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해성사로 시작한다. 나는 먼 옛날, 강동원이 못생겼다고 생각했다. 그가 새파란 신인일 때. 흐흑. 그의 사제복 앞에 무릎 꿇으며, 회개합니다. 절 구마하세요. 지금에 와서는 오히려 하나의 장르가 되어버린 강동원에 대한 회고(!)를 훑어보니, 강동원의 첫인상에서 미/추를 판별하는 데 어려움을 겪은 사람은 나 하나가 아니었다. 그의 얼굴은,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겠지만, 당시만 해도 ‘익숙하지 않고’ ‘명명되지 않은’ 생김새였다. 그러니까 아름다움의 신대륙, 미개척 지대라고나 할까. 아직도 강동원이 도대체 어디가 잘생겼다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소리가 꾸준히 나온다. 아름다움은 확실히 취향을 탄다. 여기에는 누구나 공감한다. 그러나 못생김도 취향을 탄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사람은 많지 않다. 단언컨대, 못생김에도 취향이 있다.
오랫동안 연애하지 않는 나를 아래위로 훑어보며 누군가는 “눈이 너무 높은 것 아니냐”고 핀잔을 주었다. 그 말에 내포된 메시지는, 뭐, 그런 거였다. “니 주제에 얼굴 따지냐.” 한때는 “저는 얼굴 안 봐요” 하고 손사래를 치며 나의 결백함, ‘개념’을 인증하려고 했다. 지금은 그것이 얼마나 부질없고 허무한 시도인지 안다. 뇌파로 연애하거나 텔레파시로 스킨십을 하는 게 아닌 이상, 인간은 육체적이고 물질적인 것에 구애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얼굴을 안 보는 사람은 없다. 남들 눈에는 못생긴 애인을 둔 사람조차, 얼굴을 본다. 안 보는 게 아니라 그 못생김이 취향의 벡터 안에 있을 뿐이다. 제 눈에 안경이라는 말이 괜히 있겠는가.
얼마 전 예능 프로그램 에서 ‘못친소 페스티벌2’가 열렸다. 못생김 끝판왕, F1으로 선정된 배우 우현의 부인은 남편이 너무너무 잘생겼다고 말했다. 그것은 거짓말이나 콩깍지라기보다, 취향의 문제이다. 그녀에게는 ‘F1의 얼굴’이 허용 가능한 범주이자 잘생김으로 인식된다. ‘못친소 페스티벌2’에 출연한 아이돌 그룹 아이콘(iKON)의 멤버 바비는 연습생 때부터 거대한 팬덤을 몰고 다녔는데, 그 많은 팬들 역시 해괴한 취향이 아니라 엄연히 그를 잘생겼다고 감각한다. 그래서 이들에게는 다른 가수의 팬들이 자랑하는 ‘못친소에 초대받지 않은 내 새끼의 잘생김’이 아무런 감흥을 불러일으키지 않는 것이다.
세상에는 다양한 장르의 잘/못생김이 있고, 이를 판별하는 기준은 제각각 다르며, 허용 범위의 깊이나 넓이도 매우 주관적이다. ‘어떤’ 잘생김보다 더 마음을 끄는 ‘어떤’ 못생김이 존재하고, 남들 눈에는 똑같이 못생기거나/잘생겼지만 내 마음에선 좋아할 수 있는 것과 견딜 수 없는 것으로 양분되기도 한다. 이 기준은 매우 유동적이며, 시간과 경험을 통해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그런 말이 있다, “나 이거 싫어하면 미래에 보복당한다”). 또한 일반적이지 않은 생김새가 많은 이들에게 잘생긴 것으로 감각되고 소비될 때, 지금까지 없었던 미의 새로운 영역이 형성되기도 한다. 여자 연예인들에게 유독 가혹한 아름다움의 다양성에서 비로소 김고은이나 박소담, 한예리가 출현한 것처럼.
나는 다섯 명 모두 입을 모아 잘생겼다고 말하는 미팅에서의 군계일학이 도통 취향이 아니었고, 옆에 있던 일행이 보자마자 못생겼다고 일갈하는 사람에게 첫눈에 마음을 빼앗겼던 적이 있다. 현실에서의 연애는 각각의 취향이 얽히고설키면서 서로가 교차하는 영역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나’를 보는 상대방 역시 그렇다는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두면, 누군가 나를 연애 대상으로서 거절한다고 해서 활화산같이 분노할 필요도 없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얼굴을 안 보는 사람은 없다. 그냥 취향인 얼굴이 있을 뿐이다. 어쨌든 서로의 껍데기에서부터 만남을 시작할 수밖에 없는 인간은, “싸우고 나서 화해하려고 다시 봤을 때 얼굴 때문에 화가 나면 안 되는” 마지노선을 가슴속에 간직하고 있으니까.
짐송 편집장※카카오톡에서 을 선물하세요 :) ▶ 바로가기 (모바일에서만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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