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공관 앰프로 음악을 즐긴다는 ‘한국진공관앰프자작동호회’ 모임 장소를 찾았다. 클래식한 음악감상실을 연상했지만 공구와 전선들이 널린 과학실에 가깝다. 진공관을 왜 만드느냐는 질문에 김영빈씨는 “뭐라 말로 표현하기는 힘들고 한번 들어보라”며 음악부터 들려준다. 음과 음 사이의 빈 곳이 울림으로 메워지는 것 같아 푸근한데, 더 깊은 차이를 알기는 어렵다. 그는 디지털은 홀수차 고조파가 나와 차가운 느낌이 나고, 아날로그는 짝수차 고조파가 나와 따스함이 느껴진다고 한다. 이해하기 어려워 다시 물었다. “고기를 숯불에 구워먹느냐 전기 플레이트에 구워먹느냐의 차이”라고 한다.
이 따스함을 찾아내기까지의 과정이 그리 쉬워 보이진 않는다. 회로와 단자, 램프, 전압, 용량, 볼트와 암페어, 교류(AC), 직류(DC) 등의 단어와 조금은 친해져야 하고, 시간이 지나면 회로 도면과 공식도 직접 그리고 볼 줄 알아야 한다. 만드는 데 드는 시간도 만만치 않아 재료를 구입하는 데도 6개월 이상 걸리며, 재료에 따라 제작비가 많이 들기도 한다. 때론 완성된 앰프에서 소리가 안 나기도 한다. 이쯤 되면 다시 생각하게 된다. 이런 것을 왜 만드는 걸까?
동호회에선 음악적 지식보다는 순수한 음과 소리에 관심을 두고 소리가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을 즐긴다. 부속품이나 선 하나에 따라 소리가 달라질 수도 있기에 여러 가능성을 항상 열어둬야 한다. 그래서인지 손으로 만드는 것이 좋아서 들어온 회원이 더 많다. 명확하고 직설적인 디지털 시대에 말로 표현하기 어렵고, 오래 걸리고, 듣지 못했던 무언가를 찾아가는 것이 진공관 앰프, 아날로그의 매력이라고 이들은 이야기한다.
사진·글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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