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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유 콘서트, 영화관 천장에 띄운 1천 개의 황홀한 드론

3만원 아깝지 않은, 세계 최초 4면 스크린으로 본 ‘아이유 콘서트: 더 위닝’
등록 2025-02-07 20:00 수정 2025-02-10 14:59
10만 관객을 동원한 ‘2024 아이유 허 월드투어 앙코르: 더 위닝’ 실황 기록을 담은 영화 ‘아이유 콘서트: 더 위닝’에서 아이유가 공연하는 장면. 이담엔터테인먼트 제공

10만 관객을 동원한 ‘2024 아이유 허 월드투어 앙코르: 더 위닝’ 실황 기록을 담은 영화 ‘아이유 콘서트: 더 위닝’에서 아이유가 공연하는 장면. 이담엔터테인먼트 제공


4면이 스크린으로 둘러싸인 극장에서 영화 ‘아이유 콘서트: 더 위닝’(이하 ‘더 위닝’)을 봤다. 2024년 9월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이틀 동안 1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2024 아이유 허 월드투어 앙코르: 더 위닝’ 실황 기록이었다. 영화 개봉 시기에 맞춰 마침 씨지브이(CGV) 용산아이파크몰에 개장한 ‘4면 스크린엑스(ScreenX)’ 관을 선택했다. 메인 스크린뿐 아니라 270도 파노라마로 즐길 수 있는 좌측, 우측 스크린에 더해 천장까지 스크린이 설치된 세계 최초 4면 포맷의 상영관이기 때문이다.

공연 실황 영화를 4면으로 관람하면 무엇이 다를까. 노래하는 아이유가 메인 스크린을 채우는 동안 양옆 스크린에는 댄서들 혹은 라이브 밴드가 보인다. 여기까지는 예상 가능한 그림이었다. 이 영화가 천장에 있는 스크린을 활용하는 방식은 예상하지 못한 방식이었다. ‘라스트 판타지’(Last Fantasy) 앨범 무대에서 공연장 상공에 띄운 1천 개의 드론이 정교하게 만들어내는 공중 연출을 천장에서 보여주거나 관심 있는 상대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장면을 묘사한 노랫말이 담긴 ‘블루밍’(Blueming)이 흐르자 “뭐해?”라는 말풍선 효과를 띄우는 것.

콘서트장에 간 관객이 아티스트로부터 잊을 만하면 듣는 말이 있다. “여기서 보면 (응원봉) 불빛들이 정말 아름다워요.” 관객은 각자에게 허락된 시야에서만 무대와 관객석을 바라본다. 같은 하늘 아래 있으면서도 무대에 선 이와 객석에 있는 이는 얼마간 다른 것을 본다. 그런데 극장에 앉아 있으니 아티스트들이 왜 그런 말을 하는지 알 수 있었다. 드론 카메라가 아티스트의 시야를 기준점 삼아 꾸준히 관객석을 비춰주고 그것을 좌, 우, 천장 스크린에서 교차하며 보여주기 때문이다. 빛의 물결을 만들어내는 응원봉 중앙 제어 시스템과 곳곳을 활강하는 드론 카메라가 공연장의 역할이라면, 보컬과 응원법을 현장감 있게 전해주는 돌비 애트모스 음향 시스템과 고화질 스크린은 영화관의 몫이었다. 공연 실황 영화는 아티스트가 공연 연출가와 협업해 관객에게 전달하고 싶었을 공연의 의도를 조금 늦게, 그러나 온전히 체험하게 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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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유 콘서트: 더 위닝’에서 아이유가 공연하는 장면. 이담엔터테인먼트 제공

‘아이유 콘서트: 더 위닝’에서 아이유가 공연하는 장면. 이담엔터테인먼트 제공


“몇백 번을 더 해야 이 가수 인생이 끝날지는 모르겠습니다. 힘닿는 데까지 해보겠습니다. 제가 몇 번이나 가나 세어주세요.” 영화 ‘더 위닝’은 백 번째 단독 콘서트가 열린 날 아이유가 관객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비춘다. 그가 2012년 서울 경희대 평화의 전당에서 첫 번째 단독 콘서트를 개최한 이래, 가수로서의 연차가 쌓였고 공연 노하우가 축적됐을 것이다. 그러는 동안 공연 티켓 가격 또한 상승했다. 해당 공연 티켓의 최고가는 18만7천원이었다. 현재 케이팝 아이돌 콘서트 티켓 정가는 브이아이피(VIP) 좌석 기준 최대 22만원에 달한다.

티켓과 인플레이션의 합성어를 뜻하는 ‘티켓플레이션’은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콘서트를 즐기고 싶은 이들을 아찔하게 만든다. 비싼 공연에는 그 뮤지션에게 적당히 관심을 둔 동행인을 데려가기도 어렵다. 아이유가 ‘관객이 될게’(I stan U)를 부른 게 무색하게도, 우리가 공연장의 관객이 되기를 포기하게끔 하는 요인은 둘 중 하나다. 좌석이 다 팔렸거나 혹은 너무 비싸거나. 영화 ‘더 위닝’을 보기 위해 치른 가격은 3만원이었다. 영화가 좋았던 만큼 극장을 나서며 어쩐지 뒷맛이 텁텁했다. 케이팝을 좋아하는 동시대인으로서 합리적인 소비를 했다는 감각은 이토록 드물게만 찾아오는 것이기에.

서해인 콘텐츠로그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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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깨어 있는 시간의 대부분은 케이팝을 듣습니다. 케이팝이 만들어낼 ‘더 나은 세계’를 제안합니다. 3주마다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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