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color="darkblue"> 이건희 공백 → 삼성 위기 → 이재용 카드로 가는 절차인가… 불법 승계 책임이나 지배구조 개선 내용 없어</font>
▣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4월22일 이건희 회장의 경영 일선 퇴진을 뼈대로 하는 삼성그룹 경영쇄신안 발표 직후 경제계는 물론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를 비판해온 학자들까지도 “예상을 깬 파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평가도 잠시. “내용을 뜯어보니 별것 아니다”라는 쪽으로 분위기가 급속히 바뀌고 있다. 오히려 이 회장 퇴진은 이재용 전무가 삼성그룹 총수로 올라서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왜 그럴까?
본질은 ‘이재용 퇴진 누락’
진주산업대 송원근 교수(경제학)는 “이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나니 삼성그룹 전체적으로 투자가 안 된다는 말이 빠르게 돌 수 있다. 삼성이 경제학자들을 동원해 이 회장 대신 누군가 (그룹 총수 자리에) 들어와야 한다는 분위기를 띄울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여기서 잠깐 삼성그룹과 삼성전자가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살펴보자. 삼성이 차지하는 경제력 비중이 급상승하기 시작한 건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부터다. 삼성은 이건희 회장 취임 직후인 1988년 4월 당시, 5대 재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출액으로는 32.5%, 당기순이익에서는 22.7%에 불과했다. 그러나 삼성은 2005년 4월, 5대 재벌 매출액의 39.5%, 당기순이익의 46.2%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확대됐다. 범삼성 계열(삼성·신세계·CJ·한솔·중앙일보·보광 등)의 경제력을 모두 합치면, 2005년 4월 5대 재벌에서 차지하는 매출액과 당기순이익이 각각 50%에 육박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삼성공화국’의 실체다.
특히 삼성전자는 하나의 개별 기업인데도 ‘재계 4위 그룹’으로 부상하고 있다. 그만큼 삼성전자가 한국 경제 전체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는 얘기다. 2005년 삼성전자의 순이익(7조6천억원)은 상장기업 전체 당기순이익의 약 18%에 달했다. 삼성전자의 영업 성과에 따라 한국 경제 전체 혹은 금융시장 지표가 좌우된다. 2004년 말 삼성전자는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의 16.3%, 국내총생산의 7.4%를 차지했고, 2004년 4월 삼성전자의 시가총액(100조5천억원)은 당시 주식시장 전체 시가총액의 24.8%에 달했다. 참고로 1995년에 삼성전자 시가총액은 주식시장 시가총액의 6.4%에 불과했다.
이런 수치들이 말해주는 건 무엇일까? “이건희 회장이 물러난 이후 삼성의 영업 성과가 나빠지고, 그룹 경쟁력이 약화되고 투자가 안 되고 있다. 그래서 한국 경제가 위기에 빠지고 있다”는 얘기가 안팎에서 흘러나오고, “결국 이재용이든 누구든 새로운 그룹 총수가 들어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삼성전자에 대한 경영권 위협이라도 현실화되면 ‘삼성 회장 이재용 카드’가 급속히 부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회장 퇴진이 ‘소나기 피했다가 슬그머니 컴백하려는, 잠깐 동안의 2선 퇴진’에 그칠 것이란 전망도 있지만, 이 회장이 이미 물러난 마당이니 이재용 전무가 서둘러 명실상부한 오너로 등장해야 한다는 요구가 여기저기서 제기될 수 있는 상황이다. 과연 앞으로 ‘이건희 공백’에 따른 ‘삼성 리스크’론이 확산될 것인지 관심이 쏠리는 대목이다.
삼성 쇄신안이 진정성 측면에서 의심받는 가장 큰 이유도 이재용 전무의 퇴진이 빠졌다는 점이다. 사실 언론들이 이 회장의 퇴진을 대대적으로 보도했지만 쇄신안의 본질은 ‘이 회장 퇴진’보다는 ‘이재용 퇴진 누락’에 있다. 방송대 김기원 교수(경제학)는 “이재용의 삼성 지배권은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 발행·인수 등) 배임에 의해 생겨난 것인데, 말하자면 도둑질해서 회사 지배권을 물려받은 거다. 물론 그게 시효가 지났다고는 해도, 계속 경영 일선에 있으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한성대 김상조 교수(경제학)도 “사실 이건희 회장은 원래 일상적인 경영을 안 했던 인물이고, 총수의 지배력과 관련된 핵심 의사결정만 해왔을 뿐이다. 경영권 불법 승계 등에 대한 책임을 어떻게 지겠다는 것인지, 지배구조를 어떻게 개선하겠다는 것인지 모두 의문이다. 쇄신안을 자세히 뜯어보면 실질적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이수빈, 얼굴마담에 그칠 것
삼성은 쇄신안에서 “이재용 전무는 삼성전자의 글로벌고객총괄책임자(CCO) 자리를 사임한 뒤 주로 ‘여건이 열악한 해외 사업장’에서 임직원들과 함께 현장을 체험하고 시장개척 업무를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인하대 김진방 교수(경제학)는 “이재용씨가 CCO에서 물러나는 건 아무 의미가 없다.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 헐값 발행·인수나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 발행·인수 등 이재용씨와 관련된 불법 부분에 대해 전혀 언급이 없다”며 “적어도 이재용씨와 관련해서는 아무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본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재용 전무에게는 전혀 흠집을 남기지 않겠다는 것이고, 곧 이재용 전무로의 경영권 승계를 더 강하게 밀고 나가겠다는 삼성의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 즉, 삼성은 이건희 회장의 ‘돌연 퇴진’이라는 충격요법을 앞세워 이재용 전무한테 불똥이 튀는 것을 차단했다고도 볼 수 있다.
