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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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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먹는 하마’ 유인 우주비행

등록 2008-04-25 00:00 수정 2020-05-03 04:25

<font color="darkblue">궤도 올라간 셔틀의 납덩어리가 금덩어리로 변하더라도 수지 안 맞아… ‘왜 인간을 우주로 보내는가’라는 근본 질문 던질 때</font>

▣ 김명진 성공회대 강사·시민과학센터 운영위원

지난 4월8일 이소연(30)씨가 러시아의 소유즈 우주선을 타고 지구 궤도에 올랐다. 이후 소유즈 우주선은 궤도상에 있는 국제우주정거장(ISS)과 도킹하는 데 성공했고, 이 글을 쓰는 현재(4월17일) 이소연씨는 그곳에서 여러 가지 과학실험을 하고 한국에 있는 사람들과 교신을 주고받는 등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우주인 VS 우주여행 참가자’ 논란을 넘어

한국 최초의 ‘우주인’을 배출한 이번 행사의 성공으로 우주 개발에 대한 열기가 제법 뜨거워진 느낌이다. 언론에서 이소연씨의 일거수일투족을 자세히 보도하는가 하면, 서점가에는 우주여행을 다룬 책들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장래희망으로 우주비행사를 꿈꾸는 아이들의 수도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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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번 행사는 새로운 우주 시대로 나아가는 첫걸음이 될 수 있을까? 사람들이 꿈꾸는 것처럼, 앞으로 지구 궤도상에 떠 있는 호텔에서 묵으면서 우주를 바라보며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한다거나 화성으로 가는 우주선에 편안하게 올라타 우주여행을 즐길 수 있는 미래에 우리도 동참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일까?

이 질문에 답하려면 이소연씨가 ‘우주인’이냐 아니면 ‘우주여행 참가자’냐는 식의 논란을 넘어 유인 우주비행의 미래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즉, 1961년에 유리 가가린이 처음으로 지구 궤도에 오른 이후 계속돼온 유인 우주비행이 과연 현재 시점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 일인가를 다시 평가해봐야 한다.

사실 유인 우주비행 프로젝트들이 엄청난 돈을 잡아먹으면서도 성과는 미미한 ‘애물단지’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기 시작한 것은 제법 오래됐다. 1960년대 미국의 아폴로 계획에는 250억달러(요즘 화폐가치로는 1350억달러)라는 천문학적인 돈이 투입됐는데, 아폴로 계획의 전성기에는 미 항공우주국(NASA)이 미 연방정부 전체 예산의 4%를 차지할 정도였다. 미국은 1969년 7월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으로 냉전기의 체제 경쟁에서 자존심을 세웠지만 이후 미국 국민의 관심은 싸늘하게 식어버렸고 남아 있던 아폴로 18호부터 20호까지의 비행은 취소되고 말았다.

아폴로 계획 이후 미국은 기체를 재사용해 우주비행에 드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 스페이스 셔틀의 개발을 추진했다. 그러나 셔틀의 경제성 역시 애초 기대에 훨씬 못 미쳤다. 셔틀 계획을 추진했던 사람들은 머지않아 셔틀이 1~2주에 한 번꼴로 비행하게 될 것이고, 셔틀을 이용해 지구 궤도까지 인공위성과 같은 화물을 실어나르는 데 드는 비용도 파운드당 100달러선까지 떨어질 거라는 낙관적 예측을 내놓았다. 그러나 현실에서 셔틀은 1년에 네댓 번 정도 비행하는 데 그쳤고, 한 번 비행을 위해 5억달러의 비용이 소요되는 ‘돈 먹는 하마’로 전락했다. 화물 수송 비용은 파운드당 1만달러선으로 애초 예상을 100배 이상 비껴갔는데, 한 물리학자는 이 정도 운임이라면 지구에서 셔틀에 실은 납덩어리가 궤도상으로 올라가는 족족 모두 금덩어리로 변한다고 해도 수지가 안 맞는 수준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우주정거장은 우주 ‘오두막’으로

국제우주정거장 역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의 대표적 실패 사례로 꼽힌다. 1984년에 로널드 레이건 미 대통령이 우주정거장 계획을 처음 발표했을 때만 해도 장밋빛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원래 1950년대에 베르너 폰 브라운이 구상한 ‘우주 미니도시’를 모델로 해서 제안된 우주정거장 계획은 애초 완성까지 8년의 기간이 소요되며 비용은 90억달러가 들어갈 것으로 예상됐다. 레이건 대통령은 우주정거장이 인간의 영구적인 우주 체류의 시발점이 될 것이며, 무중력 상태를 이용한 의약품의 대량생산과 특수 반도체 제조를 통한 전자공학의 혁명 등 엄청난 경제적 잠재력을 가질 것으로 내다보았다.

