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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에 10분 데이트해요

등록 2010-06-18 16:12 수정 2020-05-03 04:26
한 달에 10분 데이트해요

한 달에 10분 데이트해요

지난 6월5일 서울 광화문 문화마당에서 열린 ‘교사 대학살 중단 전교조 지키기 결의대회’ 한켠에서 공연을 준비하는 참여연대 노래패 ‘참좋다’ 회원 오세은(24)씨를 만났다. 5년 사귄 남자친구의 얘기를 들었다. 현재 서울 영등포 구치소에 있다고 한다. 한 달에 한 번 직장에 휴가를 내고 10분간의 아쉬운 ‘면회 데이트’를 한다는 것이다.

2008년 이길준 이경이 양심적 병역거부를 한 것에 자극받아 천주교인이던 백승덕(28)씨도 이듬해 병역거부를 선언했다. 2009년 12월 1년6개월형을 받아 복역 중이다. 오씨는 대학 1학년 때 가톨릭학생회 동아리연합회에서 그를 만났다.

“집에서는 헤어진 줄 알아요. 처음에는 부모님이 남자친구를 좋아했어요. 이른바 명문대 공대생이라 대기업에 가는 줄 알고요. 동생한테 들었는데, 얼마 전 엄마가 내 방을 뒤져 병역거부 자료집이랑 남자친구가 보내온 편지를 봤대요. 동생이 누나는 싫다는데 그 형이 편지 보낸 거라며 남자친구를 나쁜 사람으로 만들고 수습했어요.”

1남2녀 중 첫째인 오씨는 외국계 컨설팅회사에서 1년6개월이 조금 넘게 경리로 일하고 있다. 곧 정규직으로 전환된다고 한다.

“부모님은 50대 초반이에요. 외환위기 때 건설업을 하던 아버지 회사가 부도나서 지금도 힘들어하세요. 그래서인지 경제력 있는 남자친구를 바라세요. 또 보수적이에요. 아버지는 ‘걸어다니는 ’라니까요. 아직도 4대강 사업을 하면 당신도 일자리가 생길 거라고 생각해요. 군대를 갔다 오지 않으면 남자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하지만 제 남자친구는 자기 의지에 맞는 선택을 한 거고, 그 신념과 선택을 지지해주려고 해요. ‘동지애’로 버티죠. 애인으로 기다린다면 힘들 것 같아요. 같이 병역거부운동을 하는 거죠. 언젠가는 (양심적 병역거부가 제도적으로 가능하게) 될 거라고 생각해요. 동생은 공군사관학교에 입학했다가 자퇴했어요. 군대, 실은 지금도 다들 가는 건 아니잖아요. ‘빽’ 있고 돈 있는 사람은 이래저래 빠지잖아요. 가혹한 체험이라고 생각해요. 국가에 봉사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비합리적인 것을 강요하고 자유를 몰살하고 한국 사회에 아직도 팽배한 군사문화를 공고히 하는….”

오씨는 노래패에서 4년째 활동하고 있다. 지난 5·18 광주문화제에 참가했는데, 431개 참가팀 중 10등 안에 들었다. 광화문 문화마당을 떠날 때, 오씨의 목소리도 섞여 있을 이 당당하게 울려퍼지고 있었다.

사진·글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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