사실 이건희 회장과 이학수 부회장, 김인주 사장을 포함해 삼성의 핵심 수뇌부가 삼성특검에 의해 이미 모두 사법처리(불구속 기소)된 마당에 삼성이 굳이 ‘많은 것을 포기하는’ 쇄신안을 내놓을 이유가 있을까? 오히려 이 회장은 자신이 일찍 회장직에서 물러나 자리를 비켜주는 것이 이재용 전무가 그룹 총수로 올라서는 빠른 길이라고 생각했을 수 있다. 이건희 공백 상태라면 경영권 불법 승계를 둘러싼 논란이 수그러들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삼성은 물러난 이건희 회장 대신 앞으로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이 대외적으로 그룹의 얼굴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수빈 회장은 얼굴마담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그는 실무에서 이미 떠나 있던 인물이고, 그룹 원로 예우 차원에서 삼성생명 회장직에 남아 있을 뿐 딱히 하는 일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수빈 회장이 얼굴마담 역할에 그친다면 당장 그룹 총괄 기능에 공백이 생길 것이고, 그러면 “이건희 리더십을 대체할 만한 또 다른 인물(이재용)이 필요하다”는 논리가 삼성 안팎에서 제기될 가능성이 크다. 그런 점에서 이번 쇄신안은 이재용을 위한 쇄신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건희 회장이 이수빈 회장을 중심으로 한 계열사 사장단협의회 막후에서 그룹 전반을 조정하는 ‘수렴청정’ 역할을 하게 될 것이란 예상은 부차적인 관심사일뿐이다.
이제 국민의 이목은 이재용 전무가 CCO 직함을 벗고 어디서 뭘 하면서 경영권 승계 준비를 할지에 쏠리고 있다. 이 전무의 거취와 관련해 삼성 쪽은 “삼성전자의 5월 인사 때 이 전무가 해외에 근거를 두고 활동할지, 지금처럼 국내에 거점을 두되 해외 시장 개척 업무를 하게 될지 가닥이 잡힐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로서는 브릭스(BRICs)와 베트남 등 신흥시장에서 삼성전자의 휴대전화 및 LCD 사업을 챙기면서 경영수업을 쌓을 것으로 관측된다.
여기서 4월25일 삼성전자가 발표한 올 1분기 실적을 보자. 삼성전자는 신흥시장 공략 등으로 1분기 영업이익 2조5700억원을 기록했다. 1년 전에 비해 21% 성장한 것으로, 당초 예상을 깨는 ‘어닝 서프라이즈’ 수준의 실적을 올렸다. 휴대전화와 LCD 사업이 해외시장에서 견고한 성장을 이뤘기 때문이다. 결국 삼성이 ‘열악한 해외 사업장의 신시장 개척’이라는 다소 모험적인 업무를 이재용 전무한테 맡기기로 했지만, 1분기 실적에 비춰볼 때 그가 가는 곳마다 앞으로 ‘더 좋은 실적’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열악한 해외 사업장? 눈부신 실적 낼 것
이재용 전무는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 인수와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 헐값 인수 그리고 삼성생명 차명주식 헐값 인수 등 ‘현란한 불법 재테크’를 통해 막대한 재산 증식을 이뤘고, 이처럼 삼성 계열사들에 막대한 손실을 끼치면서 삼성그룹 지배지분(삼성에버랜드 지분 25%)을 이미 확보했다. 남은 건 경영능력 검증인데, 2001년의 e삼성 경영 실패로 1차 경영수업은 수포로 돌아갔고 이제 2차 경영수업을 해외 시장에서 쌓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2차 경영수업 장소는 비교적 쉽게 눈부신 실적을 낼 수 있는, 성장하는 신흥시장이다. 말로는 열악한 해외 사업장이라지만, 이 전무는 앞으로 삼성의 탄탄한 해외 판매법인을 토대로 ‘놀라운 마케팅 실적’이란 경영성과를 들고 국내에 들어올 공산이 크다.
