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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뚜라미의 부당내부거래?

최진민 회장 딸이 이사인 닥터로빈, 계열사 밀어주기로 성장세… 가족 보유 주식 많은 나노켐에서 ‘내부거래’ 비율 높아
등록 2011-10-13 15:16 수정 2020-05-03 04:26
» 지난해 12월, 대구시 두산동의 대구방송 사옥 1·2층에 닥터로빈이 입점했다. 닥터로빈은 귀뚜라미 최진민 회장의 셋째딸 문경씨가 이사로 재직 중이다. 한겨레21 김경호

» 지난해 12월, 대구시 두산동의 대구방송 사옥 1·2층에 닥터로빈이 입점했다. 닥터로빈은 귀뚜라미 최진민 회장의 셋째딸 문경씨가 이사로 재직 중이다. 한겨레21 김경호

“코카콜라·스타벅스 등 글로벌 브랜드 가치는 수백억불을 능가하고 있고 할리우드에서 제작한 히트 작품 영화 한 편이 현대자동차 1년 매출을 능가하는 IT(정보기술) 디지털 시대에 우리 닥터로빈은 2020년이면 우리 그룹에서 가장 앞선 회사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습니다.”

아버지가 끌어주고 계열사가 밀어주는

귀뚜라미그룹 최진민 회장이 최근 그룹 임직원에게 보낸 전자우편이다. 최 회장이 다이어트 음식 전문점인 닥터로빈에 큰 기대를 갖고 있음을 강조한 셈이다. 귀뚜라미그룹은 닥터로빈의 8개 지점 가운데 3개가 계열사 건물에 자리잡게 해주는 등 성장을 위해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2006년 설립된 닥터로빈에서는 최 회장의 셋째딸인 문경(32)씨가 설립 초창기인 2007년부터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최 회장 일가가 61.96%의 지분을 소유한 귀뚜라미홈시스가 대주주(지분 58.5%)다. 아버지가 끌어주고 계열사가 밀어주는 ‘내부거래’ 형식이다.

가장 최근인 지난해 12월 문을 연 대구방송점은 노조의 반발에도 개점에 성공했다. 대구방송의 최대 주주는 귀뚜라미이고, 최진민 회장은 지난 10월6일까지 대구방송의 회장직도 맡고 있었다. 노조는 입점 공사가 시작되자 성명을 발표하는 등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성명은 “사 측은 닥터로빈이 회사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당연히 해야 할 이유도 없고, 닥터로빈은 재료 선정이 까다로워 마진율이 높지 않다고도 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닥터로빈 대구방송점은 애초 계획했던 1층보다 넓어져 2층까지 확대됐다. 대구방송은 이익이 많지 않은 외식업체를 입점시키려고 방송 시설도 훼손했다. 대구방송의 한 직원은 “현재 건물 공간도 모자라는 상황에서 1층 스튜디오와 2층 분장실을 없애고 닥터로빈을 들여와 노조를 비롯해 회사 관계자들의 반대가 있었다”고 말했다. 입점 이후에도 방송사 임원들이 종종 닥터로빈에서 식사를 해 직원들 사이에서는 “왠지 손님을 데려와 매출을 올려줘야 할 것 같은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더욱이 대구방송은 지난해 건물 리모델링을 하며 귀뚜라미로부터 4억여원의 냉난방기를 수의계약을 통해 들여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대구방송 신사업부 관계자는 “점점 방송 환경이 어려워져 신사업을 추진했고, 다른 프랜차이즈보다 유리해 닥터로빈과 계약한 것”이라며 “운영도 닥터로빈의 프랜차이즈 형식이 아닌 식자재비 등만을 주고 대구방송의 자회사가 직접 경영하는 형식”이라고 말했다. 또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다르겠지만, 직원 교육에도 교육비를 지불하지 않는 등 조건이 좋다”며 “공간 역시 기존 공간도 좁지 않았고, 스튜디오 공간은 창고로 쓰던 것을 활용한 것뿐”이라고 말했다.

