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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30원… 최저임금 김빠지는 소리

정부가 먼저 불 지펴놓고 시작됐지만 노동계 1만원 vs 경영계 동결 “올해는 두 자릿수 인상안을 내놔 최소한 양심을 보여주리라 기대했는데…”
등록 2015-07-15 13:30 수정 2020-05-03 04:28

시급 6030원. 내년도 최저임금이 결정됐다. 올해(5580원)보다 450원 올랐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첫 6천원대 진입’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주 40시간 노동(주 1회 유급 주휴수당 포함)을 기준으로 월급을 계산하면 126만270원이다. 노동계는 공익위원들이 내놓은 조정안에 반발하며 지난 7월9일 새벽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12차 전원회의에 불참했다. 전원회의에 참석한 경영계와 공익위원 16명 중 15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거의 매년 그래왔듯이 노동계만 빠진 ‘반쪽’ 합의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 노동계는 박근혜 정부와 최저임금위원회를 향해 “배신의 정치”라며 비판했다. 전년보다 8.1% 오른 인상률은 2008년(8.3%) 이후 최고치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도 가장 높은 인상률(표1 참조)이다. 그런데도 노동계가 어느 해보다 거세게 반발하는 이유는 뭘까? 올해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기대치가 한껏 높아져 있었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인상론에 먼저 불을 지핀 것은 정부였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올해 3월부터 소득주도성장을 하려면 최저임금을 빠른 속도로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때 임기 5년간 최저임금을 40% 인상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은 바 있다. 때마침 미국, 일본 등에서도 임금을 인상해 경제를 살리자는 바람이 불었다. 노동계는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을 내걸고 각종 캠페인을 벌였고, 청년·여성 비정규 노동자들의 환호를 끌어냈다.

그러나 막상 최저임금위원회가 열리자, 노동계와 경영계 사이의 온도차는 예년과 다르지 않았다. 노동계는 시급 1만원, 경영계는 시급 5580원(동결)을 1차 요구안으로 내놨다. 경영계는 2008년 이후 매년 최저임금 동결을 주장하고 있다(5.8% 삭감안을 제시했던 2010년 제외).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었다.

경영계는 3차에 걸친 수정안에서 30원, 35원, 70원(표2 참조)씩 차례로 인상해 7월8일 5715원(인상률 2.4%)을 최종 수정안으로 내놨다. 노동계 수정안은 8100원(45.2%)이었다. 결국 정부가 위촉한 공익위원 9명이 ‘5940원(6.5%)~6120원(9.7%)’으로 심의 촉진 구간을 제시했다. 노동계는 이에 항의해 전원회의에서 집단 퇴장했다.

노동계 위원 9명은 지난 7월8일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올해는 공익위원들이 아무리 못해도 두 자릿수 이상 인상안을 내놔 최소한의 양심을 보여주리라 기대했다”며 회의 불참을 선언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노동계가 빠진 상태에서 8.1% 인상안을 최종 결정했다. 고용노동부 장관은 최저임금위원회가 제출한 안을 고시한 뒤, 이의신청 기간(10일)을 거쳐 오는 8월5일 최저임금을 고시하게 된다. 노동계는 이의신청을 할 방침이다.

올해 노동계는 조금 특별한 최저임금위원을 위촉했다. 산하 노동조합의 대표자를 내세우던 관례와 달리, 외부 노동단체에 최저임금 협상을 부탁한 것이다. 민주노총은 20~30대 청년 노동자들이 가입돼 있는 ‘청년유니온’의 김민수 위원장을, 한국노총은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을 추천했다. 이남신 소장은 2007년 비정규직 대량 해고를 막기 위해 파업을 벌였다가 해고된 이랜드일반노조 수석부위원장 출신이다. 두 사람에게 지난 4월9일부터 7월8일까지 11차례 열렸던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 참석 후기를 부탁했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최저임금위원회 참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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