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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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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달을 돌려라, 미시령을 넘어라

등록 2006-05-19 00:00 수정 2020-05-03 04:24

산악자전거 동호회 ‘산타’ 회원들의 일산~속초 구간 도전기… 힘을 가한 만큼만 가는 정직한 운동에서 한계 넘는 기쁨 만끽

▣ 사진·글 주영욱 ‘산타’ MTB 회원(지난해 일산~속초 구간을 완주했으며, 이번엔 지원조로 전체 여정을 사진과 글로 기록했다)

자신의 한계에 도전해 이를 넘어섰을 때 느끼는 성취감과 희열은 경험해본 사람들만이 안다. 그래서 고생을 사서 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쉽게 갈 수 있는 길을 굳이 어렵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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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일산에서 활동하는 산악자전거(MTB) 동호회 ‘산타’ 회원들이 일산~속초 구간을 자전거로 도전했다. 총 거리 250km, 예상 소요 시간은 14시간. 휴식과 식사 시간을 빼면 11시간 이상을 자전거 위에서 달려야 한다. 강한 정신력과 자신에 대한 믿음이 없으면 완주가 어렵다. 20대 초반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으로 이뤄진 아마추어 동호인 18명이 이번 도전에 나섰다.

4월22일 새벽 1시 무렵부터 준비를 하고 새벽 3시에 어둠을 뚫고 출발했다. 일산에서 행주대교를 건너 한강변을 타고 팔당을 지나 양평, 홍천, 신남, 인제 그리고 마지막으로 미시령을 넘어가는 코스이다. 동호인 4명이 차량 두 대에 나눠 타고 지원조로 따라나섰다. 출발한 지 3시간째에 팔당의 국도로 올라섰다. 노견이 좁아 위험한 터널 구간들을 지원 차량의 호위를 받으면서 조심스럽게 통과한다. 날이 밝아지면서 추위도 가시고 밝아지는 시야만큼이나 새로운 힘이 나기 시작한다. 양평 인근에서 간단하게 아침식사를 하고 1시간 라이딩에 5~10분 정도 휴식을 취하며 계속 동쪽으로 페달을 돌린다. 강원도로 접어드니 길가에는 벚꽃, 개나리들이 한창이다. 그러나 라이더들은 봄경치를 즐길 겨를이 없다. 그저 묵묵히 앞만 보면서 페달을 돌리고 또 돌리면서 길을 재촉한다.

라이딩한 지 7∼8시간이 흐르고 주행 거리가 150km가 넘으면서 실력에 따라 그룹이 나눠진다. 이제부터는 한 바퀴, 한 바퀴가 자신과의 싸움이다. 최고령자 하갑조(52)씨는 가장 어린 도전자와 28년 차이가 나지만 남들만큼 빨리 가지는 못해도 뒤처지진 않는다. "나이가 뭐 중요합니까? 마음이 문제이지, 허허허. 힘들지만 그래도 도전하기를 참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언제나 넉넉한 웃음과 유머로 맏형 역할을 톡톡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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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령 길과 미시령·진부령 길이 갈라지는 한계리 민예단지에 도착한 시간이 오후 2시 무렵. 점심식사를 하고 다소 긴 휴식을 가졌다. 이제 미시령 정상까지는 25km 정도가 남았다. 이번 여정의 마지막이자 가장 힘든 구간이다. 특히 미시령 정상 앞 9km 구간은 경사가 가장 심하다. 땀이 말라붙어 소금기가 그대로 붙어 있는 얼굴을 차가운 물로 씻고 마지막 결전을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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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3시, 마지막 도전이 시작됐다. 지원조도 운전자 두 사람을 제하고 모두 나섰다. 목표가 벅찰수록 도전 의욕은 더 생긴다. 어느덧 미시령 고갯길이 시작됐다. 경사가 심한데다 구불구불해서 차들도 힘겨운 길을 라이더 20명이 자전거로 도전하는 모습은 숙연하고도 아름답다.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그렇게 어려운 길을 간다.

갑자기 시야가 탁 트이고 울산바위와 동해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미시령 정상. 드디어 해냈다! 지금까지의 고생은 잊어버리고 그저 해냈다는 생각만이 머릿속에 가득하다. 오늘 해낸 일이 뭐든 간에 자신과의 약속을 지킬 수 있었다면 그것으로 충분히 의미 있고, 우리가 원했던 바다.

선두에 이어 모든 도전자들이 낙오 없이 하나둘씩 정상에 다다른다. 터져나갈 듯한 기쁨에 모두 뿌듯한 얼굴들이다. 서로가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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