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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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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에 곤충의 눈을 달아라

등록 2006-05-19 00:00 수정 2020-05-03 04:24

<font color="darkblue">우주 탐사 등 수행하는 ‘마즈봇’에 곤충의 겹눈 시스템을 적용하는 연구… 버클리 대학 이평수 교수팀은 홑눈을 돔 모양으로 배열한 인공눈 개발</font>

▣ 김수병 기자 hellios@hani.co.kr

언젠가 성인 주먹보다 작은 로봇 무리들이 화성에서 생물체를 찾아 지하 동굴 속을 튀어오르면서 탐사에 나설 것으로 예측된다. ‘마즈봇’(Mars-bot)이라 불리는 이 로봇을 수천 개 모아도 화성에서 활동하는 스피리트나 오퍼튜니티 같은 탐사 로봇의 부하량에 미치지 못한다. 이 로봇은 소형 연료전지에서 동력을 얻으며, 인공 근육을 이용해 화성의 거친 지형을 주행할 것이다.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학 교수 스티븐 두보우스키 같은 로봇 공학자들이 만드는 마즈봇은 100억 년에 이르는 동안 메마르고 냉각되면서 화성 어딘가에 피신했을 수도 있을 미생물체의 잔류 신호를 찾고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 자율적으로 작동할 것이다.

곤충의 지각구조 제대로 밝혀내야

놀랍게도 마즈봇의 성공 여부는 곤충을 얼마나 닮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우리가 귀찮게 여기고 무시하기 일쑤인 곤충을 떠올리지 않고서는 미래를 말하기 어렵다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그래서 연구자들은 불과 1mg 이하의 뇌로 모든 것을 관리하는 곤충의 감각 시스템을 기계적으로 재현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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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로봇 무리들은 곤충의 눈을 빼닮은 소형 카메라를 갖추고, 다른 로봇은 곤충의 더듬이를 응용한 센서로 대기질과 온도, 습도, 화학신호 등을 측정한다. 이들의 움직임은 곤충의 동작을 모델링한 컴퓨터 프로그램에 따라 이뤄진다.

그동안 곤충의 감각 시스템을 첨단기기에 적용하려는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졌다. 예컨대 차세대 무인 항공기를 만들 때 곤충의 눈은 필수적이다. 무인 항공기가 하늘을 나는 것은 물론 탐사·도피·추적 등의 과정에 곤충의 능력을 도입하려는 것이다. 높은 고도를 비행하는 무인 비행체는 레이더 기술에 따른 탐지 시스템을 이용한다. 하지만 지상 가까이의 낮은 고도를 비행하는 소형 무인 항공기에 큼지막한 레이더를 내장하기 어렵다. 설령 위성항법장치(GPS)가 대신한다 해도 저공 비행인 탓에 정밀도가 떨어지고, 지구를 벗어나면 흐릿한 신호마저도 잡히지 않는다.

사실 곤충은 탁월한 성능의 시야각으로 3억 년 전 최초의 비행에 성공할 수 있었다. 곤충은 겹눈을 이용한 복합렌즈로 180도 이상의 시야각을 확보한다. 인간이 카메라형 단일렌즈로 30도 안팎만 보는 것에 견줘 놀라운 능력이다. 세포곤충은 낱눈으로 확보한 개별적인 영상을 빠르게 재구성해 파노라마 시각을 갖게 된다. 인간의 광감각기를 이루는 섬모형 세포가 작은 우산처럼 가지를 뻗은 머리카락 모양인 반면, 곤충의 간상형 세포는 작은 손가락 모양의 돌기에 싸여 표면적을 넓히기 쉽다. 초파리의 눈만 해도 약 800여 개의 홑눈(시각 단위)이 있다. 이 홑눈에는 여러 개의 광수용체가 있어서 색을 감지하기도 한다.

