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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는 아반떼, 근력은 쏘나타

서보미 기자 ‘아반떼 쿠페’ 시승기… 가속력·승차감 탁월하고 가격 부담 적어
등록 2013-04-26 21:48 수정 2020-05-03 04:27

멋스러웠으면 좋겠다. 회사에 타고 다니기에 너무 튀면 곤란하지만 밋밋한 건 딱 질색이다. 주행 성능은 기본이다. 평일 복잡한 도심에선 편안한 세단으로, 주말 탁 트인 외곽에선 질주 본능의 스포츠카로 변신하기를 바란다. 실용성은 체크리스트의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빤한 월급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고의 효율을 내길 원한다. 20대 후반~40대 초반의 싱글 혹은 자녀 없는 커플의 ‘드림카’는 이렇게 까다롭다. 스타일·주행성·경제성 중 어느 하나도 포기할 수 없다고들 한다. 현대차가 이런 고객층을 사로잡겠다며 야심차게 ‘아반떼 쿠페’를 내놨다. 하늘에 달린 싱글들의 눈높이를 맞출 수 있을지 그들을 대신해 달려봤다. 지난 4월16일 경기도 고양에서 인천 을왕리해수욕장까지 왕복 102km를 오갔다.

아반떼 쿠페는 바람을 스쳐지나는 듯한 윈드 크래프트를 지향하는 아반떼의 디자인 콘셉트를 전반적으로 계승했다. 현대차 제공

아반떼 쿠페는 바람을 스쳐지나는 듯한 윈드 크래프트를 지향하는 아반떼의 디자인 콘셉트를 전반적으로 계승했다. 현대차 제공

곳곳에 날렵하고 역동적인 쿠페 DNA

아반떼 쿠페는 세단형 아반떼의 파생모델답게 이란성쌍둥이 동생 같았다. 형과 닮은 듯 달랐다. 바람을 스쳐지나는 듯한 윈드 크래프트(Wind Craft)를 지향하는 아반떼의 디자인 콘셉트를 전반적으로 계승했다. 그러면서도 곳곳에 역동적이고 날렵한 쿠페 유전자(DNA)를 심어놨다. 전면에선 검은 고광택의 큼직한 라디에이터 그릴이 날카롭게 번뜩였다. 두 개의 문이 있는 옆면엔 캐릭터 라인이 후면까지 미끈하게 쭉 빠져 있어 쿠페의 스포티한 매력이 돋보였다. 뒷범퍼 역시 검은색으로 마감된데다, 세단형에선 숨어 있던 머플러가 밖으로 돌출돼 있어 강인함이 느껴졌다. 실내는 아반떼와 큰 차이가 없었다. 다만 2도어인 점을 배려한 깨알 같은 장치가 여럿이었다. 손님이 뒷좌석에 쉽게 타고 내릴 수 있게 조수석 쪽 시트가 앞으로 접히고 이동하는 ‘워크인 디바이스’가 장착돼 있었다. 쿠페인데도 뒷좌석 공간은 생각보다 널찍했다.

운전을 시작하자 만족감은 더 커졌다. 가속페달을 밟으니 차가 부드러우면서도 힘차게 앞으로 내달렸다. 그 뒤에도 밟으면 밟는 대로 나갔다. 다른 준중형에서 시속 90~100km로 달리는 것처럼 가속페달을 밟았는데 어느새 계기판의 눈금은 시속140km를 가리키고 있었다. 힘은 향상된 엔진 덕분이었다. 아반떼 쿠페는 아반떼의 감마 1.6 GDI 엔진 대신 누우 2.0 GDI 엔진을 탑재했다. 몸은 아반떼와 같은 준중형이지만 심장은 쏘나타와 같은 중형급인 셈이다.

속도감을 즐길 수 있는 차인 만큼 서스펜션(차체 뼈대) 강화에도 신경을 쓴 듯했다. 고속에서도 차가 묵직하고 안정감 있게 달렸다. 시속 140~150km에서 차선을 이리저리 바꿔타고, 시속 80~90km에서 코너링을 해봐도 핸들링에 큰 어려움이 없었다. 풍절음이나 노면 소음도 적은 편이었다. 다만 완전한 스포츠카가 아닌 만큼 시속 170km 이상으로 속도를 높이자 차가 가벼운 느낌이 들긴 했다. 영종대교를 지날 때는 강한 바람이 불어서인지 차가 좌우로 살짝 흔들렸다. 그래도 고속 주행을 꽤 오래 하는데도 몸을 감싸주는 것처럼 편안한 시트 덕을 톡톡히 봤다. 세단형 아반떼나 동급의 K3보다 승차감이 뛰어났다. 연비도 괜찮았다. 정체 구간이 없어서인지 공식 연비는 12.4km/ℓ(자동변속기 기준)만큼은 나왔다.

2도어 낯설어도 가격 대비 만족 커

가장 착한 건 가격이었다. 자동변속기 기준으로 가격은 1645만~1995만원이다. 중형급 엔진을 달았는데도 아반떼와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함께 시승한 다른 기자들도 ‘가격 대비 만족’ 측면에서 대부분 합격점을 줬다. 시승의 결론은 이렇다. 2도어가 낯설기는 하지만 아직은 자유로운 생활을 만끽하고픈 싱글·커플이라면 아반떼 쿠페에 도전해보기를 권한다. 일단 나부터?

서보미 기자 spr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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