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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 소리를 찾아서


차가운 디지털 대신 따뜻한 아날로그 음향을 찾아서 진공관 앰프를 손으로 만드는 사람들
등록 2010-10-21 15:30 수정 2020-05-03 04:26
서울 용산구 원효상가에는 오디오 관련 상점이 많이 모여 있다. ‘한국진공관앰프자작동호회’ 회원인 김계중(49)씨도 그곳에서 일하며 진공관 앰프를 만든다. 김씨가 자신이 만든 진공관 앰프 앞에서 예전에 극장용으로 사용되던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음악을 듣고 있다. 한겨레 정용일 기자

서울 용산구 원효상가에는 오디오 관련 상점이 많이 모여 있다. ‘한국진공관앰프자작동호회’ 회원인 김계중(49)씨도 그곳에서 일하며 진공관 앰프를 만든다. 김씨가 자신이 만든 진공관 앰프 앞에서 예전에 극장용으로 사용되던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음악을 듣고 있다. 한겨레 정용일 기자

진공관 앰프로 음악을 즐긴다는 ‘한국진공관앰프자작동호회’ 모임 장소를 찾았다. 클래식한 음악감상실을 연상했지만 공구와 전선들이 널린 과학실에 가깝다. 진공관을 왜 만드느냐는 질문에 김영빈씨는 “뭐라 말로 표현하기는 힘들고 한번 들어보라”며 음악부터 들려준다. 음과 음 사이의 빈 곳이 울림으로 메워지는 것 같아 푸근한데, 더 깊은 차이를 알기는 어렵다. 그는 디지털은 홀수차 고조파가 나와 차가운 느낌이 나고, 아날로그는 짝수차 고조파가 나와 따스함이 느껴진다고 한다. 이해하기 어려워 다시 물었다. “고기를 숯불에 구워먹느냐 전기 플레이트에 구워먹느냐의 차이”라고 한다.

이 따스함을 찾아내기까지의 과정이 그리 쉬워 보이진 않는다. 회로와 단자, 램프, 전압, 용량, 볼트와 암페어, 교류(AC), 직류(DC) 등의 단어와 조금은 친해져야 하고, 시간이 지나면 회로 도면과 공식도 직접 그리고 볼 줄 알아야 한다. 만드는 데 드는 시간도 만만치 않아 재료를 구입하는 데도 6개월 이상 걸리며, 재료에 따라 제작비가 많이 들기도 한다. 때론 완성된 앰프에서 소리가 안 나기도 한다. 이쯤 되면 다시 생각하게 된다. 이런 것을 왜 만드는 걸까?

동호회에선 음악적 지식보다는 순수한 음과 소리에 관심을 두고 소리가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을 즐긴다. 부속품이나 선 하나에 따라 소리가 달라질 수도 있기에 여러 가능성을 항상 열어둬야 한다. 그래서인지 손으로 만드는 것이 좋아서 들어온 회원이 더 많다. 명확하고 직설적인 디지털 시대에 말로 표현하기 어렵고, 오래 걸리고, 듣지 못했던 무언가를 찾아가는 것이 진공관 앰프, 아날로그의 매력이라고 이들은 이야기한다.

사진·글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동호회 회장인 김영빈씨는 경기 안양시 호계동 안양국제유통상가에서 일한다. 그곳을 방문한 회원들에게 자신의 진공관을 보여주고 있다.한겨레 정용일 기자

동호회 회장인 김영빈씨는 경기 안양시 호계동 안양국제유통상가에서 일한다. 그곳을 방문한 회원들에게 자신의 진공관을 보여주고 있다.한겨레 정용일 기자

진공관은 소리를 증폭해주는 소자다. 진공관에서 밝게 빛나는 빛을 보기만 해도 회원들은 기분이 좋아져 “망가진 진공관만 가지고 있어도 부자”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한겨레 정용일 기자

진공관은 소리를 증폭해주는 소자다. 진공관에서 밝게 빛나는 빛을 보기만 해도 회원들은 기분이 좋아져 “망가진 진공관만 가지고 있어도 부자”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한겨레 정용일 기자

회원들은 매월 둘쨋주 토요일에 모여 서로가 만든 앰프의 소리를 들어본다.한겨레 정용일 기자

회원들은 매월 둘쨋주 토요일에 모여 서로가 만든 앰프의 소리를 들어본다.한겨레 정용일 기자

값나가는 멀쩡한 앰프를 부숴 그 부품으로 자신만의 앰프를 만드는 회원도 있다. 그가 보여준 부품 잔해들.한겨레 정용일 기자

값나가는 멀쩡한 앰프를 부숴 그 부품으로 자신만의 앰프를 만드는 회원도 있다. 그가 보여준 부품 잔해들.한겨레 정용일 기자

김영빈씨는 자신이 일하는 사무실 2층에서 짬짬이 직접 만든 앰프를 손본다.한겨레 정용일 기자

김영빈씨는 자신이 일하는 사무실 2층에서 짬짬이 직접 만든 앰프를 손본다.한겨레 정용일 기자

바이올린을 만드는 회원 고종민씨가 도화지에 직접 그린 앰프 설계도를 보여주고 있다.한겨레 정용일 기자

바이올린을 만드는 회원 고종민씨가 도화지에 직접 그린 앰프 설계도를 보여주고 있다.한겨레 정용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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