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가 한창이던 지난 1월26일 저녁, 서울 노원구 중계동의 한 찜질방에서 열린 노원구민 신년음악회. 티아라, 브라운아이드걸스 등 아이돌 걸그룹의 노래가 흥겹게 울려퍼지고 이에 맞춰 60살을 넘긴 할머니들이 군무를 펼치며 관객의 흥을 돋운다. 몸놀림이 예사롭지 않다. 할머니들의 평균연령은 65살. 무릎에 손자를 앉히고 재롱을 보며 즐거워해야 할 나이에 20대의 열정을 불사르며 “청춘은 이제부터”라고 외치는 이들은 실버공연단 ‘왕언니클럽’ 멤버들이다.
2007년 서울 동대문문화원에서 시작된 왕언니클럽은 1년간의 연습을 거친 뒤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공연을 시작해 그간 200여 회의 공연 실적을 쌓았다. 주로 양로원이나 요양원 등에서 아프고 힘든 사람들을 위해 공연을 펼친다. 2011년엔 Mnet 에 서울 지역 최고령 참가자로 출연해 본선까지 진출해 화제를 모았다. 클럽 회장 이정자(69)씨는 “주로 어려운 이웃을 위해 공연한다. 그들이 잠시나마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쑥스러움을 무릅쓰고 이 클럽에서 활동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한다. 그는 “‘어떻게 이 나이에…’라며 망설이는 사람이 많은데 요즘 복지관이나 구청 등의 문화시설이 잘돼 있으니 일단 도전부터 하라. 내가 즐기지 않으면 아무도 대신 내 삶을 즐겨주지 않는다”며 “건강이 허락하는 날까지 클럽 활동을 통해 이웃에게 봉사할 생각이다”라고 말하며 활짝 웃는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할 뿐이라며 새로운 청춘을 사는 ‘왕언니클럽’의 이모저모를 살펴본다.
사진·글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