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늘어나는 학생 줄어드는 기회

과소학교 옆 1318명의 송화초, 방과후수업·돌봄교실 경쟁 치열
등록 2020-03-21 14:51 수정 2022-12-10 02:02
류우종 기자

류우종 기자

비 오는 날 아이의 등굣길은 엉망이었다. “오랫동안 학교 문이 사거리 대로변에 하나뿐이었어요. 차도 아이들도 그 한 문으로 들어가는데, 옷은 다 젖어버리고. 학교 보안관 아저씨들은 차 막으랴 아이들 통제하랴 정신없고. 그사이 아이들은 또 끊임없이 들어가고요.” 학생 수 1318명, 서울 강서구 송화초등학교에 아이 보내는 학부모 정미영(가명)씨가 기억한다.

시간 메우기 위해 아이들은 학원으로

송화초(사진) 아이들은 늘고 있다. 2017년 1208명에서 그사이 또 100여 명이 늘었다. 서울시 과대학교 기준(1680명)에는 들지 않는다. 그래도 한 학년 8학급 정도를 생각하고 만들어진 학교가 갑자기 늘어나는 아이들을 감당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올해 송화초 1학년은 11학급이다.

송화초 학생 수가 늘어난 데는 주변으로 마곡지구 대단지 아파트가 입주한 영향이 컸다. 900m 거리 ○○초에 갈 아이들이 송화초로 옮겨오는 흐름도 없지 않다. ○○초는 상대적으로 외진 곳에 있는데다 SH(서울주택도시공사) 임대단지와도 맞붙어 있다. ○○초는 학생 수 242명, 작은 학교다.

“아무래도 학생이 많으니 시설이 빨리 소모되고 부딪히거나 할 경우도 많을 테니 위험에 대한 걱정이 계속 있어요. 미세먼지가 많을 때 체육관 이용도 쉽지 않아서 반별로 양보해서 체육 활동을 하고요.”(정미영씨) 초등학교가 교과 수업을 넘어 돌봄 영역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맡은 상황에서 겪는 어려움도 있다. 인기 있는 방과후 수업, 저학년 돌봄교실 경쟁률은 늘 치열하다. 학생 수 1242명인 경기도 성남 분당구 늘푸른초에 아이를 보내는 한 학부모는 “돌봄교실 당첨이 쉽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시간을 메우기 위해 학원으로 아이를 돌려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고 말했다.

학령인구가 전반적으로 줄어드는 만큼 특정 학교의 학생 수 증가는 일시적인 상황일 수 있다. 아이들에게는 한 번뿐인 학창 시절이래도, 학교를 증축하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놓기 어렵다. 송화초도 그저 체육관을 2학급이 쓸 수 있도록 운영 방식을 조정하거나, 특별 교실을 일반 교실로 돌려 쓸 뿐이다.

“증축 어려우면 관리 인력이라도”

그렇게 ‘양극화’가 빚은 학생 수 증가를 버틴다. “당장 증축이 어렵다면 안전을 위해 관리 인력이라도 좀 늘었으면 좋겠다”고 과대학교 학부모들은 바란다. 창의적 체험활동(동아리 자율활동 등) 같은 교과 외 수업이 중요해진 것도, 학급 인원뿐만 아니라 학교 규모에 대한 고민이 커지는 이유다. 학교가 너무 작아도 다양한 활동 개설이 쉽지 않지만, 너무 크면 치열한 경쟁 탓에 기회를 얻기 어렵다.

한편에 과소학교가, 멀지 않은 곳에 학생 수 증가로 고민하는 학교가 놓여 있다. 줄어드는 학생 수를 걱정하는 부모 곁에서 북적대는 학교 부모는 줄어드는 아이의 기회를 안타까워한다. “작은 학교에선 1인 1악기 교육처럼 이런저런 재밌는 활동도 많은 것 같더라고요. 그런 걸 보면 작은 학교가 부럽다 싶기도 해요.”(정미영씨)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한겨레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응원해 주세요
맨위로