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심장을 현대가에 준 까닭은?

지주회사 에버랜드 주식 일부 KCC에 판 삼성… KCC는 주요고객 확보, 삼성은 편법 상속 논란 피하는 ‘윈윈’ 전략 해석

삼성카드가 가진 삼성에버랜드 지분 26% 중에서 17%를 범현대가 일원인 KCC에 팔기로 합의한 ‘12·12 빅딜’을 두고 그 배경에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에버랜드 야경. 한겨레 자료

삼성그룹이 자신의 ‘심장’을 재계 라이벌인 범현대가(KCC)에 내준 내막은 무엇일까?

삼성카드가 가진 삼성에버랜드 지분 26% 중에서 17%를 범현대가 일원인 KCC에 팔기로 합의한 ‘12·12 빅딜’을 둘러싸고 이면계약설, 일시적 위탁설 등 미확인 소문이 무성할 정도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삼성과 현대는 재계 1·2위를 다퉈온 전통적 라이벌이다. KCC의 정몽진 회장은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동생인 정상영 명예회장의 장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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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C, 삼성이라는 고객 확보 최대 매력

“삼성과 KCC(범현대가)가 서로 윈윈했다.” 삼성과 KCC는 이번 주식거래에 대해 에 이렇게 설명했다.

수개월 전 한 외국계 투자은행이 에버랜드 주식거래를 두 그룹에 처음 타진했을 때 실무진들은 선뜻 나서지 못했다. 특히 삼성으로서는 자신의 심장에 해당하는 에버랜드 지분을 라이벌인 범현대가의 일원에게 넘기는 것이 큰 부담일 수 있다. 에버랜드는 삼성의 사실상 지주회사다. 삼성은 이재용-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다른 계열사로 이어지는 소유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하지만 양사의 최고경영진이 결단을 내리자 협상이 본격화됐다.

KCC로서는 무엇보다 삼성이라는 주요 고객의 확보가 최대 매력으로 꼽힌다. KCC는 도료 등 건자재가 주력사업이다. 삼성 계열사인 삼성중공업·삼성물산 등은 조선과 건축 등에 연간 1조원어치의 건자재를 사용하지만, 그동안 KCC와는 거래하지 않았다. KCC 관계자는 “에버랜드의 2대 주주가 되는 걸 계기로 최소 연간 수천억원 규모의 신규 물량 확보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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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C로서는 주식 투자 자체로도 손해나는 장사가 아니라는 계산이다. 에버랜드는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기업공개를 하게 된다. 또 삼성의 지주회사인데다 신수종사업 등 유망한 신규 투자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어, 차후 주식 가치는 현재의 장부가(주당 215만원)나 KCC의 매입가(182만원)를 크게 상회할 가능성이 높다. 삼성은 “내부적으로는 상장 준비를 끝냈지만 시기는 미정”이라고 말했다. 삼성은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 문제와 특혜 시비 등을 고려해 상장에 신중한 태도다. 이건희 회장의 자녀인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 오누이는 1996년 에버랜드 전환사채를 주당 7700원에 인수했다. 에버랜드 상장으로 이들이 막대한 자본이득을 얻게 되면 과거 편법 상속증여 논란이 재연될 수 있다.

삼성으로서도 계열사나 외국투자자에게 에버랜드 주식을 팔 경우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지만, KCC와의 거래는 이런 의혹을 불식시킬 수 있다. KCC 관계자는 “시장에 근거 없는 소문이 돌고 있는데 어떤 이면계약도 없다”며 “우리가 의혹을 살 일을 할 이유가 뭐냐”고 되물었다. KCC는 장부가 대비 15% 할인된 주식 가격이 헐값이라는 지적도 일축한다. 상장기업의 경우에도 대규모 주식거래는 상당한 할인율을 적용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더구나 에버랜드는 비상장기업이라는 것이다. 삼성은 “KCC가 처음에는 15%보다 더 큰 폭의 할인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주식 되팔지 않는다는 협정 맺어

삼성은 무엇보다 KCC가 적대 행위를 할 위험성이 희박하다고 판단했다. 삼성과 현대그룹은 각기 2세 경영체제로 전환한 뒤 특별히 불편한 일이 없었다. 또 KCC는 삼성과 사업이 겹치지 않고, 에버랜드의 경영에도 관심이 없다. 삼성은 “KCC가 사외이사 1명을 파견하기로 했지만, 2대 주주로서 단순한 경영 파악 차원”이라고 말했다. 삼성은 KCC와 에버랜드 주식을 경쟁사에 되팔지 않는다는 신사협정도 맺었다. KCC의 풍부한 자금 사정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KCC는 올해 현대차와 만도 주식을 팔아 현금성 자산이 9천억원에 달해, 주식 매입(7739억원)에 어려움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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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과 KCC의 빅딜이 삼성과 현대차 등 범현대가 간의 관계 증진에도 가교 노릇을 할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곽정수 기자 [e-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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