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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 불균형 빠르게 악화

소득 불균형의 경제학
노동연구원 조사자료 분석 결과, 중산층 쇠락하고 계층 간 이동 훨씬 어려워져
등록 2009-12-04 15:28 수정 2020-05-03 04:25
경제위기의 충격은 저소득층에 집중된다. 서울의 한 달동네 골목에 앉아 있는 노인들. 한겨레 이종찬 기자

경제위기의 충격은 저소득층에 집중된다. 서울의 한 달동네 골목에 앉아 있는 노인들. 한겨레 이종찬 기자

우리나라 언론들이 보도하는 소득분배지표는 대부분 통계청이 분기마다 조사·작성·공표하는 ‘가계동향조사’에 의존하고 있다. 그런데 소득분배 연구자들이 소득분배를 보여주는 자료로 흔히 활용하는 또 다른 소득분배 통계자료가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조사하는 ‘한국노동패널’ 자료다. 1997년부터 매년 조사하고 있는 이 자료는 표본이 전국의 도시가구 약 5천 가구인 패널조사다. 매번 표본을 새로 뽑는 통계청 조사와 달리, 똑같은 조사 대상 가구의 소득·고용 동향을 매년 추적조사하고 있다. 특히 1인 가구가 조사 대상에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 소득분배 동향 파악에 좋은 자료로 평가되고 있다.

지니계수 등 통계청 자료와 큰 차이

한국노동패널 자료를 활용해 분석한 ‘가구특성과 소득계층 이동’(최바울·김성환) 논문은 소득불평등 상태를 다각도로 분석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가구소득을 기준으로 대표적 소득분배 불평등지표인 ‘지니계수’(값은 0∼1 사이로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를 산출한 결과 1997년 0.391에서 2001년 0.415, 2006년 0.438로 높아졌다. 반면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에서는 전국 가구(2인 이상 비농가) 지니계수가 2003∼2008년 0.30∼0.33이다. 한국노동패널 자료에서 얻어진 지니계수보다 훨씬 낮다. 즉, 통계청에서 발표하는 가계동향조사 자료만 사용할 경우 우리나라 소득분배는 상대적으로 공평한 것으로 나타난다. 양쪽 가운데 어느 자료가 현실의 소득분배를 더 정확히 보여주는지에 대한 엄밀한 비교는 어렵겠지만, 통계청 자료가 소득분배 악화(또는 불공평) 정도를 상대적으로 과소평가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또 소득계층을 불문하고 전체 평균 가구소득 가운데 근로소득 비중은 1997년 84.9%, 2001년 83.4%, 2006년 78.8%로 계속 줄어들고 있다. 대신 부동산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은 1997년 2.1%, 2001년 6.8%, 2006년 7.7%로 증가했다. 이렇듯 노동패널 자료는 자산소득이 소득분배 악화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근로소득을 빼고 자산(금융·부동산)소득만 보면 외환위기 이후 2006년까지 지니계수가 0.6∼0.8로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금융·부동산 소득은 그 특성상 조사 때 응답자들이 과소보고하거나 최상위계층의 경우 종종 아예 누락해버리는 현실을 감안하면 실제 불평등은 이보다 훨씬 더 클 것으로 짐작된다.

소득 계층별 소득 점유율 (※ 이미지를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소득 계층별 소득 점유율 (※ 이미지를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이제 노동패널 자료에 근거해 소득 10분위별 가구소득 점유율(우리나라 총가구소득에서 각 소득계층이 차지하는 몫)을 보자. 2006년에 소득 1분위의 점유율은 1.18%, 2분위 2.68%인 반면, 9분위는 16.24%, 10분위의 점유율은 무려 31.63%에 달했다. 상위 10분위는 소득점유율이 1997년 29.2%에서 31.6%로 높아진 반면, 하위 1분위는 점유율이 1997년 1.36%에서 2006년 1.18%로 줄었다. 이에 따라 소득 1분위와 10분위의 소득 격차 역시 1997년 21.4배에서 2006년 26.7배로 대폭 늘었다. 조금 더 넓혀 소득 상·하위 20% 계층을 보면, 하위 20%의 소득 점유율은 1997년 4.55%에서 2006년 3.86%로 떨어진 반면, 상위 20% 계층의 소득 점유율은 1997년 45.0%에서 2006년 47.8%로 증가했다. 중간소득계층(소득 4∼7분위)에서는 각 소득분위마다 모두 1997년에 비해 점유율이 0.2∼0.5%포인트 낮아졌다. 이는 중산층이 조금씩 쇠락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최하위층 지속비율 60%에서 72%로

다른 소득계층으로 이동하는 이들은 많아졌을까, 적어졌을까? 노동패널 자료를 활용한 또 다른 논문인 ‘외환위기 이후 소득이동에 대한 연구’(석상훈)은 소득 크기에 따라 계층을 5분위로 구분한 뒤 동태적 추이를 제시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1998년부터 2005년까지 지속비율(현재의 소득분위에 그대로 남아 있는 비율)은 전체적으로 48.4%에서 56.7%로 증가했다. 즉, 소득계층 간 이동성이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특히 소득 최상위층(5분위)의 지속비율은 1998년 65.5%에서 2005년에 70.7%로, 소득 최하위층(1분위)의 지속비율은 같은 기간에 60.9%에서 72.7%로 상승했다.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으로 양극화가 빠르게 지속되면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고착화되고 있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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