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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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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인권’을 보는 다섯 감독의 시선

국가인권위가 내놓은 네 번째 옴니버스 인권영화 <시선1318> 개봉
등록 2009-06-12 17:54 수정 2020-05-03 04:25

네 번째 시선은 청소년을 향했다. 국가인권위는 2003년 11월 을 시작으로 2006년 1월 , 2006년 11월 까지 단편영화 대여섯 편을 묶은 옴니버스 형식의 인권영화를 만들어왔다. 박찬욱·임순례·류승완·정지우·정윤철 감독 등 쟁쟁한 이름들이 ‘차별’을 주제로 만든 작품들은 살아 있는 인권 자료가 됐다.

‘달리는 차은’

‘달리는 차은’

적지 않은 울림 줬던 단편 인권영화들

열악한 제작 환경에도 인권영화를 만든다는 열정으로 참여한 감독과 배우가 없었다면, 검은 활자를 넘어 생생한 영상이 인권 교육에 반드시 필요하단 인권위의 집념이 없었다면, 지속적인 영화 제작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러한 열정에 바탕한 인권영화 단편들은 괜찮은 평균타율에 가끔은 놀라운 ‘사고’도 쳤다. 박찬욱 감독의 ‘믿거나 말거나, 찬드라의 경우’, 정지우 감독의 ‘가방을 멘 소년’처럼 몇몇 단편들은 짧은 시간에 농축된 서늘한 정서로 장편영화를 뛰어넘는 작품성을 선보였다.

이렇게 달려온 인권영화가 응시한 네 번째 주제는 ‘청소년’. 지금까지 세 편의 영화가 여성·이주민·성소수자 등 ‘각종 차별’에 골고루 시선을 보냈다면, 은 ‘청소년 인권’으로 주제를 정해 깊이 파고들었다.

이번에는 김태용 감독이 사고를 쳤다. 의 다섯 개 단편 중 김 감독의 ‘달리는 차은’(사진)은 국제결혼 가정의 한국인 소녀 차은이가 느끼는 사춘기의 불안과 불만에 설렘까지 잡아낸 작품이다.

소읍에 사는 사춘기 소녀 차은이는 육상 선수다. 다니던 학교의 육상부가 해체되면서 지도교사는 대도시 학교의 육상부로 함께 옮기자고 하지만, 형편이 넉넉지 않은 차은이 아버지는 전학 동의서에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이렇게 막막한 골목에 부딪힌 차은에게 또 다른 시련이 닥친다. 차은의 엄마가 필리핀 사람이란 사실이 학교에 알려진 것이다. 이제 차은은 가정과 학교, 어디에도 마음을 두지 못한다. 그런 차은의 손을 잡는 이는 피붙이 아빠보다 차은의 마음을 알아주는 필리핀 출신 새엄마다. 이제 엄마와 차은이 함께 차를 타고 달리는 로드 무비가 시작된다. 이렇게 소외된 두 존재의 교감은 결코 신파로 빠지지 않으면서 깊은 울림을 남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존재해온 청소년기의 불안과 우울을 다문화 가정이란 지금 여기의 현실을 더해 풀어낸 ‘달리는 차은’은 인권영화뿐 아니라 단편영화 역사에 남을 만한 걸작이다. 을 만들었던 김태용 감독은 가난한 청소년과 이방인 엄마를 통해 혈연보다 따뜻한 인연으로 맺어진 ‘가족의 탄생’을 애틋하게 그려냈다.

에 담긴 나머지 단편영화 네 편도 저마다 ‘한칼’을 지녔다. 을 만든 윤성호 감독의 ‘청소년 드라마의 이해와 실제’는 청소년들의 주고받는 대화에서 이들의 오늘뿐 아니라 내일도 담아낸 “88만원 세대에 대한 날 것의 몽타주”(윤성호)다. ‘짜고 치는 고스톱’ 같은 청소년 드라마의 뻔한 덕담은 빼고, 우리 옆을 지나가는 청소년들이 ‘자기들끼리’ 나눌 법한 대화를 중심으로 흥미로운 단편을 완성했다. 등 여성영화를 만들어온 이현승 감독은 ‘비혼모 여고생’의 학습권 문제를 경쾌한 문법으로 풀어냈다.

가난한 청소년과 이방인 새엄마의 ‘결합’

뮤지컬 형식을 차용한 방은진 감독의 ‘진주는 공부 중’은 꼴찌와 일등이란 청소년 영화의 고전적 주인공을 통해 ‘꼴찌부터 일등까지’ 불행한 교육 현실에 날카로운 메스를 들이댄다. 으로 주목받은 전계수 감독의 ‘유.앤.미’는 어른들의 시선에 갇힌 청소년의 자유를 아름다운 화면에 담아냈다. 은 6월11일 개봉한다.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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