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4일 낮 경기 평택시 칠괴동 쌍용자동차 평택공장에서 올려다본 70m 굴뚝은 아찔했다. 가족들이 마련한 밥이 로프를 타고 하늘로 올라갔다. 굴뚝 위에서 23일째 머물고 있는 세 사람을 위한 한 끼니다. 굴뚝에 사는 노동자들과 인터뷰할 수 있을까. “출입구를 용접한 상태라 전화 통화만 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굴뚝 주변에는 ‘정리해고 분쇄 없인 살아서 내려오지 않겠다’고 적힌 펼침막이 보였다. 살기 위해 올랐다는데, 살아서 내려올 수 없다니? 아이러니다. 집에 둔 아이에게 전화라도 걸려오면 아빠는 밥을 국물에 후루룩 말아먹고도 자꾸만 물을 들이켰을 것이다. 굴뚝 위 ‘눈물 밥’은 짜디짜다.
5월21일 쌍용차 노조가 공장 점거 파업에 들어가자 회사는 열흘 뒤 직장 폐쇄 조처로 맞섰다. 이유일 쌍용차 공동관리인은 “6월8일 이후에는 합법적 수단을 통해 퇴거 명령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공권력 투입을 요청하겠다는 뜻이다. 쌍용차는 애초 2646명을 ‘정리’한다는 계획이었는데, 이미 1500여 명이 희망퇴직을 신청한 상태다. 노조는 일자리 나누기 방식으로 근무 시간을 줄여 인건비를 절감하자는 자구안을 회사에 내놓은 바 있다. 자신들이 아직 받지 못한 임금을 담보로 1870억원 대출투자를 받고, 근무 형태 변경이나 무급 휴직으로 963억원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제안이었다. 회사가 제시한 구조조정을 통한 인건비 절감액 1895억원보다 1천억원이 더 많다. 하지만 회사는 현실성이 없다며 수용을 거부했다.
상황을 돌아보면, 쌍용차의 붉은 도화선에는 이미 불꽃이 실려 있다. 노조가 점거농성을 벌이는 도장부는 자동차의 차체에 색을 입히는 곳으로 시너, 페인트 등 인화성 물질로 가득 차 화약고나 다름없다. 공권력 투입과 이에 따른 충돌 상황은 가정하기도 끔찍하다. 이에 대해 강희락 경찰청장은 “과거 유사 사례를 보고 위험성을 판단해 상황이 진전되는 것을 보고 슬기롭게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국민들은 서울 용산에서 보여준 경찰의 ‘슬기로운 대처’를 기억하고 있다. 굴뚝 위에서 전화를 받은 김봉민 금속노동조합 쌍용차지부 구로정비지회 부지회장이 말했다. “우리끼리 이런 얘기를 한다. 최소한 살기 위해 여기 올라왔지 죽기 위해 온 것은 아니라고.”
평택=사진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글 임주환 기자 eyeli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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