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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가 이재용 이혼소송 사건

부인 임세령씨 ‘이혼 및 재산분할 청구소송’ 후폭풍… 경영권과 두 그룹 적자 양육권 걸린 싸움
등록 2009-02-19 05:52 수정 2020-05-02 19:25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외아들 이재용(41) 삼성전자 전무가 이혼소송을 당해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재계 안팎에선 이혼소송 결과에 따른 후폭풍에 더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번 이혼소송은 개인 차원을 넘어 재산 문제와 경영권 승계, 사돈 기업과의 관계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 전무의 부인이자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의 맏딸인 임세령(32)씨는 2월12일 이 전무를 상대로 서울가정법원에 이혼 및 재산분할 청구소송을 냈다. 법원은 이날 사건을 가사4부에 배당하고 본격적인 심리에 들어갔다. 임씨는 위자료 10억원과 함께 재산분할을 요구했다. 분할 요구 금액은 5천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임씨가 이혼을 청구한 구체적인 이유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1998년 6월 이재용씨와 임세령씨의 결혼식에서 삼성 이건희 전 회장 부부와 임창욱 대상 명예회장 부부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

1998년 6월 이재용씨와 임세령씨의 결혼식에서 삼성 이건희 전 회장 부부와 임창욱 대상 명예회장 부부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

주식만 1조원대… 보유 지분 휘청?

두 사람의 불화설은 외도설 등으로 포장돼 이미 1년 전부터 호사가들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임씨가 프랑스로 유학을 가게 된 것도 불화설 때문이라는 얘기가 나돌았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난 건 1997년이다. 임씨의 어머니가 이 전무의 어머니 홍라희씨와 불교도 모임인 ‘불이회’에서 친하게 지낸 게 계기가 됐다. 당시 임씨는 연세대 경영학과 학생이었다. 이 전무는 일본에서 경영학석사(MBA)를 마치고 미국 유학길에 오를 때였다. 두 사람은 1년 뒤인 98년 6월 결혼식을 올렸다. 과거 ‘미풍’과 ‘미원’으로 치열한 조미료 전쟁을 벌였던 삼성과 대상이 사돈을 맺어 재계의 화제를 모았다. 영·호남 대표 기업의 혼사로도 관심이 집중됐다.

이번 이혼소송의 재판 결과에 따라 삼성그룹의 후계 구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우선 관심이 쏠린다. 이 전무의 재산은 대부분 삼성그룹 주식이다. 부동산과 기타 보유 재산 등은 외부에 공개된 적이 없다. 이 전무의 주식 보유 현황은 현재 삼성전자 84만403주(0.49%), 삼성에버랜드 62만7390주(25.1%), 삼성SDS 514만6700주(9.1%), 삼성네트웍스 793만1742주(7.64%), 서울통신기술 506만6690주(46.04%), 가치네트 140만 주(36.69%) 등이다.

이 가운데 상장사인 삼성전자 주식은 2월12일 종가 기준으로 4370억원(주당 52만원)어치에 이른다. 비상장 계열사 주식의 경우 삼성에버랜드 약 530억원, 삼성SDS가 2400억원, 삼성네트웍스 450억원, 서울통신기술 1550억원, 가치네트 26억원 등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를 모두 더하면 약 9300억원이다. 주식 재산만 1조원대에 이르는 셈이다.

재산분할이 이뤄지면 가뜩이나 지분이 적은 이 전무의 경영권 승계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대법원 판례는 “상속·증여받은 재산은 원칙적으로 분할의 대상이 되지 않지만, 부부 한쪽이 적극적으로 그 재산의 유지에 기여했다면 분할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 임씨가 자신의 기여 부분을 인정받기 위해선 1998년 결혼 이후 가사노동 등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재산의 유지 및 증가에 기여했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

삼성-대상 ‘우리 집안 적자’ 다툼

그동안 재벌가의 재산분할 소송은 몇 차례 있었다. 지난 2000년 삼영그룹 이종환 회장 부인이 1천억원대 이혼소송을 제기했다. 이른바 ‘황혼이혼’ 소송으로 불리며 관심을 끌었던 이 소송에서 부인은 50억원을 받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장을 지낸 동아제약 강신호(82) 회장 역시 부인 박아무개(80)씨와 재산분할 청구소송 끝에 위자료 53억원을 지급했다. 당시 강 회장 부인이 요구한 위자료는 200억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돈 관계인 삼성그룹과 대상그룹의 관계가 어떻게 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임씨는 소송을 내면서 1남1녀에 대한 양육권도 함께 요구했다. 두 사람의 자녀는 삼성에서 적자지만 대상에서도 적자다. 이 전무는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외아들이다. 임씨는 여동생에 이어 대상그룹 2대 주주지만, 여동생이 미혼이어서 자녀들은 적자인 셈이다.

두 회사는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대주주 일가의 사적인 일이라고 선을 긋고 있지만 내심 부담스러운 눈치다. 삼성그룹 쪽은 “개인적인 일이기 때문에 그룹에서는 어떠한 입장도 내놓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흥미로운 건 2월13일 이혼소송 소식에 대상그룹 관련주가 일제히 오른 점이다. 대상홀딩스는 이날 상한가를 기록했고, 대상홀딩스의 지분 1.62%를 보유하고 있는 대상도 5.39% 급등했다. 반면 이 전무가 갖고 있는 삼성전자는 1.73% 떨어져 대조를 이뤘다. 지난해 12월24일 대상홀딩스가 제출한 최대 주주 등 소유주식 변동신고서를 보면, 임씨는 이 회사의 지분 19.9%를 보유하고 있는 2대 주주다.

하지만 삼성이 가장 우려하는 점은, 이번 소송으로 이 전무의 이미지가 상처를 받게 되는 점이다. 재산 증여 과정이 또다시 언급되는 것을 삼성은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이건희 전 회장에서 이재용 전무로 이어지던 삼성의 경영권 이양이 상당 기간 지체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삼성가는 고현정씨 이혼으로 한 차례 주목을 받았다. 고씨는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의 장남인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사장과 1995년 5월 결혼해 1남1녀를 뒀으나 결혼 8년6개월 만에 갈라섰다. 두 사람은 법원에는 이혼 사유를 성격차라고 밝혔다. 정 부사장은 당시 고현정씨에게 위자료 15억원을 주는 대신 자녀양육권을 갖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희 회장은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다섯째딸이다. 이건희 전 회장의 조카인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은 김석기 전 중앙종금 사장과 결혼했으나 이혼했다.

미스코리아 출신 방송인 한성주씨도 1999년 6월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의 셋째아들 채승석씨와 결혼했으나 10개월 만에 파경을 맞았다. 최원석 전 동아건설 사장과 결혼한 70년대 유명 여성듀엣 ‘펄시스터스’ 멤버 배인순(본명 김인애)씨의 이혼도 화제가 됐다.

이재용 미국 일정 취소, 이건희 입원

한편 지난 2월6일 미국으로 출국한 이 전무는 이동통신 업계의 주요 거래처인 AT&T의 초청으로 프로골퍼 최경주와 동반 라운딩을 할 예정이었으나 일정을 전격 취소했다. 이건희 전 회장은 12일 정밀 건강검진을 위해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했다. 삼성 관계자는 “가벼운 감기 기운이 있는데다 정기검진 때가 되어 입원했지만 특별히 건강에 이상이 있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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