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길 샤함, 미샤 마이스키, 신영옥. 사진 수원시립예술단 제공
반도는 축제의 땅이 되었다. 공연할 수 있는 너른 공간과 판을 즐길 수 있는 사람들만 있다면 페스티벌이 될 만큼 다양한 장르의 음악 축제들이 달력을 촘촘히 채운다. 한여름 록의 열정이 가득한 록페스티벌 여럿이 여기저기서 판을 벌였다면, 절기의 변화가 느껴지는 8월 말에는 한숨 고른 클래식이 우리를 기다린다.
애달픈 삶 겪은 마이스키의 ‘신세계로부터’
바이올리니스트 길 샤함,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 소프라노 신영옥의 이름만 듣는 것만으로도 클래식 마니아들은 가슴이 두근거릴지 모른다. 수원시립교향악단 창단 30돌을 맞아 여는 수원국제음악제는 수원 등지에서 8월22~25일 나흘간 하루도 빼놓기 아쉽도록 쟁쟁한 출연진을 자랑한다. 22일 지휘자 김대진이 이끄는 수원시립교향악단의 전야제를 시작으로 열리는 이번 축제는 거장들의 무게로 무대가 묵직하다.
3년 만에 국내 팬들과 만나는 길 샤함은 15살에 세계적인 음반사 도이체 그라모폰과 전속계약을 맺는 등 일찍이 천재성을 나타낸 바이올리니스트다. 이번 축제에서는 베토벤·멘델스존·차이콥스키의 협주곡과 더불어 세계 4대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평가받는 브람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할 예정이다. 풍부하고 섬세하게 현을 울리는 연주로 유명한 길 샤함의 무대로 저물어가는 여름밤이 더욱 서정적으로 꾸며질 예정이다.
두 번째 무대에 오르는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는 완벽한 테크닉과 풍부한 서정성을 동시에 지닌, 현존하는 최고의 첼리스트로 평가받는다. 이번 수원 무대는 드보르자크의 작품으로 꾸밀 예정인데 , 교향곡 제9번 등이 연주된다. 특히 교향곡 는 체코 출신의 드보르자크가 미국에 머물던 3년 동안 고향에 대한 향수를 달래려고 쓴 곡으로, 인디언과 흑인의 애달픈 삶을 읽고 이들의 민요를 연구해 곡에 삽입했다. 미샤 마이스키는 라트비아에서 태어나 모스크바에서 음악 공부를 하다가 누이가 이스라엘로 망명했다는 이유로 14개월간 강제수용소, 2개월간 정신병원에 수용되는 등 고초를 겪고 1971년 미국으로 망명했다. 음악 여행을 하며 세계를 누비지만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첼리스트의 정서가 를 더욱 풍부하게 하리라 기대된다.
마지막으로 소프라노 신영옥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악기는 인간의 목소리라고 하지 않았나. 신영옥은 화려한 무대를 준비했다. 수원시향과 함께 오페라, 가곡, 뮤지컬을 넘나드는 음악을 야외 공연장에서 펼칠 예정이다. 오페라 중 유명한 , 한국 가곡 을 비롯해 KBS 합창곡으로 대중적으로 알려진 영화 의 삽입곡 도 그의 목소리로 들을 수 있다.
이어서 수원화성국제연극제도
클래식으로의 짧은 여행이 아쉽다면 같은 도시에서 역사가 오랜 또 다른 축제가 이어진다. 올해 16회를 맞는 수원화성국제연극제가 8월26일~9월2일 열릴 예정이다. 수원 화성과 인연이 깊은 다산 정약용 선생이 첫 무대를 장식한다. 개막작은 올해 다산 탄생 250돌을 맞아 무대에 오르는 으로 관객이 자유롭게 무대에 뛰어들 수 있는 시민 참여형 극이다. 올해 축제는 연극을 비롯해 뮤지컬, 퍼포먼스, 애크러배틱, 마당극 등 다양한 장르로 무대가 채워지고 시민희곡낭독, 시민공동체 연극축제 등 시민들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두 개의 축제 현장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수원국제음악제의 경우 전야제는 무료로 관람할 수 있고, 신영옥의 무대는 지정석만 1만원이다. 길 샤함과 미샤 마이스키의 공연은 티켓값이 1만~3만원이다. 수원화성국제연극제 또한 해외 초청작 두 편을 제외하고 대부분 무료 관람이 가능하다.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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