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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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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 빵꾸똥꾸들아, 극장 가자구

2009년 ‘따뜻한 안방’과 경쟁하며 겨울 극장가를 노리는 제임스 캐머런의 <아바타>, 최동훈의 <전우치> 등
등록 2009-12-24 14:04 수정 2020-05-03 04:25

전통적으로 12월 극장가는 여름 성수기 못지않게 관객이 꽉 들어찬다.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 겨울방학 덕분이다. 올겨울에도 뛰어난 영상기술을 앞세운 할리우드 영화와 다양한 장르에서 깊이를 더한 한국 영화들이 관객몰이를 위해 경쟁 중이다. 3D 실사영화 , 올해 마지막 한국형 블록버스터 , 로맨틱 코미디 등 다양하다. 추운 날씨를 핑계로 방구석에서 움직이기 싫어하는 ‘빵꾸똥꾸’들에게 극장에서 봐야 더 재밌는 영화들을 추천한다.

(왼쪽부터)〈아바타〉 〈전우치〉

(왼쪽부터)〈아바타〉 〈전우치〉

할리우드의 기술력 공세

올겨울 가장 주목받는 영화는 (12월17일 개봉)다. 각종 영화 예매 사이트에서 압도적인 예매점유율을 보이는 이 영화는 을 만든 제임스 캐머런 감독이 12년 만에 메가폰을 잡은 작품이다. 캐머런 감독은 를 14년 동안 구상해 4년간 제작했다.

긴 시간 공을 들인 영화답게 실사와 애니메이션의 경계를 허무는 영상기술이 뛰어나다. 전세계에서 동시 개봉하며 ‘경천동지할 미래영화’란 수식어를 얻은 것도 과장이 아니다. 영화는 162분이란 긴 러닝타임 동안 지루할 틈 없이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대신, 스토리는 단순하다.

지구는 에너지 고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머나먼 행성 판도라에서 대체 자원을 채굴하기 시작한다. 하반신이 마비된 전직 해병대원인 제이크는 판도라의 토착민 ‘나비족’의 외형에 인간의 의식을 주입한 ‘아바타’를 이용해 토착민 사회에 침투한다. 임무 수행 중 나비족 여전사 네이티리를 만나 사랑에 빠진 그는 두 행성의 운명을 놓고 벌어지는 싸움에서 갈등하게 된다.

결말은? 뻔하다. 제이크는 약탈자 지구인으로 남지 않고 사랑을 택한다. 예상되는 결말처럼 전체 스토리텔링도 익숙하다. 고전영화인 , 인디언과 동화된 백인 이야기인 에서 많이 봐온 것들이다.

그렇다고 영화적 매력이 떨어지진 않는다. 캐머런 감독은 원래 새로운 이야기를 전달하는 이야기꾼은 아니었다. 등 그가 만든 영화는 최첨단 촬영기법을 동원해 볼거리에 치중해왔다. 영리한 캐머런은 이번에도 믿고 싶을 만큼 아름다운 가상세계로 관객을 유혹한다.

할리우드의 기술력 공세를 잇는 애니메이션도 있다. 인형의 움직임을 하나하나 촬영해 만든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24일 개봉)다. 에서 기묘한 웃음을 선사한 웨스 웬더슨 감독이 첫 애니메이션 연출에 도전했다. 을 쓴 동화작가 로알드 달의 가 원작이다.

신기의 절도 기술을 가진 여우 미스터 폭스가 동물 사회의 전체 생존권을 걸고 동네 최고의 악질 인간 농장주 3인방과 대결하는 과정을 그린다. 털 하나까지 섬세하고 정교하게 만들어낸 캐릭터들은 할리우드 배우들의 목소리로 살아난다. 미스터 폭스는 조지 클루니, 미세스 폭스는 메릴 스트리프가 맡았다.

는 이 선정한 올해의 베스트 10 영화 가운데 한 편이다.

흥겨운 뮤지컬 영화도 12월의 끝자락에 선보인다. 영화 (31일 개봉)은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스크린으로 옮겨 온 작품이다. 를 만든 롭 마셜 감독이 다시 한번 뮤지컬 영화의 위력을 뽐낸다.

은 1960년대 이탈리아가 배경이다. 매력적인 감독 귀도는 아홉 번째 영화를 만들면서 7명의 여인들과 얽혀 환상과 현실이 구분되지 않는 세계에 빠진다. 귀도는 대니얼 데이 루이스가, 7명의 여인은 니콜 키드먼·페넬로페 크루즈·소피아 로렌 등 세대를 뛰어넘는 여배우들이 맡았다.

화려한 출연진 때문에 ‘드림 캐스팅’으로 관심을 모은 영화는 개봉 전부터 아카데미 후보설이 돌면서 유명세를 치렀다. 실제 12월 초 뉴욕 프리미어를 통해 공개된 뒤에는 2010년에 열릴 골든글로브 시상식과 방송영화비평가협회상 등의 각종 후보로 오르며 궁금증을 더하고 있다. 신나는 음악과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이 달린 6.7kg짜리 의상을 입은 무희들의 화려한 춤은 벌써부터 소문이 자자하다.

겨울이면 찾아오는 로맨틱 코미디

할리우드 영화의 기세가 거세지만 이에 맞서는 한국 영화의 저력도 만만치 않다. 올해 마지막 한국형 블록버스터인 가 23일 극장 개봉을 기다린다. 한국형 히어로물인 이 영화는 조선시대 실제 인물인 전우치를 그린다. 영웅이지만 반사회적 기질을 가진 전우치의 캐릭터에서 영감을 얻어 새로운 이야기가 탄생했다.

누명을 쓰고 그림 족자에 갇힌 조선시대 도사 전우치가 500년 뒤인 현대에 봉인이 풀려나 세상을 어지럽히는 요괴들과 맞선다는 이야기다. 전우치는 강동원이, 그를 모함에 빠트린 화담은 김윤석이 맡았다. 에서 치밀한 심리싸움과 현란한 화면전환 편집기술을 보여준 최동훈 감독 작품이다.

겨울이면 찾아오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도 있다. 한 남자를 사랑한 세 여자의 이야기, (17일 개봉)다. 스물아홉 살 송이(강혜정)는 회사 동료 진호(배수빈)와의 우연한 키스로 연인 사이가 된다. 어딘가 수상한 진호의 행동이 눈에 밟혀 휴대전화를 뒤지던 그는 진호의 전 여자친구인 진(한채영)과 세 번째 여자친구인 보라(허이재)의 존재를 알게 된다.

삼자대면하게 된 그들. 남자 보는 취향이 같으면 마음도 잘 맞는지 싸움으로 담판을 짓는 대신 셋은 황당한 우정을 이어간다. 이홍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는 “우린, 이 남자로 논다”는 도발적인 상황 설정에도 납득 가능한 수준의 이야기를 전개한다. 섹스에 관한 거침없는 입담이 솔직하면서 유쾌하기도 하다.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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