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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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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위성을 한 번 쏘아보았습니...다?

예술가인 송호준 작가가 개인 인공위성 발사라는 비현실적 꿈을
실현해가는 가장 현실의 이야기 <망원동 인공위성>
등록 2015-01-29 15:13 수정 2020-05-03 04:27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면 행복할까?’
여전히 ‘노답’인 질문이다. 인류가 유사 이래로 질문해왔지만 여전히 ‘답 안 나오는’ 얘기다. 가장 보편적인 질문에 가능한 유일한 답변은 가장 사적인 것이다. 내가 해보니 “그래” 혹은 “아니”. 이런 질문에 도전해보지 않은 대다수 인류를 대신해 그가 나섰다. 영화 의 병구가 가진 망상이 사실은 사실이었던 것처럼, 송호준 작가는 가장 비현실적인 꿈을 통해 가장 현실적인 이야기를 한다. 은 송 작가가 개인 인공위성을 쏘아올리는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미션은 이렇다. 인공위성을 로켓에 탑재하는 비용 1억원이 필요하고, 인공위성을 만드는 것은 스스로 알아서 해야 한다.

이것은 예술하려다 ‘개고생’한 이야기

공개된 지식을 통해 인공위성을 만들고, 꿈을 공유한 이들의 기부를 통해 인공위성 발사 비용을 마련하는 과정을 송호준 작가는 꿈을 전파하는 예술 작업으로 수행했다. 시네마달 제공

공개된 지식을 통해 인공위성을 만들고, 꿈을 공유한 이들의 기부를 통해 인공위성 발사 비용을 마련하는 과정을 송호준 작가는 꿈을 전파하는 예술 작업으로 수행했다. 시네마달 제공

“(이 일은) 엄청난 시간이 소모되기 때문에 당신은 백수여야만 합니다. 엄마가 ‘뭐하고 다니냐고 물으면’, ‘요즘 인공위성을 쏘면서 꿈과 희망을 전파하고 있어’라고 답하면 됩니다.” 그가 다큐에서 말한 것처럼, 세계 최초 개인 인공위성 프로젝트 ‘OSSI’(Open Source Satellite Initiative)의 유일한 장점은 그것인지 모른다. 표면적으로 보면 은 과학자도 아닌 그가 예술하려다 ‘개고생’한 이야기다. ‘Science Is Fiction’. 그가 가끔 걸치는 어깨띠에 새겨진 슬로건은 개고생에 가려져 날아가버린다. 과학과 예술의 경계? 거창한 명분은 ‘개나 줘버려’ 상황이 반복된다. 그러나 가장 사적인 꿈을 이루기 위해 애쓰는 과정에서 가장 사회적인 것들이 드러난다.

“지금 (인공위성을) 만들어야 되는데, 티셔츠 재고나 계산하고!” 다큐에서 그가 진심을 담아 하는 푸념이다. 인공위성을 우주 로켓에 탑재해 쏘는 비용만 1억원. 그는 자신의 프로젝트에 공감하는 사람들에게 티셔츠 1만 장을 판매해 인공위성을 쏘아올릴 1억원을 마련하려 한다. 공유된 지식을 이용해 인공위성을 만들고, 공유된 꿈을 통해 자신의 꿈을 이루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이 어디 그런가? 티셔츠는 100장도 팔리지 않는다. 예상치 않은 판매 부진에 그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호소한다. 페이스북에 “메시지를 슉 날려보내자” 티셔츠가 팔리기 시작한다. 자발적으로 그를 돕겠단 이도 나타난다. 더불어 그의 프로젝트를 기업의 마케팅에 이용하려는 이도 나타난다. 꿈을 가로막는 돈의 장벽 앞에서 그는 푸념한다. “꿈과 희망은 결국엔 돈이네 돈. 자본주의가 꿈과 희망을 만들어냈어.” 그러나 그는 손쉽게 꿈을 이루는 방법인 기업의 후원을 거절한다. 이렇게 꿈을 둘러싼 현실은 복잡하고 심란하다.

은 격렬한 시간의 기록이다. 인공위성은 완성 기한이 정해져 있다. 그것을 탑재할 러시아 소유즈 로켓의 발사일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이미 탑재 계약을 했으니 기한에 맞춰 완성해야 한다. 서너 달밖에 시간이 없다. “되겠지, 되겠지, 어떻게든 되겠지.” 이것이 다큐를 지배하는 정서다. 한숨과 짜증이 넘치고 욕설도 나온다.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의 구체적 순간도 그렇지 않을까? 꿈은 증발하고 가혹한 시간이 이어진다. 은 아슬아슬한 순간들을 견디며 ‘데드라인’을 향해 나간다.

결국 꿈을 우주로 보낸 그는 행복할까?

성공이 노력만 해서 되는 일인가. 갑자기 보험금 2억원을 마련해야 하는 카오스적 난관이 겹치고, 무선통신 전문가에게 대가 없이 도움을 얻는 우주적 은혜도 입는다. 이렇게 엉뚱한 꿈이 만나는 난관과 행운은 아주 현실적이다. 자본의 유혹, 국가의 제도, 어긋난 약속 등 무언가 하려면 부딪힐 법한 것들이 각본처럼 등장한다. 초현실적인 꿈을 좇는 ‘공상과학 다큐멘터리’는 현실을 살아가는 이들이 겪을 법한 난관과 고난을 진득하게 담아낸 이야기가 된다.

결국 은 하나의 ‘참고’가 되려고 한다. 우리가 꿈을 이루었으니, 여러분도 도전해보세요, 이런 얘기가 아니다. “왜 그것을 하면 안 되는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한 프로젝트는 “실패와 성공의 경계는 무엇인가?”라는 자문을 넘어 “꿈에 도전한 이에게 남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생각을 남긴다. 마침내 인공위성이 발사되는 현장으로 가는 송호준 작가는 “갔다오면 보쌈도 먹고… 수영장도 다니고…”라며 즐거워한다. 일상으로 돌아온 그는 행복할까? 이런 궁금증을 유발하는 은 2월5일 개봉한다. 등에서 촬영감독을 한 김형주 감독은 한 예술가의 도전을 오래 공들인 다큐로 완성했다. 이 다큐는 2014년 모스크바 컨템포러리 과학영화제 관객상을 받았다.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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