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영 8회 만에 시청률 26.8% 기록하며 인기 끌고 있는 이 드라마의 매력은
▣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문화방송 월화드라마 에는 작고 예쁜 외제 차가 등장한다. 커피회사 동인식품 후계자인 최한결(공유)의 자동차는 순정만화에서 튀어나온 듯 앙증맞은 베엠베(BMW) 미니 쿠퍼S, 여기에 뚜껑이 열리는 컨버터블이다. 한결의 사촌형 한성(이선균)의 차도 사각형 장난감 자동차같이 귀여운 닛산 큐브다. 시청자의 판타지를 위압하는, 그래서 현실감의 무게를 떨어뜨리는 실장님들의 대용량 럭셔리 외제 차는 아니라는 것이다. 한결의 옥탑방도 후계자의 거주처치고는 심플하고, 드라마의 배경인 커피숍 ‘커피 프린스’도 비교적 단출하다. 이렇게 의 ‘프린스’들이 타고 다니는 자동차나 배경은 이 속삭이는 환상의 크기를 대변한다. 그것은 너무 높은 곳에 있지 않아서 닿을 듯한 꿈이다. 여기에 오랫동안 순정만화 혹은 하이틴 로맨스의 학습 효과가 더해진다. 순정만화 독자가 아니라도 알 법한 원형질의 순정만화 스토리가 줄거리다. 실제로 원작은 소설이다.
봐줄 만한 캔디 청년, 윤은혜에게 끌리다
고은찬 혹은 윤은혜를 빼고서 을 말하긴 어렵다. 고은찬 역의 윤은혜는 남장 여자를 연기한다. 남장 여자라는 전제가 있어서 그렇지 은찬은 감쪽같은 남자는 아니다. 그래서 한결은 은찬을 남자로 보지만, 한성은 은찬을 여자로 생각한다는 대립이 성립한다. 윤은혜는 아직 미소년과 미소녀의 구분이 모호한 시기의 청년이 풍기는 매력을 지녔다. 여기에 성별이 애매한 섀기컷에 남녀 공용의 헐렁한 셔츠, 적당히 낡은 스니커즈를 신고 걸치니, ‘남자라고 치자’면 남자 같다. 더구나 만화영화의 주인공 ‘철이’ 같은 가상한 발성까지 더해지면, ‘그렇게 봐줄게’라는 생각도 든다. 하여튼, 은찬은 캔디 같은 청년, 가난을 등에 업은 소녀다. 일찍이 아버지를 여의고, 소녀 같은 엄마, 철없는 동생을 봉양한다. 당연히 공부는 못했고, 재주도 없다. 한결의 휴대전화에 입력된 은찬의 이름은 ‘근로청년’. 아침엔 우유배달, 점심엔 태권도 사범, 저녁엔 야식 배달로 하루에 네댓 시간 자면서 일한다. 그러던 그가 한결을 만나서 커피숍에 취직한다. 장난감에 빠져 살던 왕자님, 한결은 할머니의 명령에 따라서 커피숍을 멋지게 성공시켜야 하는 미션을 부여받는다. 은찬은 커피숍에 취직할 기회를 얻지만, 최한결 사장님의 방침이 문제다. 남자만 고용하겠다는 사장님의 말씀에, 은찬은 남자라고 속이고 위장 취업한다. 한결은 처음부터 ‘톰보이’ 은찬을 남자로 알았으니 남자라는 사실을 의심치 않는다.
그리고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들의 사각관계가 시작된다. 한결은 사촌형 한성의 애인인 한유주(채정안)를 9년간 짝사랑해왔지만, 어느새 ‘남자인’ 은찬을 좋아하게 된다. 은찬은 한성을 좋아하면서도 한결에게 빠져드는 자신을 발견한다. 한성은 자신을 떠났다 돌아온 유주를 받아들이지만, 은찬의 풋풋한 매력에 빠진다. 유주도 한성을 사랑하지만 한결에게 점점 매력을 느낀다. 이렇게 인물마다 양손에 엇갈리는 사랑의 작대기를 들었지만, 누구도 서로를 미워하지 않는다. (아직은) 악역이 없는 드라마, 의 매력이다. 이윤정 PD는 그들의 사랑을 끈적한 욕망이 아니라 순정한 호감으로 ‘예쁘게’ 그린다. 그들의 관계를 A군, B양, 가군, 나양으로 표현하는 방식은 지금까지 연애를 적절히 정리하고, 앞으로 이어질 로맨스를 은근히 암시하는 효과적인 수단이다.
