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스크린 가라사대] <얼라이브> 중에서

등록 2006-11-30 00:00 수정 2020-05-03 04:24

▣ 김도훈 기자

너희들이 구조대를 찾아 떠나기 전에 이걸 말해야겠어. 어젯밤에 꿈을 꿨거든, 엄청난 징조를 봤어. 푸른 대지와 꽃들을 봤어. 심지어 풀 냄새를 맡을 수도 있었어. (1993) 중에서

동계 우울증이라는 자가진단 결과가 나왔다. 주말이면 ‘쥐 등짝만 한 침대에서 20시간 개개기 → 잡은 약속도 1시간 전에 취소하기 → 야밤이 되면 평상시의 2배로 과식하기 → 그러다가 소화불량으로 꺽꺽대며 다시 자리에 눕기 → 쥐 등짝만 한 침대에서 20시간 개개기’의 무한 반복. 사는 게 사는 게 아니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치료제를 찾아헤매니 네이버 지식검색님이 말씀하셨다.

동계우울증(SAD: Seasonal Affective Disorder). 춥고 빛이 인색한 겨울이 찾아오면 발생하는 병이라고 한다. 정신병과 정신병원과 심리상담사의 수가 나머지 세계보다 서너 배는 많을 정신병 국가 미국에서는 1년에 3천만 명이 이 우울한 우울증에 걸려 우울한 겨울을 난단다. 보통 우울한 병이 아닌 셈이다. 그러나 우울증은 좀처럼 이해받지 못하는 병 중 하나다. 증세를 늘어놓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밝은 얼굴로 “운동이나 좋은 친구들이 우울증의 치료제”라 조언한다.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다. 우울증은 뇌에서 일어나는 화학변화다. 동계우울증은 인체가 받는 햇볕의 양이 줄어들면서 뇌가 멜라토닌의 과다 분비를 촉진시키기 때문에 발생한다. 우리가 ‘정서적’이라고 일컫는 수많은 것들이 실은 ‘신체적’인 현상이다. 이성적이고 과학적인 동계우울증 치료제는 2500럭스 이상 밝기의 전구뿐. 그런데 이걸 구하기도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인간이라는 짐승. 원래는 겨울잠을 자도록 설계된 축생이었을 거다.

광고

한겨레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응원해 주세요

광고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