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편집자가 됐을까, 문고리 잡고 울던 세월들
▣ 안명희 인물과사상 편집자
휴가 중에 원고 청탁을 받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기’를 계획한 내 여름 휴가에 흥미로운 일 하나가 생겼다. 마감 전날, 이제야 자판을 두드린다. 위가 또 꼬인 듯하다. 항상 이런 식이다. 겨우 ‘시작’이란 걸 할 땐 꼭 이렇게 아프다. 돌아보면 편집자로 산 지난 5년 동안 참 많이 아팠던 것 같다.
앞으로 더 아프지 않을 자신도 없다. 그러나 아플 때 쓸 약 한 봉지 정도는 마련해둔 것 같아 다행이다.
휴가 직전에 세상에 내보낸 책이 있다. 이다. ‘한 권으로 끝내는 언론사 입사’라는 부제 그대로 언론인이 되고자 하는 이들을 위한 책이다. 본격적으로 편집에 돌입하기 전까지 서너 달간 검토용 원고를 받아 읽었다. 가볍게 읽어가는 내내 ‘기자’에 ‘편집자’를 대입해선 순간순간 나를 들여다보았다.
나는 왜 편집자가 되고자 했을까? 여기에 대한 답은 명확하다. 서슴없이 답할 수 있을 만큼 준비가 되어 있다. “내 앎을 실천하는 행동 양식이 책을 만드는 것이다.” 내가 책을 만든다는 건, 곧 내 앎을 실천하는 것과 같다.
처음엔 그 모든 게 진정이었다. 치기였든 무모한 열정이었든 간에 진심이었다. 때문에 많이 아팠다. 힘들었다. 좌절했고, 외로웠고, 앞이 보이지 않았다. 더 가면 쓰러질 것 같아 멈춰서 무조건 버티던 때도 있었다. 내 노동에 부끄럽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나를 다잡았다. 내가 왜 책을 만들고자 했는지, 내가 왜 편집자가 되고자 했는지 되짚었다.
솔직히 밝히자면, 올 들어 사고를 연달아 쳐댔다. 몹시도 고단했다. 월간 을 1년4개월간 끌고 오면서 거긴 내 자리가 아니니 본디 내 자리인 단행본으로 가게 해 달라고 질렀고, 겨우 겨우 단행본으로 와선 미치지 않고선 벌일 수 없는 책 사고까지…. 그 무지막지한 상황을 만들면서도 뻔뻔하리만큼 아무렇지 않게 눈을 치켜뜨고 무슨 일이 있었느냐는 둥 했지만, 나 혼자선 문고리 잡고 참 많이도 울었다.
다시 으로 돌아가서 얘길 하자면, 이 책이 내게 용기를 줄 수 있길 기대했다. 원고를 읽고, 안수찬 기자와 매일 메일을 주고받으면서, 필름을 넘기는 순간까지 시작을 위한 이들을 위해, 다시 시작을 위한 나를 위해 책을 만들었다. 그럼으로써 나는 행복할 수 있었다. 결국 답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책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었다. 지금도 완전 회복이라곤 생각지 않는다. 그리고 완전 회복이 오리라고 생각지도 않는다. 단지, 꾸역꾸역 가더라도 부끄럽지 않은 편집자로 살아가기를 희망한다. 아주 작게는 입사 때 새겼던 ‘인물과사상 편집자라면 자신에 대한 비판과 성찰을 게을리하지 않아야 한다’는 내 나름의 다짐만이라도 지켜내고 싶다.
내 1년 뒤에, 내 5년 뒤에, 그리고 내 마흔에, 일상의 삶에 굴복해 편집자로서 자존을 잃지 않을 수 있도록 지금 이 순간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한다. 또 하나 편집자로서 제대로 서기 위한 노력에 더해, 출판 노동자란 자각과 출판의 공공성 회복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내가 유일하게 진지할 때가 편집자로서 안명희를 말하는 순간뿐이다. 책에 대한 가없는 숭고함도 없고 출판과 출판인에 대한 회의감도 많지만, 편집자라는 그 이름만은 지켜내고 싶은 바람이 아직도 크기 때문이다. 앎이 짧은 덕에 실천도 짧은 내가 할 말 안 할 말 다 쏟아낸 듯해 어지럽다. 아니면, 내뱉은 말들을 어찌 책임질 것인가 두려워져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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