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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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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도전한다 겨울농사

등록 2012-12-07 20:56 수정 2020-05-03 04:27

도시 농사꾼에게도 겨울은 농한기다. 1년 경험을 반추하며 학습과 충전의 시간으로 삼기 적당하다. 물론 겨울이라고 노지 농사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파·마늘·양파·시금치 따위가 한겨울 추위를 견디며 자라는 것들이다. 일단 심어만 놓으면 겨울철엔 특별히 손 갈 일이 많지 않다. 하지만 이 작물들은 때를 이미 놓쳤다. 내년 봄 수확을 노렸다면 10월 말~11월 초 파종을 했어야 한다. 배추 수확이 끝난 11월 하순 이후 시작하기엔 너무 늦다.
찌개류, 김치 부산물은 피한다

음식물 쓰레기와 부엽토를 1 대 1로 섞어 퇴비를 만들면 환경오염을 줄이고 쓰레기 처리 비용을 절감하는 등 일석삼조다. 겨울 한철만 잘 모아도 봄 밭갈이 때 축산퇴비나 계분을 별도로 쓰지 않아도 된다.

음식물 쓰레기와 부엽토를 1 대 1로 섞어 퇴비를 만들면 환경오염을 줄이고 쓰레기 처리 비용을 절감하는 등 일석삼조다. 겨울 한철만 잘 모아도 봄 밭갈이 때 축산퇴비나 계분을 별도로 쓰지 않아도 된다.

노지 농사가 불가능하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겨울 한철, 퇴비 만들기에 도전해보자. 땅의 양분 부족으로 가을 작황이 부실했던 경우라면 시도해볼 이유가 충분하다. 주방에서 나오는 음식물 쓰레기를 활용하니 환경오염을 줄이고 쓰레기 처리 비용도 절감할 수 있어 일석삼조다. 처치 곤란의 쓰레기가 잘 발효된 자연 퇴비로 숙성해가는 과정은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쏠쏠한 만족감을 준다.

우선 적당한 크기의 통을 구한다. 집에서 옷이나 잡화를 보관할 때 쓰는 뚜껑 있는 사각형 플라스틱 통이 좋다. 미생물 번식이 용이하도록 햇볕을 차단해주는 것이 관건이다. 깊이와 너비가 충분한 스티로폼 상자를 재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보관 장소는 베란다가 적격인데, 겨울철 습도가 15% 정도밖에 되지 않아 음식물 쓰레기가 잘 마르기 때문이다. 퇴비로 쓸 음식물 쓰레기는 잘 짜서 물기를 줄이고, 염도가 높은 찌개류나 김치 부산물은 가급적 넣지 않는 게 좋다. 농작물에 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통상 음식물 쓰레기를 발효시킬 때는 EM 활성액을 물에 희석해 뿌려준다. 하지만 다른 방법도 있다. 미생물이 풍부한 부엽토를 활용하는 것이다. 도시 근교의 야산에 가면 지천에 널린 게 부엽토다. 가을에 떨어진 새 낙엽들을 걷어내면 검고 푸슬푸슬한 층이 나오는데, 흙도 아니고 나뭇잎도 아닌 이게 바로 부엽토다. 빈 쌀부대를 가져가 담아오면 된다. 한곳에서 집중적으로 채취하면 토양이 손실되니 조금씩 여러 군데서 퍼온다.

부엽토는 그 자체로 미생물 덩어리다. 그래서 발효액을 따로 쓸 필요가 없다. 부엽토와 음식물 쓰레기의 배합 비율은 1 대 1 정도가 적당한데, 아침저녁 모종삽으로 뒤집어 부엽토와 쓰레기가 잘 섞이도록 한다. 처음엔 냄새가 날 수도 있지만 발효가 진행되며 사라진다. 냄새를 견디기 힘들다면 EM 활성액을 물에 섞어 분사해주는 것도 방법이다. 상자가 다 차면 텃밭으로 옮긴 뒤 수확하고 남은 배춧잎이나 고춧대, 낙엽 등을 덮어준다. 겨울 한철만 잘 모아도 봄 밭갈이 때 축산퇴비나 계분을 별도로 쓰지 않아도 된다.

더디게 자라지만 맛있다

퇴비 만들기로 성이 차지 않는다면, 베란다를 이용해 쌈채소를 길러보는 것도 좋다. 채취해온 부엽토와 밭흙을 섞어 상자에 담은 뒤 상추나 청경채, 배추, 쑥갓 등을 심는다. 대파는 윗부분은 잘라내고 밑동만 심어두고 잎이 올라올 때마다 잘라 먹으면 된다. 겨울철은 베란다에서 작물을 키우기에 최적인 계절이다. 온도가 낮아 생육은 더디지만 웃자람이 없고 조직이 조밀해져 맛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햇볕이 잘 드는 곳을 골라 일조량을 맞춰주되 틈틈이 바깥 창문을 열어 통풍을 시켜주는 것도 잊지 말자. 온도가 떨어지는 밤에는 비닐 등을 추가로 씌워주거나, 따뜻한 실내로 옮겨주는 것도 방법이다.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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