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집 제목인 ‘방금 떠나온 세계’는 어디일까. 김초엽에게 ‘세계’는 여러 가지다. SF에 자주 등장하는 우주가 첫 번째다. 우주공간을 넘어서 인류는 나아가고(‘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오랜 세월이 지난 곳에서 인류와 전혀 다른 모습의 인류 후손이 등장(‘숨그림자’)하거나 외계인이 활동한다(‘스펙트럼’). 두 번째는 지구라는 세계다. <지구 끝의 온실>에서처럼 김초엽 소설 속 많은 등장인물이 ‘지구’를 지키기 위해서 고군분투한다.
“방금 떠나온 세계”라는 표현 구절은 ‘인지 공간’에 나온다. “조명이 완전히 꺼졌을 때 나는 처음으로 어둠에 잠긴 격자 구조물을 마주 보고 있었다. 그것은 우리의 인지 공간이었다. 공동의 기억이었다. 한때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이었다. 그리고 방금 내가 떠나온 세계이기도 했다.” 주인공 제나는 절대적으로 믿던 세계를, 연약하지만 누구에게도 의존하지 않고 자기 세계를 구축한 친구 이브를 통해서 다시 바라보게 된다. 인식하던 세계를 넘어 다시 바라보는 세계다.
세계가 “전환되고 변환되고 깨지는 게 SF라는 장르의 특징이라고 생각해요. 내가 속한 공동체일 수도 있고 거대한 우주 자체의 변화일 수도 있지만 내면의 세계일 수도 있죠. 다양한 채널을 가진 세계들이 작품 초반 주인공의 변화할 수 없는 세계로 등장하고, 어떤 계기를 통해 깨지는 경험을 하죠. 그게 저에게는 장르가 줄 수 있는 즐거운 경험입니다. 지적인 경험을, 세계를 변형하고 다른 세계로 넘어가는 이야기를 많이 쓰는 것 같아요.”
김초엽에게 <한겨레21> 제13회 손바닥문학상의 주제인 ‘어제와는 다른 세계’가 주어지면 어떻겠냐고 물었다. 김초엽은 고개를 왼쪽으로 살짝 기울이고 대답했다. “SF로 되게 좋은 주제인 것 같아요. 어제는 겨울밤이었고, 벽난로 앞에서 잠깐 잠이 들었는데 눈을 뜨고 창밖을 보니 여름이었다.”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대상 논픽션·픽션 불문 ‘어제와는 다른 세계’를 주제로 한 문학글
분량 200자 원고지 50~70장
응모 방법 아래아한글이나 MS워드 파일로 작성해 전자우편(palm@hani.co.kr)으로 접수
*전자우편 제목에 [제13회 손바닥문학상 공모] 쓰고 ‘작품명’ ‘응모자 이름’ 포함
(메일 본문 내 응모자 연락처 기재)
마감 11월14일(일요일) 밤 12시
발표 12월13일 배포되는 <한겨레21> 제1392호(2021년 12월20일치)
문의 palm@hani.co.kr(전자우편으로만 받습니다)
상금 대상 300만원, 가작 100만원(제세공과금 본인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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