이건희 회장과 함께 이학수 전략기획실장, 김인주 전략지원팀장 등이 퇴진하기로 한 것도 전략기획실(옛 구조조정본부) 해체와 함께 ‘이재용의 삼성’으로 가는 길을 만들어주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특검에 의해 불구속 기소된, 불법·편법의 상징적 인물 10여 명이 모두 물러나고, 또 법적 근거가 없는 비공식 기구로 불법·편법을 주도한 전략기획실이 해체되면 ‘새로운 삼성’ 이미지를 국민에게 심어줄 수 있게 된다. 사실 삼성으로서는 이 회장과 이 회장의 측근 실세인 이학수 부회장, 김인주 사장이 퇴진하고 전략기획실의 소임이 끝난 상황에서 삼성의 컨트롤 타워 노릇을 해온 전략기획실을 더 이상 유지할 필요성이 별로 없다. 그런 점에서 전략기획실 해체는 파격적 쇄신안이라고 보기 어렵다.
삼성은 이 회장의 퇴진으로 각 계열사 독립경영 체제가 강화될 것이고, 순수 전문경영인 중심의 사장단협의회에서 그룹의 투자계획 등을 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계열사마다 이사회 멤버들은 1987년 이건희 회장 취임 이후 지난 20년간 이 회장 일가의 손발 노릇을 해온 가신들로 채워져 있다. 송원근 교수는 “이건희·이학수·김인주씨 등이 퇴진하더라도 이 회장의 차명계좌를 대신 맡아온, 1개 대대에 이를 정도로 많은 가신 그룹 임원들이 기다리고 있다”며 이들이 미래의 ‘이재용 삼성 체제’를 위한 작업에 나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이 전무로의 경영권 승계는 이미 10여 년 전부터 전략기획실의 주도면밀한 계획 아래 진행돼 이제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는 단계에 와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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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경영쇄신안 내용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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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경영쇄신안 가운데 이건희 회장 퇴진과 전략기획실 해체 외에 눈길을 끄는 또 다른 내용은 △삼성카드가 보유한 삼성에버랜드 주식(25.64%) 매각 △삼성생명 차명주식 처리 △은행업 진출 포기 등이다. 우선 삼성은 “삼성카드가 보유한 삼성에버랜드 주식을 4∼5년 안에 매각해 순환출자 구조를 점차 해소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예상 밖의 충격’이 전혀 아니고, 이미 예고됐던 것이다.
2005년부터 삼성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은 삼성에버랜드가 아니라 사실상 삼성카드가 하고 있었다. 삼성카드가 당시 삼성전자 지분(56.08%)을 46.85%로 줄이는 대신 삼성에버랜드 지분을 크게 늘려 이재용 전무의 삼성에버랜드 지분(25.10%)보다 더 많이 보유하게 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당시 재정경제부는 금융산업구조개선법(금산법)에 따라 삼성카드의 삼성에버랜드 지분 5% 초과분의 의결권을 해소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2006년 말 국회에서 통과된 금산법 개정안도 삼성카드가 삼성에버랜드 지분 초과분 20.64%를 5년 안에 자발적으로 처분하도록 하고 있다. 송원근 교수는 “물론 삼성으로서는 향후 국회에서 금산법 조항이 완화될 것으로 내심 기대하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쇄신안을 보면 금융과 제조업을 분리한다는 것이 기조인데, 그렇다면 삼성카드의 삼성에버랜드 지분을 어떻게 할 것이냐는 문제가 발생하고 어쩔 수 없이 4∼5년 안에 매각하겠다고 발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실 삼성카드가 보유한 삼성에버랜드 초과지분 20.64%는 의결권 제한을 해도 삼성 지배구조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삼성에버랜드 지분의 94.48%를 이건희 회장 등 특수관계인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은 또 삼성생명 차명계좌와 삼성전자 차명주식 등 4조5천억원에 이르는 이건희 회장 자금에 대해 “개인이나 가족을 위한 일이 아닌 좋은 일에 쓰겠다”고 발혔다. 차명계좌·주식의 취득 경위와 정확한 규모는 전혀 밝히지 않았다. 사실 지금까지 전·현직 임원 명의로 보유하고 있는 삼성생명 차명계좌 16.2%(324만4800여 주)는 이재용 전무로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예비용’으로 갖고 있던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제 경영권 승계 지분이 확보된 만큼 이 돈을 굳이 경영권 승계에 활용할 이유가 없어졌다. 즉, 가족(이재용)을 위해 쓸 필요가 없어졌다는 뜻이다. 사실 이건희 회장은 특검에서 밝혀낸 것 외에 더 많은 차명계좌를 갖고 있을지도 모른다. 삼성이 차명계좌의 취득 경위나 규모를 스스로 밝히지 않은 건 나중에 추가 차명자금이 드러날 상황을 미리 대비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삼성은 금산분리와 관련해 줄곧 논란을 빚어온 은행업에는 진출하지 않겠다는 뜻도 밝혔다. 그러나 이미 자본시장통합법에 따라 증권·보험사들이 은행업을 겸업하는 추세다. 굳이 은행을 갖고 있을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그래서일까? 이학수 부회장은 쇄신안 발표 때 “은행업에 진출하지 않고 삼성증권·화재 등 계열 금융사들의 경영 투명성을 높여 일류 기업으로 키우는 데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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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단협의회’ 뭐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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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회장 퇴진 이후 그룹 경영을 총괄 조정하게 될 삼성 계열사 ‘사장단협의회’는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게 될까?
