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골 건널목’은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 일산역과 풍산역 사이에 위치한 철도 건널목이다. 박상학(63)씨는 2005년 7월부터 코레일 자회사인 코레일테크를 통해 감시단속직 비정규 노동자로 5년째 이곳을 지키고 있다. 3교대로 두 명씩 오전 근무(아침 9시부터 저녁 7시까지) 이틀, 오후 근무(저녁 7시부터 아침 9시까지) 이틀을 한 뒤 이틀을 쉰다.
올해 7월 경의선이 전철화되면서 아침 5시38분부터 하루 160회 정도 전철이 지나고 있다. 7분마다 1대꼴이다. 기차가 오는데 급하게 건너려는 오토바이나 차량이 차단기 사이를 빠져나가려 할 때 아찔한 순간도 많았다. 얼마 전 그런 차를 저지하려다 다쳐 병원에 입원한 직원도 있고, 팔이 부러져 그만둔 직원도 있다. 그래도 “나이 먹은 퇴물을 이렇게 일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고맙지” 하는 마음이다.
하지만 12월 말이면 이곳에 지하차도가 생길 예정이어서 더는 건널목을 지킬 수 없게 된다. 그는 “근무하는 동안 큰 인사사고 없이 보낼 수 있었다는 것에 감사한다”고 에둘러 말하지만, 표정에서 서운한 마음이 전해진다.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길 수 있으면 좋으련만 철도 건널목이 점차 사라지고 있어 그도 여의치 않다.
딸 다섯을 둔 아버지로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때 보증을 잘못 서 월급이 압류되는 바람에 명예퇴직을 했다. 딸들이 연년생이라 대학 등록금을 대기가 쉽지 않았는데, 아이들이 학자금 대출을 신청해 대학을 졸업했고 지금은 직장에 다니며 조금씩 갚아나가고 있다. 아버지로서 자식이 등록금 걱정 안 하도록 해줘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게 미안하다. 그는 또래의 다른 이들이 그런 것처럼 “아파트 경비 자리라도 알아봐야겠다”고 말했다.
사진·글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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