미 FTA에 관한 견해차는 분명히 있다. 그런 정책의 차이는 경쟁하자는 것이다. 경선 과정에서 국민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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