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내내 오락가락하던 가을비가 그치고 드러난 구름 위 파란 하늘과 투명하게 비추는 햇살 때문일까. 길가에 놓인 조각가의 작품을 조리대 삼아 요리를 하는 모습이 평화로워 보인다. 누이들과 동네 골목길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하던 어릴 적 소꿉놀이가 떠오른다. 두 여성 뒤로 보이는 깃발만 아니라면 추억 속 풍경으로 여기고 지나칠 것만 같다.
식사 준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시작한 파업이 1158일째을 맞은 10월24일 서울 금천구 가산동 기륭전자 정문 앞. 유흥희(왼쪽)·이미영 조합원이 어묵을 볶고 감자를 조리며 파업 1158일째 저녁식사를 준비하고 있다. 동료 조합원 등 10여 명이 먹을 음식이다. 이날 오후 4시 금천경찰서 앞에서 예정된 기자회견 전에 식사 준비를 마쳐야 하니 마음이 바쁘다. 67일 동안 단식을 했던 유씨는 “요리를 좋아하지도, 잘하지도 못하지만 ‘단식 후유증’ 때문에 요리를 한다. 단식을 마치니 예전보다 음식이 더 당긴다”며 웃었다.
열흘 전에는 회사가 고용한 용역업체 직원들이 이곳을 난장판으로 만들었다. 신대방동 새 사옥으로 옮겨가는 이삿짐이 나갈 길을 열기 위해서였다. 이에 항의하며 10월20일 10m 높이의 철탑을 쌓고 고공농성을 시작했지만 이마저도 경찰의 강제 해산으로 하루도 안 돼 끝나버렸다. 이들이 식사 준비를 하는 동안에도 막바지 이삿짐을 실은 차량들이 먼지를 일으키며 회사를 빠져나가고 있었다.
이들이 긴 싸움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 아늑한 주방에서 가족을 위해 찌개를 끓일 날은 언제 올까.
사진·글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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