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종파 운동의 발흥은 사회적 현상이다. 드러난 징후를 통해 사회를 읽어야지, ‘정통 대 이단’의 교리적 이분법에 휘둘려선 곤란하다.”
종교학자 장석만 박사(종교문화비평학회장)는 최근 한국 개신교계에서 일고 있는 이단 시비를 좀더 냉정한 시각에서 바라볼 것을 주문한다. “사회의 도덕규범을 해치거나 명백한 범죄행위가 있다면 비판하고 단죄하는 것이 마땅하지만, 특정 종교집단의 내부 분쟁에 정치권과 언론매체까지 부화뇌동하는 모습을 보여선 곤란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대통령 선거 당시 야당에서 제기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신천지 교단 연루설이나, 법적 분쟁으로까지 비화했던 MBC <pd>의 신천지 관련 보도를 염두에 둔 지적이다.
“경제적·심리적 박탈감 느끼는 사람 많아서”
그가 볼 때 교계가 할 일은 따로 있다. 왜 이단 시비의 표적이 되는 소종파 운동이 끊임없이 출현하는지에 대해 정직하고 책임 있게 성찰하는 일이다. “요즘 개신교계의 상황을 보면 반항적인 소종파 운동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극단적 보수주의, 집단이기주의, 남의 비판에 전혀 귀기울이지 않는 자폐성. 이렇게 극단적인 신앙집단이 개신교계의 압도적 주류로 자리잡은 경우는 한국이 사실상 유일하다. 안팎에서 교권 세력에 대한 반감과 저항이 싹트는 것은 당연하다.”
그가 볼 때 소종파 운동의 등장을 부추기는 또 다른 요인은 한국 사회의 상황이다. 그는 소종파 운동에 호응하는 사람들이 대체로 사회·경제적 소외계층이란 사실에 주목한다. “소종파의 특징인 신비주의나 종말론에 어떤 사람들이 매력을 느끼겠는가. 돈도 힘도 없고 가진 것이라곤 신앙적 열정밖에 없는, 당장 세상이 망해도 잃을 게 많지 않은 사람들이다. 소종파가 융성한다는 것은 경제적·심리적으로 박탈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그만큼 늘었다는 증거로 봐야 한다.”
물론 소종파 중에는 공동체의 삶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경우도 있음을 장 박사는 인정한다. 기존 질서에 도전하는 소종파 운동이 체제의 개혁 동력이 될 수도 있지만, 카리스마적 지도자에 대한 지나친 의존과 극단적 폐쇄성은 부패와 내부 폭력 같은 반사회적 일탈로 치달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가능성과 징후만으로 소종파 운동을 반사회적이라 낙인찍고 배제·추방하는 것은 상황을 한층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게 장 박사의 판단이다.
“소종파의 정체성은 주류 질서에 대한 반감과 저항 속에서 형성된다. 따라서 억압하고 적대시할수록 신앙과 행동 방식은 더 폐쇄적이고 극단화되기 마련이다. 교계 내부에서 어떤 종파나 세력을 이단으로 규정하고 단죄하는 것은 그들의 자유다. 하지만 경계 바깥의 사람들까지 집단 내부의 결정과 기준에 영향받아야 할 이유는 없다. 사회가 관심을 기울여야 할 부분은 많은 사람들을 극단적 영성 추구나 종말론에 의탁하게 만드는 오늘의 현실 그 자체다.”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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