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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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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자란다

등록 2009-03-07 10:18 수정 2020-05-03 04:25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외곽.
나무라곤 찾아볼 수 없는 황량한 산자락에 땅빛을 닮은 집들이 즐비하다. 그 아래 저만치 낮은 곳에 죽은 자들의 거처가 자리를 잡고 있다. 봉분이 있을 리 없다. 풀 한 포기 보이지 않는다. 그저 돌판 한 조각에 모진 생의 기록을 담은 채, 말없이 고요하게 누워 있다. 삶이 남루했으니, 죽음이라고 다를 리 없다.

아이들이 자란다

아이들이 자란다

촘촘히 박힌 묘비 사이를 비집고, 누군가 나무를 박아 그네를 맸다. 고단한 삶을 마감한 이들의 외로움을 아이들의 생기 넘치는 웃음소리가 달래주고 있다. 30년 세월 전쟁의 포성이 멈추지 않는 그 땅에도 가끔은 웃음이 있다. 죽음의 흔적이 넘쳐나는 도처마다 아이들이 자라고 있다. 놀고 있다. 눈이 시리도록 퍼런 하늘 높이 꿈을 차올리고 있다. 묘지에서 그네를 타고 있다.

사진 REUTERS/ AHMAD MASOOD·글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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