이를 통해 곤충은 전방위적 시야각으로 항공우주 과학의 모태 구실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곤충이 세계를 지각하는 구조를 제대로 밝혀내지 못한 탓에 응용이 더디게 이뤄질 수밖에 없었다. 예컨대 곤충이 거리를 판단하는 방법을 알아낸 것도 근래의 일이다. 오스트레일리아 국립대학 시각과학센터 맨디암 스리니바산 소장은 “곤충이 깊이에 대한 정보를 인식하는 데는 ‘광학적 이동’이 적용된다”며 이렇게 설명했다. “곤충이 날 때 가까운 곳에 있는 물체 쪽이 멀리 있는 것보다 빠르게 통과하면서 비친다. 눈에 비치는 상의 속도에 따라 물체까지의 거리를 추측하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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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곤충의 겹눈 시스템을 응용하면 광학적 이동 센서를 장착한 초소형 무인 비행체에 적용할 수 있다. 소형 비행 로봇이 화성 같은 지역을 탐사할 때 곤충의 눈이 활약하게 되는 것이다. 예컨대 곤충의 시각 시스템에 근거해 회로와 알고리즘을 구현하는 화상 처리 칩을 개발하면 된다. 마치 고성능의 망막으로 쓰이는 센서를 만들어 소형 비디오 카메라에 넣는 것이다. 이 센서의 무게는 5g에 지나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카메라가 외부 신호를 지상의 기지국에 보내면 전송된 영상을 분석해 광학적 이동을 계산해 다시 무선으로 적절한 지시를 내리는 식으로 탐사할 수 있다.

문제는 곤충의 눈을 인위적으로 재현하는 방법을 개발하는 데 달려 있다. 곤충의 겹눈을 모방한 이미징 시스템은 작은 이미지를 이음매 없이 꿰매야 한다. 이 과정에서 오차가 생기기 쉬워 이미지가 깨지는 어려움이 있었다. 이에 대한 실마리를 재미 한국인 과학자들이 제시했다.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대학 이평세 교수팀은 수천 개의 인공 홑눈을 돔 모양으로 배열한 인공눈을 개발했다. 바늘귀만 한 인공 홑눈을 바늘꽂이에 바늘을 꽂듯이 꽂아 입체적인 돔을 만들어낸 것이다. 아주 미세하게 각도를 달리하는 홑눈을 3차원으로 배열해 넓은 시야각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동안 과학자들은 ‘다발 눈’(Cluster eye)이라는 복합렌즈 개발에 관심을 기울였다. 하지만 유연한 3차원 굴곡 구조물을 만드는 기술이 뒷받침되지 않아 원하는 성능을 얻을 수 없었다. 설령 리소그래피 기술로 렌즈 표면을 배열하더라도 이음매를 완전히 제거하기 어려웠다. 그러다가 폴리머 가공 기술이 발달하면서 변형 가능한 탄성중합체 막을 사용해 광전자 영상기를 카메라 눈에 결합시킬 방법을 찾을 수 있었다. 이평세 교수팀도 감광 폴리머 수지에 ‘주형’이라는 가공법을 적용해 지름이 수㎛(마이크로미터·1㎛는 100만분의 1m)에 지나지 않는 육각형 벌집 모양의 렌즈를 만들었다.

인체에 이식될 가능성도

이렇게 만든 인공 홑눈을 다발로 만든 게 인공눈이다. 하나의 인공 홑눈은 튜브처럼 생긴 도파관(전자기파가 진행할 때 가로막거나 방향을 정해주는 장치)으로 연결되고, 광검출기로 빛을 보내면서 사물의 영상을 구현한다. 수천 개의 홑눈을 평면으로 배열한 뒤 탄력성이 높은 고분자 물질을 덮는다. 여기에다 압력을 가해 올록볼록한 빛의 통로를 만들어 감광물질을 부으면 곤충의 눈과 비슷한 시야각을 지니면서도 색상까지 구별하는 인공눈이 완성된다. 이 교수팀의 인공눈은 초소형 광각 카메라 센서 개발이나 군사장비와 내시경 같은 수술용 카메라에 적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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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곤충에서 영감을 받은 인공눈이 화성으로 가는 마즈봇이나 무인 비행체의 GPS 등에 적용될 것인가. 일단 인공눈은 광학단자와 연결하는 초박형 카메라폰에 적용될 예정이다. 한 장면을 인식할 뿐 동영상을 확보하는 단계에 이르지 못한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을 해결하는 것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카메라에서 캠코더로 가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지금은 곤충의 시각 시스템을 이식할 로봇의 본체를 만드는 게 관건이다. 어쩌면 인공눈이 로봇에 실려 화성에 가는 것보다 합성 망막으로 인체에 이식되는 게 급선무인지 모른다.

