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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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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 안마, 우리 몸에 줄 명절선물

어깨가 쑤시면 견정혈을, 다리가 아프면 용천혈을, 마음의 울화는 노궁으로… 명절증후군에 좋은 자가 안마법
등록 2011-09-08 08:39 수정 2020-05-02 19:26

당신의 몸은 명절을 기억한다. 대체로 잔뜩 굳어 있기 쉽다. 서울 중구 중앙한의원 심상집 원장은 “명절 직후엔 근육통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붐비는데, 오랜 시간 같은 자세로 꼼짝 않고 앉아 있었거나 엉거주춤한 자세로 같은 동작을 반복한 탓에 몸이 경직돼 있는 이들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명절증후군의 주범은 장시간 운전과 쪼그려앉아 전 부치기라는 조사도 있다. 한 곳이 막히면 다른 곳이 탈이 난다. 심 원장은 “피로를 풀지 못하고 일상으로 돌아가면 다른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했다. 어깨가 결리던 것이 만성적인 두통이 되는 식이다.

» 한방에선 합곡혈을 우리 몸으로 들어서는 대문이라 부른다. 응급진료센터이기도 하다. 체했을 때, 눈이 뻑뻑할 때도 이곳을 누른다(사진 위쪽). 풍지혈은 뭉친 마음을 풀어주는 자리다. 머리카락이 끝나는 부분을 더듬다 보면 약간 오목하게 들어간 부분이 있는데 이곳을 누르면 머리가 맑아지고 한결 가벼워진다. 한겨레21 김경호

» 한방에선 합곡혈을 우리 몸으로 들어서는 대문이라 부른다. 응급진료센터이기도 하다. 체했을 때, 눈이 뻑뻑할 때도 이곳을 누른다(사진 위쪽). 풍지혈은 뭉친 마음을 풀어주는 자리다. 머리카락이 끝나는 부분을 더듬다 보면 약간 오목하게 들어간 부분이 있는데 이곳을 누르면 머리가 맑아지고 한결 가벼워진다. 한겨레21 김경호

안마, 피로를 더는 첫 번째 방법

피로에 시달리는 우리 몸에 줄 만한 명절 선물은 없을까? 한의학에서는 경혈을 안마하면 경락이 뚫리고 혈액순환이 촉진돼 뭉친 근육이 풀어지고 기혈이 조절된다고 한다. 서양에서도 신경을 회복하고 피로를 더는 첫 번째 방법으로 마사지를 친다. 송호섭 대한한의사협회 학술이사는 “장부적인 손상은 밖에 있는 경근 손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경근을 풀어주는 것만으로도 병증을 달랠 수 있다”고 말한다. “할머니 손은 약손”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경기도 남양주 해성한의원 신재용 원장은 몇 가지 자가 안마법을 권한다. 모두 다른 사람이 해주면 좋겠지만 혼자서 해도 괜찮은 방법들이다. 독일의 히틀러는 피로할 때면 전속 지압사를 찾았다지만 자가 안마법을 익히면 내가 내 몸의 전용 안마사가 되는 셈이다.

» 속이 편치 않을 때는 똑바로 누워서 명치 밑에서부터 배꼽의 신궐혈을 거쳐 치골까지 4개의 손가락 지문 부위로 누르는 듯 마사지한다(사진 왼쪽). 장시간 운전했을 때는 견정혈을 지압하면 좋다. 목과 어깨의 중간점을 꼭꼭 누르거나 나선형으로 마사지한다. 한겨레21 김경호

» 속이 편치 않을 때는 똑바로 누워서 명치 밑에서부터 배꼽의 신궐혈을 거쳐 치골까지 4개의 손가락 지문 부위로 누르는 듯 마사지한다(사진 왼쪽). 장시간 운전했을 때는 견정혈을 지압하면 좋다. 목과 어깨의 중간점을 꼭꼭 누르거나 나선형으로 마사지한다. 한겨레21 김경호

