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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존하는 최고의 경영학자

등록 2001-06-20 00:00 수정 2020-05-02 04:21

1943년, 미국 최대의 자동차기업 제네럴모터스(GM)는 30대의 젊은 학자였던 피터 드러커에게 기업조직 분석을 의뢰했다. 드러커의 현장 분석 경험은 그렇게 시작됐다. 드러커는 GM을 꼼꼼히 분석했고, 이 경험을 바탕으로 저서 <기업의 개념>을 썼다. 이 책에서 그는 GM 같은 거대기업은 경제적 시스템보다는 미로와 같이 복잡한 사회적 기구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너무나 거대해서 스스로를 주체할 수 없었던 대기업은 젊은 학자에겐 매력적인 연구대상이었다. 드러커는 GM에서 채택하고 있던 제도인 연방식 분권조직을 중심으로 분권제의 이점을 강조했는데 사업부제라고 불리는 이 조직은 분권적 자립단위를 최대의 협동적 통일체로 인식하는 것이었다. 이 조직방식은 대단한 성공을 거뒀다. GM을 컨설팅한 것은 그뒤 60년 동안 이어지는 드러커시대를 여는 신호탄이었다. 영국의 기업경영저술가인 스튜어트 크레이너는 세계기업사에서 가장 탁월했던 의사결정 75가지를 꼽은 저서 <75가지 위대한 결정>에서 GM이 그에게 기업분석을 맡긴 것을 포함시켰을 정도다.
활동분야가 워낙 넓어 한두 가지 호칭으로 규정짓기 어려운 드러커는 비록 학자에 따라서는 미래학자로 분류하기도 하지만 경영학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현존하는 최고의 경영학자라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그가 일생 동안 펼쳐온 주장들은 대부분 기업 현장에 그대로 적용됐으며 경영학이 자리잡아가는 방향 역할을 했다. 54년에는 경영학의 교과서로 불리는 <경영의 실제>를 발표하면서 ‘경영학’이란 말을 정착시켰다. ‘목표경영’이란 개념도 그가 만들어낸 말이다. 이후 그는 64년 <성과경영>이란 책을 발표했고, 66년에는 <효율적 경영자>란 책을 내 경영자가 되기 위한 덕목과 행동강령을 최초로 다루기도 했다.
그의 이론은 때로는 바뀌기도 해 일관성 없다는 비난도 받았지만 끊임없이 시대 조류를 주도했다. 70년대에는 국영기업을 다루면서 ‘민영화’라는 말을 처음으로 만들어냈고, 미래학자로서도 대단한 위상을 확보했다. 89년에는 <새로운 현실>이란 책에서 소련 연방의 해체를 예언하기도 했다. 90년대 들어 발표한 <후기자본주의사회>는 드러커의 대표작으로 꼽히며 현대의 새로운 고전처럼 떠오른 책이다. 이 책에서 드러커는 미래자본주의사회는 지식을 중시하는 사회가 될 것으므로 기업이나 국가 모두 이 변화에 주목할 것을 충고했다. 노동생산성이 아닌 지식생산성에 눈을 돌리라는 주장이다.
<피터 드러커 평전>을 쓴 대구대 이재규 교수가 그를 미켈란젤로에 비유해 지식 르네상스인으로 표현했듯 드러커는 관심분야가 많기로도 유명하다. 카를 체르니의 피아노 음악기법부터 일본 에도시대의 회화, 미국 마크 트웨인의 소설을 연구하기도 했다. 그가 지금까지 쓴 35권의 책 가운데에는 소설과 미술 평론집까지 포함돼 있다.
지난해 조국 오스트리아의 빈 경제대학이 주기로 한 명예박사학위를 거부해 화제가 됐다. 2000년 국제사회의 우려에도 신나치주의자 외르크 하이더가 이끄는 자유당이 참여하는 연립정부가 들어서자 이에 항의하는 표시로 명예박사학위를 물리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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