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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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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편집? 안 보이는 곳이 더 매서워요”

요리 서바이벌 오디션 <마스터셰프 코리아>의 대세남 강레오 인터뷰
등록 2012-05-24 11:57 수정 2020-05-03 04:26
강레오. 탁기형 선임기자

강레오. 탁기형 선임기자

통통통통, 칼이 도마를 두드린다. 치익, 맛있는 소리가 귀를 간질인다. 날것으로 조리대 위에 제각기 자리하던 고기며 채소가 불을 거쳐 희고 깨끗한 접시로 자리를 옮기더니 마치 처음부터 하나였던 양 요리가 되었다. 침이 고인다.

5월18일 금요일 밤 10시, 올리브TV 요리 서바이벌 오디션 (이하 )가 4회째 전파를 탔다. 예선 참가자 100명 중 15명의 본선 진출자가 추려졌고, 합숙 캠프를 시작한 뒤 첫 번째 탈락자가 집으로 돌아갔다. 이쯤 되면 화제의 출연자 혹은 요리가 회자되기 마련이지만 시청자 사이에서는 심사위원(강레오, 노희영, 김소희) 팬덤이 먼저다. 그 중심에 강레오 셰프가 있다. 5월16일 서울 이태원에서 ‘대세남’ 강 셰프를 만났다.

‘흙만두’부터 고든 램지 혹독한 훈련까지

5월18일 방영한 첫 번째 본선에서 출연자들은 면 요리 미션으로 조리대 앞에 섰다. 경연은 전반과 후반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전반전 우승자에게는 후반전 재료 선택의 권한이 주어졌다. 우승자는 자신이 원하는 종류의 면을 고르고, 참가자들에게 각기 다른 종류의 면을 나눠줬다. 자신의 주특기와 상관없는 재료를 받은 도전자는 난감할 따름이다.

주어진 시간 안에 창의적으로, 맛있게, 완성도 높은 한 접시를 만들어내야 한다. 오늘 무사 통과하더라도 다시 다른 재료로 그 과정을 몇 주는 더 지속해야 한다. 공감지수가 높은 시청자일수록 경쟁의 피로도 함께 쌓일 것이다. 또한 ‘악마의 편집’으로 경쟁을 더 극화하는 것일까. 출연자를 극한의 상황으로 몰아가는 것에 대해 강 셰프는 반대의 대답을 내놓았다. “오히려 화면에 나오지 않는 매서운 상황이 많아요.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출연자들에게 요리 수업을 하는데, 혹독해요. 셰프의 꿈을 좇고 있다면 그 정도 과정은 거쳐야 한다고 생각해요. 요리사가 되면 더 힘겨운 싸움을 많이 해야 할 테니까.”

요리 경력 20년째인 강 셰프는 자연스레 요리에 노출된 어린 시절을 보냈다. 3대가 모여사는 큰 집에서, 가족은 농사를 지었다. 같이 살며 일하는 사람들 몫까지 밥을 차리려면 매 끼니가 거의 잔칫집 수준이었다. “어릴 때 흙을 속으로 넣고 만두를 빚으며 놀았어요. 할머니가 만두 만드는 도구를 장에서 사다주시기도 했어요. 자연스럽게, 제일 잘하는 게 요리가 됐죠. 고등학교 때 학원에 다니며 요리를 배웠어요. 2학년 때부터 호텔 주방에서 일을 시작했고, 영국으로 건너가 웨스트민스터 킹스웨이 칼리지에서 수학한 뒤 유명 셰프들을 찾아가 요리를 배웠어요. 당시에는 지금처럼 요리사를 여러 매체에서 접하는 게 쉽지 않았어요. 두 발로 찾아가 기술을 배우는 수밖에…. 고든 램지, 피에르 코프만 등 유명한 셰프 밑에서 혹독하게 훈련을 받았어요.”

요리사가 되는 길은 고달프고 험난했다. 그래서인지 그는 눈에 밟히는 출연자로 박성호씨를 꼽는다. 박씨는 2회 방영된 예선에서 요리에 반대하는 어머니를 설득하려고 서바이벌에 참가했다고 말했다. 부모님은 박씨가 법학도가 되길 바랐다. 박씨는 요리사가 되고 싶었다. 어머니는 아들의 열정을 단 한 번도 지지하지 않았다. 아들이 만든 요리를 맛본 적도 없다. 박씨는 예선에서 프랑스식 오리 가슴살 요리를 준비했다. 심사위원 세 사람은 마음속으로 그의 요리에 합격점을 줬지만 강 셰프는 모른 척 박씨에게 어머니를 경연장에 모시고 오라고 했다. 어머니가 합격을 의미하는 앞치마를 목에 걸어줘야만 통과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강 셰프는 박씨가 간절하게 바랐던 최소한의 응원을 얻을 수 있기를 원했다. 어머니는 한참을 망설인 끝에 아들에게 앞치마를 걸어줬다.

예선에서 오리 훈제 요리를 준비했던 서문기씨 또한 주목할 참가자다. 심사위원 김소희 셰프는 서씨가 준비한 요리의 훈제 온도를 파악하지 못하자 “요리는 정직하고 자기 포인트가 있어야 한다”며 일침을 가했다. 그러나 강 셰프는 서씨의 자신만만한 태도가 자신의 젊은 시절을 보는 듯하다며 합격점을 줬다. 강 셰프는 “방송에서는 편집됐는데, 저는 그 친구가 해온 음식이 전혀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솔직히 제가 지금 서문기씨 나이인 22살 때 했던 음식보다 (서씨의 음식이) 훌륭해요. 지금처럼 단련한다면 저보다 더 훌륭한 요리사로 성장할 거라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오디션 예선 마지막 관문 부트캠프에서 양파 썰기 미션을 하는 참가자들. CJ E&M 제공

오디션 예선 마지막 관문 부트캠프에서 양파 썰기 미션을 하는 참가자들. CJ E&M 제공

16시간 강행군 촬영이 힘들지 않은 이유

시청자의 ‘심사위원앓이’ 이유는 객관적 심사를 방해하지 않는 인간미에 있다. 세 심사위원은 날카롭게 요리를 평가하면서도 음식에 깃든 참가자의 정서 또한 외면하지 않는다. 강 셰프는 “프로로서 아마추어 요리사들의 음식을 평가하는 역할을 맡았지만, 한편으로는 제2의 꿈을 향해 도전하는 이들을 응원한다”고 말했다. 매 미션을 수행하며 아마추어에서 프로를 향해 한 발짝씩 나아가는 참가자들의 모습에 강 셰프는 오히려 힘을 얻는 듯하다. 그래서 16시간씩 강행군이 되기도 하는 방송 촬영이 힘들지 않단다. 그가 기대하는 우승자는 어떤 요리사일까. “실력과 열정을 가지고 끝까지 요리를 할 수 있는 근성 있는 사람이 ‘마스터 셰프’가 되면 좋겠어요.”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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