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연을 탐사하는 고래의 눈
정선태 지음, 소명출판(02-585-7840) 펴냄, 1만4천원
한국 근대 계몽기 문학과 번역이라는 주제를 붙잡고 연구해온 국문학자 정선태씨의 글 모음. 근대 계몽기에 생산된 문학 텍스트에서 한국 근대성의 단서와 그 특질을 결정지은 맹아를 찾아 ‘심연을 탐사하는 고래처럼’ 종횡무진해온 지은이는 이 책에서 한국의 근대가 소설이라는 장르, 입센이라는 작가, 종교라는 단어를 어떻게 번역하고 수용했는가를 자신의 언어로 새롭게 해석한다. 영웅전기에 담긴 절박한 시대인식, 신소설이 빠진 문명과 야만이라는 이분법의 함정을 발견해내기도 하고 입센주의를 다룬 루쉰의 산문들과 채만식의 첫 장편 를 비교하면서 입센주의에 대한 이해가 동아시아 근대 문학사상계를 재구성하는 데 필수적임을 보여준다.
칭기스칸기
라시드 앗 딘 지음, 김호동 역주, 사계절(02-736-9380) 펴냄, 3만2천원
13세기 페르시아어로 쓰인 ‘최초의 세계사’ 중 칭기스칸 시대 부분이다. 를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완역하고 있는 중앙아시아 연구자 김호동 서울대 교수가 지난해 낸 에 이어 펴낸 두 번째 부분으로 칭기스칸 시대의 역사를 연구하는 데 중요한 자료들을 담고 있다. 김 교수는 투르크·몽골 어휘와 페르시아어, 몽골 제국사 전반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이스탄불 톱카프 도서관의 사본을 중심으로 6종의 사본을 대조하며 이 책을 번역했다. 몽골제국의 일부였던 일 한국의 재상이 쓴 이 책에는 지금은 사라져버린 중요한 원자료들의 내용이 포함돼 있어 몽골제국 건설의 전 과정과 칭기스칸의 말과 행동을 생생하게 더듬어볼 수 있다.
개발독재와 박정희 시대
이병천 엮음, 창비(031-955-3333) 펴냄, 1만5천원
“독재자 박정희 기념관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택시를 타면 “그래도 박정희가 최고였지”라는 말을 듣는 지금, 박정희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은 그만큼 복잡하다. 이 책에 참여한 12명의 학자들은 극단적 우상화와 혐오를 접고 박정희와 그 시대를 제대로 뜯어보기를 권하며, 차입수출 경제에 기반한 축적 체계와 개발독재적 국가조절 양식이 결합된 경제발전, 국가와 재벌의 ‘발전지배연합’과 불평등한 분배 등을 꼼꼼하게 보여준다. 특히 베트남 파병은 미국의 압력 때문이 아니라 박정희가 요청했으며, 파병을 통해 그가 미국과 군부의 확고한 지지를 얻고 한국사회 전체를 병영국가로 만들어 장기 집권의 토대를 구축했다는 것을 풍부한 자료를 기초로 실증한다.
어느 의사의 고백
알프레드 토버 지음, 김숙진 옮김, 지호(02-713-5170) 펴냄, 1만3천원
근대 의학이 과학으로 기울면서 의학은 인간을 잃어버렸다. 의사이자 철학자인 지은이는 이러한 현상에 반기를 들고 새로운 의료, 새로운 환자와의 관계를 정립할 것을 주장하고, 환자와 의사 모두 진료 과정에서 자아를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의사 집안에서 태어나 하버드 의대를 거쳐 동기들 중 가장 먼저 교수가 된 그는 마흔살에 어머니의 죽음을 맞이하면서 철학을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한다. 자신과 동료 의사들이 경험한 임상 사례들을 성찰하면서 그는 과학 맹신주의, 싸늘한 계약관계로 변한 의사와 환자 관계, 이 과정에 개입하는 정부와 보험공단의 문제점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그가 회복하고자 하는 것은 아픈 사람을 이해하고 대화하고 배려하는 의학이다.
지리산에서 보낸 산야초 이야기
전문희 지음, 김문호 사진, 화남(02-2279-4788) 펴냄, 9500원
도시화와 인스턴트의 물결 속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전통차를 되살리면서 지리산을 누비며 살고 있는 지은이가 산야초의 효능과 산야초 차 만드는 법, 산에서 살며 느끼는 생각들, 그곳의 사람 이야기들을 묶어 펴낸 책. 산야초란 우리 산과 들에 나는 흔한 풀과 꽃이다. 20대 초반에 음반을 낸 가수였고, 20대 중반에는 인테리어 가구회사를 차려 돈도 제법 번 그는 돌연 암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은 어머니와 함께 고향인 전남 장흥에 내려가 산야초 민간요법을 시도했다. 가망 없다던 전씨의 어머니는 3년 넘게 살다가 세상을 떠났다. 그때부터 그는 지리산에서 전통차의 흔적을 찾아 자생식물로 재현하는 일을 10년째 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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