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하는 사람이 왜 머리가 없어요?” 처음 보는 손님이 던지는 짓궂은 질문에 헤어디자이너 ‘나노’(본명 이성호·39)는 싱글싱글 웃으며 답한다. “콘셉트입니다.”
패션 리더들로 붐비는 서울 강남구 신사동 로데오거리의 한 미용실에서 일하는 나노는 머리를 빡빡 깎고 다닌다. 머리 관리에는 사흘에 한 번 5분이면 충분하다. 예전에는 어깨 아래까지 기른 머리를 묶고 다녔다. 하지만 머리숱이 적어 스타일을 만들기가 애매했다. 어떤 머리를 해도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 바닥에서 살아남으려면 실력과 함께 손님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는 것도 필요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자”는 생각에 5년 전 삭발을 했다. 반응이 좋았다. 손님들이 재밌어하며 나노를 기억해줬다.
이성호씨는 중앙대 광고홍보학과에 재학 중이던 1994년 미용사 자격증을 땄지만 졸업 뒤 광고제작사에서 조감독으로 일했다. 그러나 자신에게 맞지 않는 옷이었다. 3년 만에 회사를 그만두고 2000년 인도네시아에서 미용실을 하는 어머니에게 날아갔다. 어머니 당신도 미용사지만 아들의 결심에는 반대였다. 그러나 끝내 그 고집을 꺾지는 못했다. 그렇게 29살 나이에 미용사가 됐다. 2003년 한국에 돌아와 지금의 자리를 잡기까지 힘든 시간이었다. “빡빡머리가 손님들에게 확실한 어필을 한 것 같아요.”
“감추고 덮어두기보다 드러내놓고 관리하는 게 좋아요. 쿠션 브러시로 머리를 두드려 혈액순환이 잘되게 하면 모발 건강에 좋습니다.” ‘빡빡머리 헤어디자이너’ 이성호씨가 머리숱이 적어 고민하는 이들에게 건네는 말이다.
사진·글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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