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외곽.
나무라곤 찾아볼 수 없는 황량한 산자락에 땅빛을 닮은 집들이 즐비하다. 그 아래 저만치 낮은 곳에 죽은 자들의 거처가 자리를 잡고 있다. 봉분이 있을 리 없다. 풀 한 포기 보이지 않는다. 그저 돌판 한 조각에 모진 생의 기록을 담은 채, 말없이 고요하게 누워 있다. 삶이 남루했으니, 죽음이라고 다를 리 없다.
촘촘히 박힌 묘비 사이를 비집고, 누군가 나무를 박아 그네를 맸다. 고단한 삶을 마감한 이들의 외로움을 아이들의 생기 넘치는 웃음소리가 달래주고 있다. 30년 세월 전쟁의 포성이 멈추지 않는 그 땅에도 가끔은 웃음이 있다. 죽음의 흔적이 넘쳐나는 도처마다 아이들이 자라고 있다. 놀고 있다. 눈이 시리도록 퍼런 하늘 높이 꿈을 차올리고 있다. 묘지에서 그네를 타고 있다.
사진 REUTERS/ AHMAD MASOOD·글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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