닥터로빈은 귀뚜라미 본사가 있는 서울 화곡동 본사와 강원도 철원의 ‘한탄리버스파호텔’에도 입주해 있다. 모두 공개 입찰이 아닌 수의 계약을 통해 계열사 건물의 요지를 차지했다.

16살에 대주주 된 최 회장의 딸

귀뚜라미그룹의 내부거래는 닥터로빈에서 그치지 않는다. 특히 최 회장 일가가 주식을 많이 소유한 귀뚜라미와 나노켐에서 내부거래 비율이 높다.

귀뚜라미는 냉난방기구 판매 및 제조·임대 업체로 최진민 회장 일가가 61.78%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 2389억여원 가운데 80%에 달하는 1908억여원이 특수관계사와의 거래에서 나왔다. 계열사(지분법적용피투자회사)인 나노켐·귀뚜라미홈시스·귀뚜라미랜드·대구방송·터키귀뚜라미보일러·귀뚜라미동광보일러 등과 거래해 1551억여원을 벌어들였다. 종속회사인 귀뚜라미범양냉방과 신성엔지니어링 등으로부터는 197억여원, 기타 관계사인 귀뚜라미문화재단·닥터로빈·센추리·귀뚜라미냉동기계 등으로부터는 159억여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내부거래는 해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2005년의 경우 귀뚜라미가스보일러·귀뚜라미보일러 등을 흡수 합병하기 전인데도 1778억원의 총매출 중 1억9천여만원으로, 내부거래 비율이 0.1%에 불과했다. 하지만 합병 뒤 2006년 29.7%(총매출 2022억여원 중 600억여원)를 기록한 이후 2007년 57.3%(2099억여원 중 1203억여원), 2008년 83.2%(2197억여원 중 1827억여원), 2009년 80.2%(2025억여원 중 1625억여원) 등으로 3분의 2 이상의 매출을 계열사로부터 뽑고 있다.

나노켐 역시 마찬가지다. 최진민 회장 쪽이 45.27%의 지분을 가진 나노켐은 보일러 관련 부품의 제조·판매를 주목적으로 하고 있다. 지난해 469억여원의 매출 중 433억원이 특수관계자와의 거래로 발생해 92.3%의 내부거래 비율을 기록했다. 2006년 89.3%(402억여원 359억여원), 2007년 88.7%(406억여원 중 360억여원), 2008년 95%(384억여원 중 365억여원), 2009년 92.7%(매출 344억여원 중 319억여원) 등으로 내부거래 비율이 경향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더욱이 두 회사 모두 회장 일가가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귀뚜라미의 경우 최진민 회장이 이사로 등재돼 있고, 장남 성환(33)씨도 이사 신분은 아니지만 본사인 청도공장을 직접 관리하고 있다. 나노켐의 대표이사는 최진민 회장의 부인인 김미혜(55·귀뚜라미복지재단 이사장 겸임)씨이며 성환씨도 사내이사를 맡고 있다. 내부거래로 손쉽게 매출을 올릴 수 있는 회사를 경영하고 있는 셈이다.

또 나노켐은 1995년 옛 귀뚜라미정밀공업으로 등기를 등록하며 최 회장의 부인 김미혜(20.1%)씨와 딸 수영(10%)·문경(9%)씨 등이 대주주가 됐다. 특히 문경씨는 당시 16살에 대주주 자격을 획득했다. 주식을 실제로 돈을 주고 샀는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미성년 시절에 획득한 회사 지분이 내부거래를 통해 성장하는 만큼 그 가치도 커진 셈이다. 현재 나노켐의 대주주는 최진민 회장 외 3명으로 45.27%의 지분을 보유한 것으로 돼 있다.

나노켐, 보일러 부품업체라 거래”

이에 대해 귀뚜라미 방혜정 홍보팀장은 “나노켐은 보일러 부품 제조업체라서 당연히 귀뚜라미와 거래가 많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애초 부품 제조 파트를 자회사로 분사해 공급하도록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방 팀장은 “귀뚜라미는 어떤 기업들과 내부거래를 했는지 파악하기 어려워 정확한 내용을 밝히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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