여기서 삼성의 계열사 간 ‘내부거래’ 규모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삼성 계열사 간 상품 내부매출 규모는 1997년 말 약 20조원(계열사 총 매출액 대비 28.9%)에서 2004년 말 60조원(57.9%)으로 대폭 늘었다. 제조업종에 속한 삼성 계열사들만 보면, 2004년 총 매출액 합계에서 내부거래 비중은 51.6%에 달했다. 매출액의 절반 정도가 삼성 계열사들 사이에 발생한 것이다. 삼성 계열사 중에서 도·소매 부문의 내부매출액 비중은 무려 76.7%에 이르렀다. 반면 삼성 계열사 가운데 금융보험업종 계열사들은 총매출에서 내부매출 비중이 1.4% 정도에 그쳤다. 업종의 특성 때문이다.
제품뿐 아니라 자산·자금·인력 등 계열사끼리의 내부거래는 특정 계열사나 부실 계열사에 대한 부당한 지원으로 이어진다. 또 중견·독립 중소기업과의 공정 경쟁을 막고, 계열사 확장 수단으로도 이용된다. 주요 계열사들을 동원한 복잡한 순환출자 고리와 더불어 재벌 총수의 지배력을 확장하고 총수 일가의 경영권 상속에 활용돼온 것이다. 즉, 총수 등 지배주주가 지분을 대거 보유하고 있는 특정 계열사한테 유리한 쪽으로 계열사 간 내부거래가 이뤄지고, 이럴 경우 다른 계열사들의 손실은 총수 일가의 사익으로 돌아간다.
제품 내부거래의 경우, 앞으로 사장단협의회에서 “우리 계열사 제품을 얼마에 사달라. 그러면 너희 계열사의 제품을 얼마에 사주겠다”는 식의 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삼성 전략기획실이 “(이재용 전무로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너희 계열사는 얼마의 손실을 감수해라”거나 “너희 계열사에서 (이재용씨가 맡았다가 파산한) e삼성 주식을 몇 주씩 받아줘라”는 결정을 내렸다면, 사장단협의회에서는 그룹 내부매출 가격을 조정하거나 특정 계열사의 매출을 올려주는 방법을 강구하는 내용을 주로 논의할 것이란 얘기다.
흥미로운 건 재벌의 금융·보험 계열사들이 그동안 계열사 간 부당 내부거래와 부실 계열사 지원의 우회 통로로, 나아가 총수 개인의 지분관리를 통해 재벌 지배력을 유지하는 수단으로 동원돼왔다는 점이다. 어느 재벌기업 할 것 없이 보험·증권·카드 등 이른바 ‘재벌 사금고’들을 거느리면서 그룹 자금줄로 육성해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금융회사는 대부분의 자산이 일반 가입자·저축자의 자금이기 때문에 특정 기업이 소유하더라도 경영상의 위험을 정부에 전가할 수 있게 된다. 또 일반 모기업의 이익을 위해 금융회사(즉 가입자)의 희생을 요구하기도 한다. 특히 계열 금융회사를 통해 경쟁기업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경쟁기업에 대한 대출을 제한해 유리한 지위를 점할 수도 있다. 삼성의 경우 2005년 현재 삼성생명·카드·화재·증권 등 9개 금융·보험 계열사들이 약 6조원(금융계열사 자본총액의 약 7.2%)에 이르는 금액을 일반 계열사 출자에 동원하고 있다. 삼성이 금산분리를 둘러싼 각종 법률에 사활적 이해관계를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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