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용 병실 침대에 하트 모양 쿠션이 누워 있다. 찌그러진 모양새가 아픈 모양이다. 쿠션에 달린 팔에 링거도 맞고 있다. 그림이 전하는 메시지가 단번에 읽힌다. “식어버린 사랑아, 링거 맞고 기운 차려라.”
사물을 의인화해 일상생활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작가 허보리가 서울 인사동 토포하우스에서 자신의 두 번째 개인전을 열었다. 으로 유명한 만화가 허영만의 1남1녀 중 둘째인 그는 만화적 상상력을 담은 그림을 선보인다. 작가 자신의 일상생활과 체험에서 느낀 감정이 고스란히 드러난 작품들이다. 전시회 제목도 주제 그대로 ‘생활의 발견’이다.
작가는 감정이 만드는 이미지를 유머러스하게 표현한다. 늦은 저녁 피곤에 절어 ‘파김치가 된 사람’은 소파에 누운 소금에 절여진 배추의 모습이다. 아무렇게나 벗어둔 안경, 바닥에 떨어진 머리띠를 보면 침대엔 여성이 있을 법한데 침대에 누워 있는 건 거대한 설탕 꽈배기다. 아침에 일어나기 싫어 침대에서 몸을 배배 꼬는 작가 자신을 꽈배기에 빗댄 것이다. 누구나 겪음직한 아침 모습에 웃음이 쿡쿡 나온다. 음악에 취해 몸이 이완되는 감정은 바닥에 녹아버린 막대 아이스크림으로, 술에 취해 흐트러진 몸은 크림이 빠져나간 빵으로 표현했다.
개인적 감정과 경험뿐 아니라 가족 안에서 생기는 즐거움과 아픔을 담은 작품도 있다. 집안 곳곳이 산과 들, 바다인양 뛰노는 아이는 소인처럼 그리고 안전하게 놀라고 낙하산을 매어줬다. 부부 사이의 의사 불통 상황은 마주 보는 의자에 놓인 다른 종류의 선인장으로 표현했다. 한 이름으로 불려도 종류가 다른 선인장처럼 서로 닮은 부부라도 각기 다른 개인임을 의미한 그림이다. 만화가 아버지에게 영향을 받은 듯 그림마다 생활 속 모습과 감정을 한 컷의 이미지로 담아낸 솜씨가 매력적이다.
허보리 작가는 “주변에서 흔히 접하는 음식이나 일상적 사물들이 갖고 있는 조형적 특징과 기능에 사람의 감정을 빗대어 표현하는 것이 오히려 사진이나 극사실의 회화보다 더 구체화된 상황을 보여주는 것 같다”고 했다.
9월1일 시작한 ‘생활의 발견’ 전시회는 9월18일까지 열린다. 문의 02-734-7555.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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