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공관 앰프로 음악을 즐긴다는 ‘한국진공관앰프자작동호회’ 모임 장소를 찾았다. 클래식한 음악감상실을 연상했지만 공구와 전선들이 널린 과학실에 가깝다. 진공관을 왜 만드느냐는 질문에 김영빈씨는 “뭐라 말로 표현하기는 힘들고 한번 들어보라”며 음악부터 들려준다. 음과 음 사이의 빈 곳이 울림으로 메워지는 것 같아 푸근한데, 더 깊은 차이를 알기는 어렵다. 그는 디지털은 홀수차 고조파가 나와 차가운 느낌이 나고, 아날로그는 짝수차 고조파가 나와 따스함이 느껴진다고 한다. 이해하기 어려워 다시 물었다. “고기를 숯불에 구워먹느냐 전기 플레이트에 구워먹느냐의 차이”라고 한다.
이 따스함을 찾아내기까지의 과정이 그리 쉬워 보이진 않는다. 회로와 단자, 램프, 전압, 용량, 볼트와 암페어, 교류(AC), 직류(DC) 등의 단어와 조금은 친해져야 하고, 시간이 지나면 회로 도면과 공식도 직접 그리고 볼 줄 알아야 한다. 만드는 데 드는 시간도 만만치 않아 재료를 구입하는 데도 6개월 이상 걸리며, 재료에 따라 제작비가 많이 들기도 한다. 때론 완성된 앰프에서 소리가 안 나기도 한다. 이쯤 되면 다시 생각하게 된다. 이런 것을 왜 만드는 걸까?
동호회에선 음악적 지식보다는 순수한 음과 소리에 관심을 두고 소리가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을 즐긴다. 부속품이나 선 하나에 따라 소리가 달라질 수도 있기에 여러 가능성을 항상 열어둬야 한다. 그래서인지 손으로 만드는 것이 좋아서 들어온 회원이 더 많다. 명확하고 직설적인 디지털 시대에 말로 표현하기 어렵고, 오래 걸리고, 듣지 못했던 무언가를 찾아가는 것이 진공관 앰프, 아날로그의 매력이라고 이들은 이야기한다.
사진·글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미국 최고 의사’ 84살 김의신 “암에 좋은 음식 따로 없어, 그 대신…”
“명태균에 아들 채용 청탁…대통령실 6급 근무” 주장 나와
“대통령 술친구 이긴 ‘김건희 파우치’…낙하산 사장 선임은 무효”
법원, KBS 박장범 임명 효력정지 가처분신청 기각
탄두가 ‘주렁주렁’…푸틴이 쏜 ‘개암나무’ 신형 미사일 위력은
‘야스쿠니 참배’ 인사 온다는 사도광산 추도식…‘굴욕 외교’ 상징될 판
관저 유령건물 1년8개월 ‘감사 패싱’…“대통령실 감사방해죄 가능성”
‘1호 헌법연구관’ 이석연, 이재명 판결에 “부관참시…균형 잃어”
“회장 자녀 친구 ‘부정채용’…반대하다 인사조처” 체육회 인사부장 증언
꺼끌꺼끌 단단한 배 껍질…항산화력 최고 5배 증가 [건강한겨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