<table width="480" cellspacing="0" cellpadding="0" border="0"><tr><td colspan="5"></td></tr><tr><td width="2" background="http://img.hani.co.kr/section-image/02/bg_dotline_h.gif"></td><td width="10" bgcolor="F6f6f6"></td><td bgcolor="F6f6f6" width="4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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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1mm의 과학] 곤충을 알면 돈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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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nt color="darkblue">화분매개 뿐 아니라 해충 방제나 유기농법 등 수많은 기능 수행</font>

한겨울에도 수박이나 딸기, 고추 등의 작물이 생산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바로 꿀벌 같은 곤충을 이용한 ‘화분매개’(식물의 꽃가루받이를 도와줌) 농법이 뒷받침되기 때문이다. 화분매개 곤충들은 지구상의 1차 생산자들인 식물의 생식 생태에 중요한 구실을 한다. 모든 식물 가운데 70% 이상이 화분매개자를 필요로 한다. 만일 화분매개자가 사라지면 식물도 생존을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 곤충이 생태계를 풍요롭게 하면서 작물들의 경제적 가치를 높이는 데 주요한 구실을 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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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미국처럼 양봉업이 발달한 나라에서는 양봉 산물에서 얻는 수익보다 농작물의 화분매개로 얻는 수익이 10배 이상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는 화분매개에 쓰이는 ‘서양뒤영벌’을 전량 수입에 의존하다시피 했다. 그러다가 농촌진흥청 농업과학기술원을 중심으로 화분매개 곤충의 국산화를 시도해 나름의 성과를 얻고 있다. 국내의 자체 기술력으로 서양뒤영벌을 생산해 수요의 50%를 충당하고 유통가격을 낮추는 것이다. 생태계에는 미물이 없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인간을 이롭게 하는 곤충으로 화분매개자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선 야생 생물의 먹이원으로서 곤충의 구실은 지대하다. 곤충이 없다면 먹이사슬의 꼭대기에 있는 생물은 사라질 수도 있다. 진딧물을 잡아먹는 무당벌레 같은 천적 곤충을 이용하는 해충 방제 효과도 엄청나다. 유기농법이 곤충에서 나오는 셈이다. 만일 쇠똥구리가 식물과 가축 환경 주변을 청소하지 않는다면 파리 같은 기생자들을 유인해 경제적 손실을 유발할 수 있다. 곤충들이 오니를 처리해 토양을 정화하지 않는다면 질소 비료 수요도 늘어날 것이다.
이처럼 대다수의 곤충들이 우리 환경과 삶을 향상시켜주는 기능들을 끊임없이 수행하고 있다. 심지어 곤충은 애완동물 산업에서 눈부신 활약상을 보여주고, 의약품 원료 공급원 구실까지 하고 있다. 생태계의 든든한 버팀목 구실을 하는 곤충을 이용할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우리는 아직 곤충을 모르고 있을 뿐이다. 지금이라도 곤충의 신비에 빠져들고 싶다면 농촌진흥청 농업과학기술원이 운영하는 국내 서식 곤충 포털 사이트 ‘한국의 곤충자원’(goodinsect.niast.go.kr)을 둘러볼 만하다. 곤충을 알면 돈이 보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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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d><td width="10" bgcolor="F6f6f6"></td><td width="2" background="http://img.hani.co.kr/section-image/02/bg_dotline_h.gif"></td></tr><tr><td colspan="5"></td></tr></ta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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