기습 포옹·키스에 다리와 눈이 스르르…
두 남자를 바라보다 두 남자가 바라본다, 은찬의 입장에서 요약한 관계의 변화다. 따지고 보면, 신데렐라도 이런 신데렐라가 없다. 한결은 은찬을 남자인 줄 알지만 좋아하고, 한성은 여자라서 좋아한다. 이것은 ‘미녀는 괴로워’ 같은 판타지다. 여자로 인정받지 못했던 여자가 갑자기 어느 날 남자의, 그것도 두 명의 사랑을 동시에 받는 곱빼기 판타지인 것이다. 그렇게 은찬은 갑자기 캔디 청년에서 신데렐라 소녀가 되지만, 윤은혜라서 깜짝 신화가 자연스럽다. 오늘날 윤은혜만큼 꿋꿋한 캔디에, 순수한 신데렐라가 동시에 어울리는 배우가 있을까. 예컨대 한성이 유주의 전시회에 은찬을 데려갈 때, 은찬은 천박한 화장에 촌스런 원피스를 입고 나왔다가 은은한 화장에 화려한 드레스로 갈아입었다. 윤은혜는 어설픈 화장에도, 깜찍한 드레스에도 어울렸다. 이처럼 윤은혜는 ‘비포어’ 캔디에서 ‘애프터’ 신데렐라로, 갑자기 변해도 오히려 귀여운 매력을 지녔다. 욕심내지 않고 캔디로 살다가, 운명에 수긍해 신데렐라가 되는 역할에 지금 윤은혜는 최선의 선택이다.
의 카메라는 여자배우를 관음하는 대신에 남자배우를 응시한다. 이따금 물끄러미 창문 너머로 한결을 바라보고, 때때로 공유의 몸을 전시한다. 윤은혜가 헐렁한 티셔츠에 갇혀 있는 대신에 패션쇼를 하는 것은 공유다. 훌륭한 ‘기럭지’의 황금비율을 자랑하는 공유는 상반신 누드로, 자꾸만 바뀌는 옷으로 쇼를 한다. 공유는 쇼를 하라, 패션쇼를 하라, 누드쇼를 하라, 이렇게 외치듯. 아무리 남주인공의 단단한 웃통을 드라마 초기에 한두 번 보여주는 것이 일종의 관습이 됐다지만, 한결은 샤워한다고, 침 맞는다고, 옷 갈아입는다고, 참으로 꾸준히 벗는다. 게다가 황민엽(이언), 진하림(김동욱) 등 ‘커피 프린스’에서 일하는 프린스들도 저마다의 매력으로 눈길을 끌어당긴다. 이렇게 에는 옅은 안개처럼 낭만적 여운이 깔려 있다. 여성 PD의 시선은 눈길과 손길도 놓치지 않는다. 어느 날 한결이 도저히 좋아하는 마음을 어쩌지 못하겠다는 듯 은찬을 안았다. 여기서 안은 한결의 가슴도 뛰지만, 안긴 은찬의 다리도 ‘뜻밖에’ 꺾인다. 이처럼 한결이 갑자기 은찬을 안으면 뜻밖에 은찬의 손이 스스르 풀리고, 은찬이 기습적으로 한결에게 키스하면 한결의 눈이 스르르 감긴다. 이렇게 순정만화의 한 컷을 클로즈업한 듯한 장면은 드라마에서도 감정 전달에 효과적이다.
‘그놈’이 ‘그녀’인 걸 아니까 괜찮아
그러나 무엇보다 의 이야기가 익숙하지만 새롭다는 점이 중요하다. 숱한 순정만화, 상당수 영화에서 반복돼온 이야기가 드라마의 줄거리다. 한 남자가 한 여자를 남자인 줄 알고 사랑하는 이야기. 그래서 스스로 화들짝 놀라고 고민에 빠지지만 결국엔 진실이 밝혀진다는 스토리. 그래서 의심도 거두고, 사랑도 얻는 두 배의 기쁨을 얻는다는 결말. 이것은 만화로, 영화로 학습된 스토리지만 공중파 드라마에서는 새로운 이야기다. 물론 시청자는 은찬이 그놈이 아니라 그녀라는 사실을 아니까 처음부터 안심하고 사랑의 줄다리기를 감상할 여유가 생긴다. 그래도 소소하지만 신선한 매력이 없었다면 의 시청률이 방영 8회 만에 26.8%(7월24일·TNS미디어코리아)까지 올라가지는 못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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