이러한 전망 가운데 실현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우주정거장은 2004년까지 300억달러 이상을 집어삼키고도 아직 완성조차 되지 못했고, 2010년께 완성되고 나면 총비용이 최소 80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예상 비용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우주정거장의 규모는 계속 축소되어 달과 화성 탐사를 위한 중간 기착지로 사용한다는 애초 구상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결국 여섯 명의 우주비행사가 머무르는 것이 고작인 우주 ‘오두막’이 되고 말았다. 현재 우주정거장의 상주 인원은 두 명에 불과해 과학실험은 고사하고 정거장의 건설과 유지, 보수에도 빠듯한 실정이며, 상업적 잠재력을 가진 과학실험 결과가 보고된 바도 없다.

이러한 유인 우주비행 프로젝트의 역사는 ‘왜 인간을 우주공간으로 보내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되새기게 한다. 지금에 와서는 무인 우주선에 비해 엄청나게 더 많은 비용이 들뿐더러 우주비행사의 생명을 위협하는 다양한 요인들(인체에 해로운 무중력 상태, 우주 복사, 치명적 사고의 가능성 등)이 상존하는 유인 우주비행을 더 이상 고집할 이유가 없어졌다. 과거 냉전기의 체제 경쟁에서는 그것이 이데올로기적 의미를 가졌을지 모르지만, 냉전이 끝난 현 시점에서는 그러한 의미 자체가 크게 퇴색해버렸기 때문이다.

유인 우주비행의 주창자들은 미지의 영역을 탐험하려는 인간의 본능적인 욕구를 들어 이를 정당화하려 한다. 심지어 지구에 소행성이 충돌하거나 지구가 오염으로 인해 황폐해졌을 때 이주할 수 있는 천체의 확보를 유인 우주비행의 근거로 제시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공상과학소설(SF)적 미래 전망이 현재 지구상에서 당면한 숱한 과제들을 덮어두고 유인 우주비행에 막대한 돈을 퍼부어야 하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

유인 우주비행의 주창자들 중에는 민간 영역에서의 우주 연구개발을 대안으로 제시하는 사람들도 있다. 실제로 컴퓨터와 인터넷 관련 사업에서 큰돈을 번 억만장자들이 자금을 지원하는 우주비행 사업체들이 최근 속속 등장하고 있다. 아마존닷컴(Amazon.com)의 창립자 제프 베조스나 페이팔(PayPal)의 창시자 중 한 명인 엘론 머스크, 마이크로소프트의 공동 창립자인 폴 앨런 등이 그런 인물들인데, 이들 중 일부는 민간 로켓 개발에서 이미 일정한 성과를 거두고 있으며 부유층을 상대로 러시아의 소유즈 우주선을 이용한 고액의 우주관광 사업을 진행 중인 회사도 있다. 그러나 이런 민간 우주개발 사업의 결과로 가까운 시일 내에 우주비행에 붙은 가격표가 획기적으로 떨어질 것으로 기대되지는 않는다. 어쩌면 그런 미래는 앞으로 영영 오지 않을 수도 있다.

의심받는 ‘낡은’ 아이디어

따라서 한국 최초의 ‘우주인’ 배출이 갖는 의미는 유인 우주비행에 대한 비판적 관점에 비추어 다소 냉정하게 평가될 필요가 있다. 유인 우주비행은 냉전이 끝난 이후 군사적·경제적·과학적 측면 모두에서 그 의의를 의심받고 있는, 어찌보면 ‘낡은’ 아이디어다. 그런 프로그램에 뒤늦게나마 참여한 것이 반드시 자랑할 만한 일이거나 본받을 만한 일인지는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묻지마식 우주비행 사업과 그에 대한 열광은 대체 누구를 위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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