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를 비롯해 6명의 장관 후보자와 2명의 청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끝났다. 그들이 이명박 대통령 집권 후반기를 맞아 어떤 정책적 비전을 가지고 있는지, 어떻게 ‘공정한 사회’를 만들겠다는지 들어보지 못했다.
어떤 이는 말한다. 청문회(聽聞會·hearing)이니 들어야 할 것 아니냐고. 그런데 인사청문회에 참석한 국회의원들이 후보자들을 향해 윽박지르기만 한다고. 일리 있다. 또 어떤 이는 말한다. 그 직무를 맡을 식견과 능력을 갖췄는지를 검증해야지 도덕성과 청렴도만을 평가하는 자리는 아니지 않느냐고. 미국 상원의 인사청문회 사례를 든다. 이 또한 일리가 있다.
그런 비판들은 현재의 인사청문회 제도를 고쳐야 한다는 주요한 근거가 된다. 실제 직무의 중요성에 비해 후보자의 자질을 검증하기에 시간이 턱없이 부족한 점, 후보자가 자료를 제출하지 않거나 거짓말을 할 경우 이를 제재할 방안이 없는 점 등은 고쳐야 한다.
그런데 미국 인사청문회와 비교하려면 결정적 차이도 같이 얘기해야 한다. 공직 생활을 하면서 재산이 몇 배로 갑자기 불어난 자, 정치자금과 관련해 의혹이 많은 자,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는 자, 공사를 구별하지 못하는 자, 노후를 위해 법망을 피해 부동산 투기를 한 자,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은 자, 위장전입으로 법을 어긴 자는 공직 후보자가 되지 못한다. 따라서 인사청문회 자리에 설 수 없다.
대통령이 후보자를 지명하기 전에 사전 검증을 철저하게 하고, 지명한 뒤에는 백악관 신원진술서, 국가안보직위 진술서, 재산상황 진술서, 연방수사국(FBI) 신원조사 동의서, 의료기록 및 납세기록 조사 허가서 등을 제출받는다. 백악관 비서실의 관문을 통과해야 공직 후보자가 되어 청문회 자리에 선다. 그러므로 인사청문회에서 후보자의 청렴성·도덕성은 기본으로 하고 시작한다. 그렇게 몇 개의 바늘구멍을 통과해야 비로소 나랏일을 할 자격을 얻는다.
다시 대한민국의 공직 후보자 10명을 본다. 후보자들 대부분이 위장전입·병역기피·부동산 투기·세금탈루에 연루됐다. 굳이 나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들먹일 필요는 없다. 건전한 상식을 가지고 살아가는 시민이 보기에 ‘우리만큼 애쓰면서 살았고 그런 자리를 맡을 만하다’는 공감을 얻을 정도면 충분하다.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임명동의 투표가 임박했다. 나머지 장관과 청장 후보자의 임명 여부는 이 대통령의 의지에 달려 있다. 민심을 고려해 몇을 버리고 몇을 취한다는 얘기로 청와대와 한나라당의 계산이 복잡하다. 살아남은 자들이 만들겠다는 ‘공정한 사회’가 궁금하다. 공정하게 살아오지 않은 자들은 절대 공정한 세상을 만들 수 없다.
사진 한겨레21 사진팀·한겨레 사진부문·연합뉴스·글 김보협 기자 bh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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