어깨가 결릴 때 신 원장이 권하는 지압법을 쓰려면 먼저 목 부근을 따뜻하게 해서 목 근육의 긴장을 풀어야 한다. 머리를 말리는 드라이기를 쓸 수도 있다. 목에서 가장 튀어나온 뼈를 중심으로 따뜻한 바람을 쏘이는 것이다. 귓불 뒤에 불룩 튀어나온 엄지손톱만큼 동그란 뼈의 바로 뒤 오목한 곳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문지르는 것도 좋다. 어깨가 쑤신다면 견정혈을 두드려야 한다. ‘견정’은 목뼈와 어깨뼈의 가운데에 있다. 이곳을 누르고 주무르는 것이 핵심이다. 몸과 마음의 긴장지수가 높아 평소에도 잠을 잘 이루지 못하는 사람에게 권할 만한 지압법이다.

» 발은 장기의 척도다. 발바닥 중앙의 용천혈은 신장 기능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이 부위를 안마하면 피로가 풀리고 하반신의 혈액순환이 좋아진다. 한겨레21 김경호

» 발은 장기의 척도다. 발바닥 중앙의 용천혈은 신장 기능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이 부위를 안마하면 피로가 풀리고 하반신의 혈액순환이 좋아진다. 한겨레21 김경호

명절음식을 준비하느라 오랜 시간 서 있던 사람은 발바닥을 공략해야 한다. 발바닥 지압법은 부어오른 다리뿐만 아니라 장기와 순환기에도 좋다. 퇴계 이황도 지병을 다스리려고 늘상 용천혈을 지압했단다. 퇴계는 넷째 형님에게 보낸 편지에서 “(발을 마사지하면) 몸에서 땀이 나고 평온함을 느낀다. 열을 내리는 데도 부종을 빼는 데도 좋다”며 “사람들 가운데 이것을 믿고 써보는 이가 적다”고 안타까워 했다. 스스로 하는 안마법이라고 해서 시간과 정성이 부족할 순 없다. 먼저 발바닥을 꾹꾹 누르고 발목을 돌리고 꺾기를 여러 차례 해야 한다. 그다음 엄지발가락과 넷째발가락을 정성껏 주물러준다. 이어 아킬레스건에서 장딴지를 거슬러 올라가며 장딴지 한가운데 승산혈과 오금까지 둥글게 나선을 그리며 마사지한다. 기름진 음식에 과식까지 겹쳐 소화가 잘 안 될 때도 우리가 흔히 체했을 때 누르는 엄지손가락과 둘째손가락 사이 ‘합곡’과 함께 엄지발가락과 둘째발가락 사이 ‘태충’을 누르면 더욱 효과가 크다.

나를 만지는 시간 20분

명절 후유증은 마음에도 찾아든다. 올 초 한 대학병원에서 한 조사를 보면, 한국 기혼여성들의 명절 스트레스는 가족이 파산했을 때와 비슷한 정도라고 한다. 마음에 쌓인 울화를 풀어내려면 이마 한가운데서 정수리를 지나 머리카락이 끝날 때까지 쓸어내리는 마사지법이 효과적이다. 손가락을 가볍게 쥐었을 때 셋째손가락과 넷째손가락이 손바닥에 닿는 부위인 ‘노궁’을 누르는 것도 좋다. 노심초사하는 마음을 달래는 데 효과가 큰 방법이다.

시간을 들여 자신의 몸을 주무르고 쓸어내리는 것 자체가 몸과 마음을 달래는 효과가 있을지 모른다. 신재용 원장은 각 부위를 마사지할 때 5분 정도가 가장 좋다고 했다. 다해야 20분 정도의 시간이다. 사람 손의 온도는 섭씨 33~ 34℃ 정도다. 자신의 손으로 자신의 몸을 정성 들여 주무르다 보면 손의 온도는 보통 35~36℃로 올라간다. 36℃로 20분, 자신을 위한 명절의 시간이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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